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첼로
김세영
안개의 주정酒精을 밤새 마셔
만취된 깃털의 지느러미로
심해어처럼 유영한다
심저의 음자리 C2 현 위로
안단테의 보폭으로
흉통을 움켜쥔 손으로
아프게 두드려도
두드려도 열어주지 않던
심장의 방문들을 이제사
모두 열어 보인다
손금처럼 잔잔히 갈라진
거울 검색대 위에
검은 피톨들, 엉킨 피딱지들을
모두 내어 놓는다
텅 비어버린 울림통의 결을
바람의 손끝이 짚어가며 소리를 낸다
어릴 때, 귓불을 만져주던 우물 속 울림 같은
태아 때, 알몸을 휘감아주던 양수 속 해조 같은
혼령 때, 춤사위로 흐르던 파동 속 율려律呂 같은
『문학과 사람』 2018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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