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들으며,
어린시절 여름 한창 가뭄이었을 때, 수도물이 나오지 않았던 일이 떠올랐다.
단수 예고가 나오면, 집에서는 물을 받아놓으려고 분주했다.
그 중 가장 많은 물을 담아둘 수 있는 곳은 욕조였다.
받아 놓은 물은 생존의 우선순위에 따라 사용했다.
마시는 것, 먹는 것... 씻는 것은 최소한으로~
단수 기간이 길어지면, 물을 가득 실고 온 소방차가 와서 물을 나누어 주었다.
그렇게 반가운 물을 받기 위해 물통을 들고 줄을 섰다.
자연재해로 인해 기반 시설을 쓸 수 없는 지역의 이야기가 아니다.
도시에 살았지만 가뭄이 한창일 때의 이야기가 아니라, 가물 때마다 종종 있었던 일이다.
요즘 같으면 난리날 일이다.
군대에서 2주간 야영을 할 때, 물을 길어오기 위해 긴 호스를 들고 천의 상류로 오랫동안 올랐던 경험도 떠올랐다.
밖에서 어렵사리 찾은 물을 참 잘 썼던 기억이 난다.
현대 산업사회는 물을 어떻게든 끊이지 않게 하려고 기반시설을 다지고 조성한다.
물을 가득 담아두려고 바닥을 깊게 파는 공사하고, 물 주변의 경관을 멋진 관광/조경 상품으로 만든다.
강의 모레톱은 사라지고 그곳을 터삼아 살아가는 생명들이 사라진다.
물이 고이니 오수 등으로 인한 과잉 양분으로 녹조 현상이 많아지고 썩는다.
물이 끊이지 않는 문명이 만든 결과는 물이 소중한 지 모르고 막 쓰는 사태를 낳았다.
앞에서 떠오른 사건은 물에 대한 불편한 경험이었지만, 물의 소중함을 새기는 것이었다.
그래서 일까 지금도 물을 막 쓰는 것이 거슬릴 때가 있다.
물이 소중함을 자각하는 사건이 일상에 깃들 때, 그에 걸맞는 문화와 문명이 만들어지겠다.
지금 나에게 물이 소중함을 느끼는 자리는 어디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