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적절한 타이밍에 서로 배움이었다고 생각해요.
일방적으로 강의를 듣기만 하면 막상 소화되는 부분도 적고 일상과 유리된 배움이 되기 쉬운데, 함께 배우는 벗들과 나누는 시간 가지니 새로운 질문도 생기고 이해의 폭도 넓어지는 것 느껴요.
나눔하려다보니 그동안 썼던 후기들 다시 읽어보았는데, 어떤 마음으로 공부 시작했는지 무엇을 배웠는지 되집어보고 다시금 동기부여받을 수 있었어요.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들 위주로 정리해보았어요.
ㅇ 공동체/한몸살이만이 하나님나라를 실현하는 방법인가요?
저도 1년 넘게 한몸살이 이어오며 종종 하게되는 질문이었어요. 한몸살이에는 분명한 각오와 그에 맞는 삶이 요구되기에 섣불리 확언하지 못하면서도 구체적인 부르심을 확인하고 싶은 이중적인 마음이 있었지요. 결국 믿음은 '받아들임'의 영역이기에 100% 납득시켜달라고 억지부릴 수는 없겠지만, 양털로 하나님을 시험했던 기드온처럼 확인받고 싶은 마음이 제게도 있는 것 같아요. 광호 목사님은 은거하며 생활하는 수도원 공동체, 홀로 사역하는 오지 선교사, 사회적 폭력에 맞서 싸우는 현장 활동가… 하나님나라를 이루어가는 데에는 다양한 부르심이 있지만 '나를 한몸살이로 부르셨다'는 것에 대한 확신은 있다고 하셨어요. 구체적인 부르심의 사건(한 청년의 질문)도 가지고 계셨지요. 이야기 들으면서 '이 길이냐 저 길이냐' 하는 방법론에 주목하기 보다 하나님나라를 간절히 원하는 마음, 나와 하나님 사이의 교제에 집중한다면 '어느 길이든' 부르신 자리와 주어진 관계에 감사함으로 참여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들었어요.
ㅇ 부르심 없이 친밀한 관계만으로는 안되나요?
은샘누나가 교회 청년부와 KSCF에서의 관계의 경험을 나눠주었어요. 같이 먹고 놀면서 친해지는 활동에 집중했던 공동체는 위기의 순간에 정서적 유대가 깨지니 와르르 무너졌는데, 말씀(부르심)으로 세워진 관계는 한 뜻 품은 동지로서의 신뢰가 쌓이니 개인적 친밀감이나 호불호가 중요치 않아졌다고 했어요. 지난 강의 때, 교도소에서도 사람들은 같은 집에서, 같은 옷을 입고, 같은 것을 먹는다며 '부르심'이 중요하다는 이야기 해주셨어요. 없이있는마을에서 공동체를 세우는 과정에서 교회로서의 부르심을 잃어버린 채 그저 '연명'하고 있다 여겨지면 바로 그만두기로 했다는 이야기도 들었지요. 이야기를 듣다가 잠언 말씀이 떠올랐어요. "묵시가 없으면 백성이 방자히 행하거니와 율법을 지키는 자는 복이 있느니라"(잠29:19) 하나님의 말씀(계시, Vision)이 없는 공동체는 제멋대로 날뛰다가 망하는 일만 골라서 한다는 뜻이예요.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척하며 교묘하게 자기의 안위와 공로를 내세우려는 우리의 습을 떠올릴 때, 공동체가 부르심을 바로 세우는 일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아요. 그러나 포기하지 맙시다. 목숨보다 소중한 부르심을 발견한 이들은 그 부르심이 그들을 붙들어줍니다.
"내가 뜻을 이루는 것이 아니다. 뜻을 찾으면 뜻이 나를 살려주고 나를 위대케 한다.
사람이 가슴속에 한 조각 뜻, 이상을 품고 거기 가기 위하여 목숨을 아끼지 않을 때까지 산 사람이고 그 이상이 한번 죽어 놓으면 살았어도 송장이다.
사람이 그 다해야할 사명이 있을 때 까지는 죽지 않는다."
- <함석헌, 뜻으로 본 한국 역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