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 가치, 차이, 새로운 배치
안녕하세요, 잇고짓고에 함께하게 된 지영입니다.
모임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자꾸만 머릿속에 맴도는 말들은 ‘진리의 가치’ 와 ‘차이’ 그리고 ‘새로운 배치’ 였습니다.
첫 번째, 진리 효과 내지 가치는 '진리는 있는가'라는 오랜 질문을 갖고 있는 제 마음에 작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고정되고 절대적인 진리가 있어서 그것을 믿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진리가 어떤 한 주체에게 들어앉아 그 주체가 믿음으로 인하여 어떠한 효과가 있고 가치가 있는지가 중요하다’라는 것입니다. (여러 철학자의 여러 진리 이야기를 한번에 나누어, 누구의 말이었는지 정확히는 기억하기 어렵지만 아마도 니체의 말에 또 다른 철학자의 말이 엉겨붙은 것 같습니다) 진리가 있다고 혹은 없다고 확신하는 사람들과 나누기 어려운 이야기를 역사에 남은 철학자의 말들을 빌어 듣고, 이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었습니다.
다행이었습니다. 진리가 없지도 있지도 않은 듯한 아리송하였던 시간들, 그리하여 어느 집단에도 속하기 어려워 고단했던 마음들이 조금은 위로받는 시간이었습니다. 헤겔이 ‘진리란 절대정신이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진리의 기준을 계속 정정해 가는 “과정”’이라 설명하였듯, 진리라는 것은 어쩌면 나의 삶동안 그저 묻고 더듬더듬거리는 일의 반복에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번째는 들뢰즈, 가타리가 말한 ‘차이’가 기억에 남습니다. 이들은 타인과 나 사이의 차이 앞에서 ‘너와 나는 이러한 차이가 있구나. 너는 너이고 나는 나이지. 그래 인정해’ 같은 자유주의적 태도와는 다른 태도를 요구하였습니다. 내가 누군가를 만나 혹은 어떤 사건을 겪어 ‘나 자신이 다른 존재로 변이하는 것’이라 말하였습니다. 또한 목격한 차이를 참고 견뎌야 하는 것으로 여기지 않고 도리어 반갑고 고무되어야 하는 것이라 설명하였습니다. 덜컥 질문이 들었습니다. “내가 변하고 싶지 않은 차이 앞에서는 무얼 해야하나? 이들에게 어떤 비판을 받을까?” 같은 질문이요. 모든 차이를 반갑게 맞아들일 수 없는 마음을 발견하였습니다.
나아가 차이가 없이는 반복될 수 없다는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정말 같아 보이는 일이라도 결국 같아 ‘보일’ 뿐, ‘같지’는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주 미세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이 특이한 차이를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하였습니다. 이 작은 차이가 인간에게 어떠한 변화를 가져다 주기 때문입니다. 공부를 주로 해야 하는 따분한 일상을 살고 있는 요즘, 행복은 이 일상 바깥과 끝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이 이야기는 새로운 시선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행복, 진리 등은 어디 멋진 곳에 도착해야만 팡-하고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존재하는 작은 원 안에서 발견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은 마찬가지로 들뢰즈, 가타리가 말한 사건과 관련된 철학에서 나오는 말입니다. ‘사물의 의미는 고정되지 않고 다른 이웃항과 접속함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배치마다 만나는 이웃항에 따라 “나” 또한 수많이 수없이 반복되며 달라진다’는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모임을 마무리하며 어떤 기대를 가지고 모임에 함께하게 되었느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저에겐 ‘어떻게 살아야 할까’ 같은 크고 어려운 질문이 몇몇 있습니다. 현재 가족, 친구들로 이루어진 관계 또한 무척이나 소중하고 이들 속에서 잡히는 실마리도 있지만, 새로운 관계, 새로운 배치에서 오는 다른 실마리도 필요하였습니다. 팍팍한 일상을 조금이라도 풍요롭게 가꾸어 나가기 위하여, 또 다른 욕망을 발견하고 다른 힘을 찾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 후기 또한 어떤 마음으로 이 새로운 배치 속으로 나를 이끌고 왔는지 기억하고자 적었습니다. 반갑게 환영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앞으로 함께 즐겁게 사유하며 가을을 보내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진솔한 나눔 고마워요. 지난 시간 정리한 내용이 지영씨에게 얼마나 다가갔으려나 싶었는데, 글 읽으며 제 기우였음을 확인했네용~^^ 우리 같이 삶 속 미세하고 접혀있는 사건들 잘 발견해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