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이 문제(?)라는 건 일하면서 줄곧 느껴왔다. 하지만 “산림을 보호할 대상으로만 여기는 건 확증편향적”(산림청장이 한 말이다)이라고 여기는 기관을 향해 빨리 달라지라고 말하는 건 어쩌면 불가능에 가까웠다.
유럽의 아주 오래된 나무는 멸종위기종 이끼의 핵심 서식지라고 한다. 태풍 등 자연현상에 쓰러진 나무는 곧 흙이 돼 수많은 생물을 살린다고 한다.
이런 기사 소재들을 찾아냈던 건 스스로 나름 지치지 않을 방편이었는데, 정작 일상 동선에서 나무를 만나볼 생각은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날 강의를 듣고 다음 날 공교롭게 산림청 기사를 썼다. 과하게 이입했던 까닭일까. 전달하고 싶은 말이 있을수록 기사를 담백하게 쓰라는 조언을 들었다. 최진우 선생님이 시민들과 도심 가로수를 조사하고, 정부가 바뀌길 기다리기보다 주변 나무부터 관찰하라고 말했던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사실 내게도 나무와 숲은 답답하거나 위로가 필요할 때 떠오르는 존재였다. 일터 근처에 놀이터가 있는데, 몸 마음 전환이 필요할 때마다 그곳으로 향한다. 아름드리 나무들이 있어서다. 몸은 숲을 찾고 있는데 머리로는 도시 나무들은 진짜 나무가 아니라고 여겨왔던 것 같다.
나무가 우리에게 도움을 주기 때문에 보호해야 한다는 인간주의적 관점 말고 가까운 일상 동선에서 함께 살아갈 친구로 여겨야 한다는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나무는 처음부터 생명인데 인간이 자원으로 대했다가 다시 권리를 부여하는 게 모순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또 나무에게 권리를 부여한다는 표현이 아직 낯설지만, 이젠 괜히 나무들 있나 한번 더 둘러보고 이전과 다른 존재로 다가오니 반갑고 즐겁다. (가로수들 대부분 크기가 작고 가지도 많이 잘려나갔지만 그 모습도 새삼 아름다웠다)
아무튼 이 강의를 듣고 나무와 인격적으로 더 친해지고 싶다는 마음 들었다. 예전에 마을 동생이 본인이 관찰하는 나무가 있다며 소개해준 적이 있는데 나도 회사 앞 놀이터에서 유독 눈에 띄는 그 나무를 자세히 관찰하고 친해져보려고 한다. 이름도 정했다. ‘아름이’다.
첫댓글 말로만 듣던 아름이! ^^ 오가며 잘 만나고 쉼이되길 응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