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게 안전을! 화물노동자에게 권리를!’
화물연대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서면서 내건 구호입니다. 지극히 합당한 구호입니다. 화물노동자의 권리가 우리 모두의 안전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화물노동자들의 일터는 시민들이 오가는 도로입니다. 때문에 화물노동자의 과적과 과속, 과로는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협합니다. 지금 누가 화물노동자에게 과적과 과속과 과로를 강요하고 있습니까? 이윤에만 눈이 먼 기업들 아닙니까? 안전운임제 확대약속을 저버린 윤석열 정부 아닙니까? 화물노동자가 안전하게 운행할 권리를 얻어야 우리도 안전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모두의 안전을 위해 화물연대 노동자들이 꼭 승리하길 바랍니다.
건설과 조선업처럼 반도체 전자산업도 외주화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삼성전기 같은 대기업부터 시그네틱스 같은 중소기업까지, 대부분의 현장노동자는 사내하청입니다.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공장도 공급망과 계약망을 따라서 1,2,3차 하청으로 복잡하게 얽혀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위험한 작업들이 가장 먼저 외주화되고 있습니다. 자동화된 공장에 화학물질을 공급하는 일, 공장 안팎의 설비와 인프라를 유지보수하는 일, 오염된 설비를 세척하는 일, 폐수와 배기시설 작업처럼 독성화학물질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작업들입니다.
위험의 외주화는 위험한 일을 하청에 떠넘기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외주화로 인해 위험이 가중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외주화는 위험정보 소통을 가로막기 때문입니다. 원청과의 불평등한 관계 또한 안전한 작업을 어렵게 합니다. 원청이 물량압박을 가하면 위험한 잔류가스를 제거할 여유도 없이 반도체설비 뚜껑을 열고 작업을 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심지어 사고가 발생해도 하청노동자들에게는 대피할 자유도 주어지지 않습니다. 삼성에서 불산이 누출됐을 때, LG디스플레이에서 TMAH라는 독성물질이 누출됐을 때, 하청노동자들은 작업을 계속하고 사고를 수습하다 목숨을 잃었습니다.
머지않아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는 하청노동자들도 노조를 만들어 싸울 날이 올 것입니다. 노동조건을 개선하려면, 무엇보다 일하다 죽지 않고 병들지 않고 다치지 않으려면 하청노동자들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투쟁은 하청업체 사장이 아니라, 삼성과의 교섭을 요구하게 될 것입니다. 안전한 작업은 협력업체 사장이 아니라 삼성이 나서야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설 때, 삼성이 ‘불법파업’ 운운하며 ‘거액의 손배소송’을 휘두르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괜한 우려가 아닙니다. 2012년 폭로된 ‘삼성그룹 노사전략 문건’은 계열사 경영진에게 이렇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고액의 손해배상 및 가처분 신청 등을 통해 경제적 압력을 가중시켜 활동을 차단하고 식물노조로 만든 뒤 노조해산을 유도’ 하라구요. 노조탄압에 가장 앞장서왔던 삼성이 앞으로는 이렇게 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요.
노동자들이 병들지 않고 죽지않고 일하려면 많은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런 변화에는 비용이 들고, 기업은 스스로 비용이 드는 일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힘을 모을 수 있어야 합니다. 하청노동자에게도 특수고용노동자에게도 노동 3권이 필요합니다.
한국은 ILO 협약을 비준했고, 국제법상의 의무를 지켜야 합니다. ILO는 이미 국내법이 협약을 위반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개정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국회는 지체없이 ILO 협약에 맞게 노조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계약 관계나 고용상 지위와 상관없이 모든 노동자가 노동조합으로 단결하고, 자신의 노동조건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진짜 사장과 교섭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파업을 했다는 이유로 손배 가압류를 당해 생계를 위협당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며 국제협약을 위반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 좌시하지 말아야 합니다. 지금 당장 노조법 2,3조 개정이 필요합니다
<보도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