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안개 / 최연숙
겨울비의 꼬리가 길다
짙은 안개 속으로 끌려온 실체는 무엇인가
누군가는 예술이 화려한 허울을 쓰고
경제 위에서 꽃 피운다는데
자본이 사고파는 것이 어찌 예술 뿐인가
겨울비가 변두리 모퉁이로 몰려가고
퇴근길 김 노인이 찢어진 비닐봉지를 날리며
다리를 절뚝이며 지나간다
노인은 고물상 철물을 정리해주고
몇천 원을 받아 돌아오는 길이다
노인의 팔과 다리는 날카로운 철 끝이
빗금을 제멋대로 그어놓았다
함석지붕을 다닥이는 빗소리가 끊기고
방문이 가볍게 닫힌다
산다는 것은 시간을 견디는 것
시간이 사람을 붙드는 것
부품공장에서 녹슨 기계를 만지던
만수의 목에서도 붉은 쇳소리가 난다
내일은 세상도 기계도 팽팽 돌아가야
가난한 몇몇 시인이
목구멍에 풀칠이라도 할 수 있을 터인데
카페 게시글
현대시 · 시조
겨울 안개 / 최연숙(필명:최금하)
이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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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1
22.11.16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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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동적으로 다가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