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아픔을 내 아픔처럼 느끼는 마음
문익환이 그의 부인 박용길과 주고받았던 수백 장의 옥중 편지엔 양심이란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문익환은 양심을 ‘아픔을 아는 마음’ 즉, 남의 아픔을 내 아픔처럼 느끼는 마음이라 설명한다. 그의 양심은 땅에서, 밥알에서 시작된다. 밥알의 생명이 지탱해 주는 나의 생명. 나의 생명과 이어지는 다른 이들의 생명. 함께 이어져 있음을 느끼기에 더욱 커지는 사랑과 아픔. 문익환은 시대의 고통 속에 그가 사랑하는 만큼 더 큰 아픔을 느끼며, 기도 없이 단 한시도 버틸 수 없었다는 그 어느 날의 밤을 지새웠다.
그럼에도, 생명체를 향한 그의 양심은 기록으로 남아 전쟁과 폭력으로 점철된 역사의 길목에서 여전히 희망을 노래한다. 기록은 새로운 밥알이 되었다. 문익환의 사후 30년 동안 그가 남기고 간 밥알은 수많은 이의 살속, 뼛속, 핏속에 스며들었다. 양심이 되었다. 문익환의 밥알은 작가들의 밥알이 되어, 이들의 밥알은 다음 세대로 밥알을 실어 나른다.
‘2024년 늦봄 문익환 30주기 기념 특별전 - 생명과 평화: 밥알들의 양심’은 그의 사상의 뿌리이자 평생의 화두였던 ‘생명과 평화’에 대한 문익환과 박용길의 치열하고도 환희에 찬 기록을 전시한다. 아울러 통일의 집이 위치한 수유리에 사는 작가들과, 문익환을 기억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함께 전시한다.
고통 속에서도 사랑과 희망을 노래하는 우리들이야말로 밥알들이다. 자근자근 씹혀 스러질지언정 새로운 몸에서 피와 살이 되어 양심을 이어 나가는 우리야 말로 생명이다. 30년 전의 기록과 오늘을 살아가는 작가들이 만나 ‘생명과 평화’의 이야기를 새롭게 쓴다.
2023.11.24. 늦봄문익환기념사업회
개관행사
2023년 11월 30일(목) 오후 3시
관람시간
달(월)~쇠(금) : 오전 10:00 ~ 오후 5:00
흙(토) : 오후 1:00 ~ 오후 5:00
초청 작가
고경일, 권산, 김운성+김서경, 김진희, 레오다브, 밝은공방(박지혜), 이구영, 이세림, 이하,
임대니, 임의진, 정경숙, 조정태, 최병수, 토기장이의 집(윤경순+신상엽), 허윤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