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러운 일
김세영
개망초 꽃잎이 발에 밟혀도
매미가 솔방울처럼 발길에 차여도
산책길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붕어빵 한 봉지의 뼛가루로
산의 풀숲에 뿌려지는 것도
자연스러운 마무리이다
깨어있는 많은 날
노심초사하며 심지를 다 태워 버리고
안식의 집에 들어가는 것도
자연스러운 한 생이다
세상에 갇혀 살았으니
벌거숭이 천문의 시납시스를
당산나무 가지처럼
이제, 언덕에 세우면 된다
보이저호가 헬리오포즈*를 벗어나듯
우주여행을 떠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버킷리스트이다
상여 노래를 애달피 부르지 마라
흑인 영가라도 흥겹게 부를 일이다
흰나비처럼 승무를 출 일이다.
굽은 손가락 사이로
마지막 남은 기파가 빠져나갈 때까지
손바닥 속, 이승의 기억을
벽조목 염주처럼 여물어지도록
매만지고 다듬는 것이
나의 마지막, 자연스러운 일이다.
*heliopause: 태양풍이 성간 공간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강력한 우주선과 충돌하는 이 거품 영역의 가장자리에 있는 뜨겁고 두꺼운 플라스마 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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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사람> 2023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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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 시조
자연스러운 일 /김세영, <문학과 사람> 2023 가을호
김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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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07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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