저에게 몸과 먹거리라는 주제는
내가 가진 신앙고백에 합당하게 살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떻게 살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나는 무엇을, 어떻게 먹을까' 질문하며 함께 공부하게 됐던 주제였고 앎과 삶의 괴리가 크기도 했어요.
입맛을 바꾸기란 생각을 바꾸는 것과 같고도 다른 근기와 간절함이 필요한 부분이었어요.
함께 공부하고 먹으면서 혼자 넘어설 수 없는 것을 넘어서고 또 달라지는 신비 경험하기도 했지요.
그래서 이번 강의의 주제 '몸과 먹거리, 하나님나라'를 떠올렸을 때,
알고 있는 내용, 익숙한 내용일 수 있지만
'지금' 밥상에서 밥 지으며 지내는 나에게 이 주제가 어떤 의미인가?
내 실존과 어떤 상관이 있을까? 다시금 연결 짓게 되었고
이 시간이 어떤 배움으로, 어떤 흔적으로 내게 남을까 물음을 안고서 함께하게 되었어요.
밥상 기도문에 담긴 나를 살리는 밥과 밥이 되는 나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요.
이 밥이 어디에서 왔습니까?
우리는 온 생명 기운 깃든 밥상 앞에 앉아 있습니다.
어우러져 살아가는 해, 물, 바람, 흙, 벌레와
땀흘려 일하는 모든 손길과 하늘은혜 떠올리니 고맙습니다.
천천히 온마음으로 먹고 서로 살리는 밥으로 살겠습니다. _밝은누리 인수마을밥상기도문
밥이 되어주는 생명들을 통해 굶주리지 않고 넉넉히 지낼 수 있는 사실이 새삼스레 다가와 감사한 마음 들었어요.
또 밥상에서 짓고 먹는 밥만큼 밥이 되는 내가 넉넉했는가 돌아보게 되었어요.
나는 서로 살리는 밥이 되어 지내고 있는지, 나를 내어주고 있는지 말이지요.
누군가를 가까이 만날수록 나와 다른 점이 보이고 갈등도 생기는 만큼
나와 다른 이의 모습, 이해되지 않는 모습에도 마음을 지키고
또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며 체념하지 않고 만나가는 것이 쉽지 않다 겪게 돼요.
그런데 밥이 된다는 것은 앞서는 내 생각과 말(중심)을 내려놓고 비우며 시작되는 것이겠어요.
내 힘으론 사랑할 수 없는 사실을 인정하고, 비좁은 마음 내려놓으며 넉넉한 마음을 구하게 됩니다.
하늘뜻 따라 생명들이 밥상에 올라 나를 살리는 밥이 되는 것이 희생이 아니라 그 생명의 몫인 것처럼
내가 누군가를 살리는 밥이 되는 것 또한 내가 받고 모신 명이라는 것을 잘 기억하고 싶어요.
사랑은 오래 참고, 친절합니다.
사랑은 시기하지 않으며, 뽐내지 않으며, 교만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무례하지 않으며, 자기의 이익을 구하지 않으며, 성을 내지 않으며, 원한을 품지 않습니다.
사랑은 불의를 기뻐하지 않으며 진리와 함께 기뻐합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 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딥니다. _고전13:4-7
하늘땅 흐름 따르는 자연과 사람의 손길로 차려진 밥이 하나님의 사랑이라면
매일 이 밥을 모시고 기운 내는 만큼, 고마운 만큼
우리에게 가르치시고 명하신 사랑을 부단히 해가자 다독이게 됩니다.
서로 밥이 되겠다는 기도를 함께 할 수 있는 관계로, 밥상으로 초대하신 예수님을 떠올리며
밥이 되지 못하는 내 마음과 상태를 밥 먹듯이 알아차리고 비워가기를,
서로 다르고도 같은 우리가 사랑으로 어우러져가기를 기도해요.
함께 밥 짓는 지체의 생생한 고백과 증언을 한 길 가는 벗들과 함께 듣고 나눌 수 있어서 고맙고 행복했습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밥상 밥을 내 몸에 모시듯 함께 살아가는 이들을 소중히 모시며 지낼 힘 가득 받았어요.
고맙습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