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과정의 절반을 마치고 후반부(5강 ~ 8강)를 맞이하며 ‘복음서 새롭게 다시 읽기’ 의 본격적인 여정을 지나고 있습니다. 제가 가진 상식과 상상의 경계에서 잘 이해되고 헤아려지는 부분도 있고 아직 생소하고 낯설게 느끼지는 부분도 있네요.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아 보게 됨은
나의 ‘상식과 깨우침’의 수준이 충분히 지혜롭고 넓은 지경에 있는지, 아니면 협소하게 굳어진 아둔함으로 깨우침을 거부하고 있지 않은지 자문자답해 봅니다.
강의 내용을 쫓아가며 새로운 얼개와 세계관을 마주할 때면 묘한 해방감과 앎의 기쁨도 생기고 또한 어떤 불안(과연 그런가? 그래도 되나?)도 느껴지네요.
오늘 강의도 신선하고 낯선, 그래서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배움의 시간이었습니다.
초대교회 마태 공동체는 예수님의 위상을 모세와 견주어 설명하며 예수가 새로운 모세이되 모세보다 훨씬 더 위대한 분임을 주장하고 있다고 목사님은 말씀하셨어요.
예수님과 모세의 탄생 이야기, 갈등 구조(악한 통치자 – 헤롯왕 vs 파라오), 가르침(모세오경 vs 산상설교/파견설교/비유설교/공동체설교/심판설교) 등의 병행되는 구도를 통해서 말이지요.
마태복음 저자의 이러한 구성 의도는 마태복음을 집필할 당시 ‘크리스천 유대교’ 와 ‘바리새파 유대교’ 사이의 갈등, 충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안내해 주셨습니다.
마태복음이 쓰여질 당시 시대 상황은 로마제국에 의해 이스라엘이 멸망을 당하게 됩니다. 유대인들은 고국 땅에서 쫓겨나 디아스포라 상황에서 민족공동체가 해체되는 비운을 맞이하게 되지요.
이에 마태 공동체는 민족공동체의 구심점 회복을 우선 순위로 두게 되고 이런 정황으로 나타난 민족주의 성격은 10장 5~6절 (제자 파견), 15장 24절(가나안 여인의 요청)에서 나타납니다.
즉, 예수님의 말이 아닌 마태 공동체의 의지가 담겨 표현되었다는 설명이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마태복음 5장에 나타나는 팔복(八福)의 구성 또한 누가복음 6장의 사복사화(四福四禍)와 다름도 설명해 주셨는데 참 흥미로웠어요.
마태복음에서 팔복이 가리키는 ‘복 있는 자들’ 은 보살핌과 배려 받아야하는 연약한 민초 같은 존재가 아님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성장과 성숙’을 거치며 당당하게 주체로 거듭난 완성형으로 선포된 모습에 가슴이 뜨거워지기도 했습니다.
‘너희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 가 아닌 ‘너희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다’ 라는 마태 공동체의 선언은 환난과 핍박의 일상에서 핍절하여 세속 권력에 주눅 든, 겨우겨우 하나님 나라 운동을 ‘연명’ 해가는 한계적 존재가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이미 세상의 빛과 소금이다’ 라는 '소명과 역할' 을 확고히 하면서 하나님 나라 운동을 능동적이고 당당하게 해갈 수 있는 주체적 존재임을 선포하고 있어요.
문득, 우리의 일제강점기 때 두려움 떨치고 분연히 일어섰던 독립항쟁의 역사와 수 많은 독립투사분들의 기상이 겹쳐지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신앙인이라면 익히 잘 알고 있는 '일하는 시간이 달라도 똑같은 품삯' 에 대한 이야기, '달란트의 비유' '혼인잔치의 비유' 를 다른 측면으로 바라보면서 또 다른 메세지를 접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성경을 그 시대의 역사적 흐름과 맥락(사건 주체, 갈등 상황, 대상, 시대의 차이 등)을 염두해 두고 읽게 되니 그동안 미쳐 읽히지 않았던(읽을 수 없었던) 구도가 눈에 들어와 신기했습니다.
새롭게 느끼고 알게 되는 만큼 진솔하게 제 자신의 부족함을 고백하고 하나님께 더 나아가길 더 지혜롭게 분별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