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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스컴을 통해서 전해지는 이야기는 부모가 자식에게 학대받고, 며느리가 시모를 남편 몰래 구박주는 비정상적인 이야기들을 자주 접하게 되어 세상이 한참은 잘못 되었다고 생각해 본 적이 많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삭막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몇 년 동안의 새로운 체험 즉 새로운 직업을 통해서 이 세상엔 선량한 사람이 대부분이고 몰염치하고 예의를 갖추지 못한 사람은 소수란 걸 느꼈습니다.
작년에 인터넷에서 마흔 여섯의 막내 아들이 주문 제작한 알루미늄 지게 위에 아흔에 가까운 아버지를 모시고 금강산 구경을 시켜드리는 모습의 사진을 보고 나 자신이 자식으로서의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어젯밤 모 방송에서 노모를 낮에는 컨테이너 트럭에서, 밤에는 집에서 극진하게 간병하는 효자를 보았습니다. 방송이 끝나고 잠시 숙연해졌습니다. 風樹之嘆: 바람과 나무의 탄식이란 말로, 효도를 다하지 못한 자식의 슬픔이란 글귀가 생각납니다.
현재 77세의 어머니는 넘어지면서 뇌를 다쳐 뇌수술을 수 년 동안 몇 차례 한 결과 지능이 유치원생 정도가 되어 어머니를 간병하지 않고는 안 될 처지가 되었답니다. 이 아들 외에는 간병할 가족도 없었습니다. 어머니 때문에 마흔 네살이 되도록 결혼도 할 수 없었습니다. 아들은 자기 직장인 컨테이너 트럭 운전석 뒤에 어머니를 모시고 간병키로 하였습니다. 매일 집에서 준비해 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여 드리고 기저귀를 갈아 드리는 등, 정성을 다하는 모습은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이었습니다. 근무를 마치면 1톤 트럭에 다시 어머니를 모시고 한 시간을 달려야 집에 돌아올 수가 있습니다. 집에 돌아오면 이 아들의 할 일들이 많겠지요. 식사 준비며 노모의 머리를 감기는 등, 그래도 짜증내지 않고 아들은 어머니를 위해 대화하고 노래를 불러 드리며 싫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어머니 모시고 울릉도 구경을 시켜드리고 싶다니 더욱 놀랍습니다. 이런 효자 아들을 위해 그의 소속 회사가 많은 이해와 협조를 해 주었다니 그래도 살 맛이 나는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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