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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 반 올 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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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신 | 제 언론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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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입장] 서울행정법원 작업환경측정보고서 비공개 1심 판결에 대한 반올림 입장 | |
발신일 | 2020. 03. 04. (수) | |
문 의 | 02-3496-5067 (반올림 사무실), 010-4322-2259 (조승규 상임활동가 / 노무사) |
1. 정론 직필을 위해 애쓰시는 귀 언론사에 감사드립니다.
2. 지난 2월 20일 서울행정법원(1심)은 삼성 작업환경측정보고서에 대해 비공개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는 이전 대전고등법원의 공개판결과 배치되는 것으로, 국민의 알 권리와 노동자의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한 결정입니다.
3. 이번 판결은 그럴듯하게 비공개 이유들을 적고 있지만, 하나씩 따져보면 문제가 많습니다. 법원이 법리적으로 따져봐야 할 부분들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으면서, 산자부의 국가핵심기술 판정만을 일방적으로 편들었습니다. 또한 노동자의 절박한 알권리 요구에 대해서는 자의적으로 필요없는 것이라 일축하고, 알권리의 범위를 매우 협소하게만 해석하였습니다. 이는 삼성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편든 것으로 지난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판단과 궤를 같이하는 것입니다.
4. 노동자들이 투명하게 알지 못하면 직업병 문제는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피해자들이 문제되는 유해물질을 확인하고, 진정 안전한 사업장을 요구할 수 있도록 작업환경측정보고서에 대한 알 권리는 충분히 보장되어야 합니다. 이에 반올림은 3월 2일 항소를 제기하였고, 아래와 같이 서울행정법원 판결에 대한 비판 성명을 작성하였습니다.
5. 참고로 산업기술보호법이 개악된 배경에는 바로 이번 반올림의 작업환경측정보고서 정보공개청구 소송이 있었습니다. 이 소송을 겨냥하여 일부 의원들이 삼성을 편들면서 정보공개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그것이 법으로 들어선 것입니다. 그런 만큼 이번 사안은 내일 3월 5일 오후 2시에 진행되는 산업기술보호법 헌법소송과도 연결됩니다. 작업환경측정보고서 소송과 산업기술보호법 헌법소송에 기자 분들의 많은 관심과 취재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서울행정법원 작업환경측정보고서 비공개 판결에 대한 반올림 입장
서울행정법원은 올해 2월 20일에 삼성 작업환경측정보고서 정보공개청구소송(2018구합80698)에 대해 비공개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큰 틀에서 지난 2018년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재결과 유사하다. 작업환경측정보고서는 산자부가 국가핵심기술이라고 지정했으니 비공개정보이고, 직업병 피해자들에게 이 자료를 굳이 제공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번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은 직업병 피해자들의 알권리를 무시한 결과로 매우 실망스럽다. 반올림으로서는 판결문의 근거 하나하나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내용들이어서, 어느 부분부터 비판해야할지 고민스러울 지경이다. 이번 판결 중에서 특히 문제가 큰 지점들을 추려보자면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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⓵ 산자부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했으므로 비공개되어야 한다?
서울행정법원은 이번 작업환경측정보고서 비공개판결에서 산자부의 국가핵심기술 판정을 강조하였다. 산자부의 국가핵심기술 판정은 ‘최고 전문가’들이 내린 고도의 ‘전문적인 판단’이므로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행정법원은 행정청의 잘못된 처분을 바로잡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그런데 낯뜨거운 수식어를 붙여가며 산자부의 판단을 칭송하기 바쁘다니 부끄럽지도 않은가. 산자부의 국가핵심기술 지정은 법적으로 엄정히 따져보아야 할 지점들이 많다. 정보공개를 가로막을 목적으로, 특정 기술도 아니고 특정 문서에 대해 국가핵심기술 확인신청을 하는 것이 적법한가? 작업환경측정보고서가 산자부의 말처럼 정말 기술유출의 우려가 있을 만한 자료인가? 국가핵심기술과 관련된 정보면 바로 비공개되어야 하는가? 서울행정법원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서 그저 산자부의 결정을 치켜세우는 방식으로 피해갔다. 이건 행정법원이 본연의 소임을 포기한 것과 다름이 없다.
이번 비공개 판결은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이 고려된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것으로 개정 산업기술보호법에 대한 시민사회의 우려는 전혀 과장이 아니었음이 확인되었다. 이제 기업들은 숨기고 싶은 것이 있다면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요청하기만 하면 된다. 국가핵심기술을 판정하는 사람들은 그 자료가 왜 필요한지는 관심가지지 않고 단지 기술 이름만 보고 국가핵심기술이라 판정한다. 그러면 법원은 산자부가 ‘전문적인 판단’을 한 것이니 비공개가 옳다는 판결을 내릴 것이다. 이렇게 기업이 위험을 감추는 게 편해진 만큼, 앞으로 위험을 드러내고 입증해야 하는 이들은 더욱 힘겨워졌다. 직업병 피해자와 위험환경을 개선하려는 이들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현실이다.
⓶ 사업장 내 게시만으로 알권리는 충분하다?
서울행정법원은 작업환경측정보고서가 사업장에 게시되어 있으므로 별도 공개는 필요가 없다고 보았다. 현직자들은 사업장에서 자료를 볼 수 있고, 퇴직자들은 과거에 자료를 볼 수 있었으므로 알권리 보장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유해물질에 대한 알권리는 직업병 문제를 규명하고 해결하기 위한 핵심적인 요소이다. 따라서 그 누구보다도 직업병에 걸린 피해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단지 회사 내에 게시되어 있다거나 회사가 일회적인 설명회를 했다는 형식적인 사정만으로 작업환경측정보고서에 대한 알 권리가 충족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진정 알권리가 충족되려면 실제로 피해자들이 작업환경측정보고서에 있는 유해물질들을 확인하고 연관성을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이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이들이 있다. 바로 하청업체 노동자들과 직업병 사망 노동자의 유족이다. 유족들은 작업환경측정보고서를 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또한 그 보고서가 같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에까지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번 소송의 대상이 된 정보공개청구도 반올림이 하청업체 노동자와 사망하신 노동자에 대해 산재신청을 대리하면서 진행한 것이었다. 그런데도 서울행정법원은 이들이 처한 현실에 대해 외면하는 판결을 내렸다.
⓷ 작업환경측정보고서는 측정결과만으로 충분한 자료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이미 측정결과에 대해서는 공개되고 있으므로, 그 이상 작업환경측정보고서의 다른 정보들까지 공개될 필요는 없다고 하였다. 측정결과만 알면 그것으로 작업환경이 노동자의 건강에 미쳤을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디서 측정한 것인지도 모르고, 왜 이 물질들을 대상으로 측정했는지도 모르는 측정결과가 직업병 피해자들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측정장소(공정)가 적혀있지 않으면, 회사가 내가 일한 곳이 아닌 다른 곳의 자료를 주더라도 대응할 방법이 없다. 그리고 사용물질 리스트를 모르면, 측정결과에서 일부 유해물질이 누락되어 있더라도 지적할 방법이 없다. 즉 측정결과만 보면 된다는 말은 회사가 주는 대로만 받으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이번 재판에서 반올림 측은 그간 삼성이 산재 과정에서 공단에 제출한 작업환경측정보고서가 왜 문제가 있는지 하나씩 검토해 제출하였다. 삼성이 과거 제출한 자료들은 정말 공공기관에 제출한 자료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터무니없는 수준이었다. 전체적인 노출을 알지 못하게 매우 협소한 부분만 포함시켰고, 주요한 부산물에 대해 측정 자체를 하지 않은 경우도 많았으며, 과거 자료에 대해서는 아예 제출하지도 않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삼성의 잘못된 행태를 다 보고도 어떻게 삼성이 주는 대로만 받으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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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판결은 무리하게 삼성의 입장만을 반영하다 보니 많은 부분을 놓쳤다. 국가핵심기술 지정과 관련하여 법리적 문제들은 없는가? 직업병 피해자에게 알 권리는 제대로 보장되고 있는가? 측정결과 부분만 공개되면 어떤 문제들이 발생될 수 있는가? 등등.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판사들이 깊이 고민했다면 이번과 같은 실망스런 판결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반올림은 알권리를 짓밟은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에 분노하며,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기 위해 항소 등 필요한 모든 활동들을 다해 나갈 것이다.
2020. 03. 04.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참고] 반올림 작업환경측정보고서 정보공개청구 소송 정보
[소송 진행 경과]
2014.10. 온양공장 백혈병 사망자 유족 삼성 온양공장 작업환경측정보고서 정보공개청구
2018.2. 대전고등법원 삼성 온양공장 작업환경측정보고서 정보공개 판결
2018.2~4. 삼성반도체,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산재진행 건과 관련 추가적 정보공개청구
2018.4. 산업통상자원부 삼성 작업환경측정보고서 국가핵심기술 판정
2018.7. 중앙행정심판위원회 작업환경측정보고서 비공개 결정
2018.10. 반올림 행정소송 제기
2020.2. 서울행정법원 삼성반도체 작업환경측정보고서 비공개 판결
[진행 중인 소송]
서울행정법원 2018구합80698
삼성반도체 기흥, 화성공장 작업환경측정보고서 청구
이종란 (백혈병 사망자 김OO, 협력업체 림프종 사망자 황OO 대리인)
* 이번 판결
대전지방법원 2018구합107076
삼성디스플레이 천안공장 작업환경측정보고서 청구
김OO (림프종 피해자)
대전지방법원 2018구합107083
삼성SDI 천안공장 작업환경측정보고서 청구
신OO (림프종 피해자)
* 참고로 삼성이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비공개 재결에 부족함이 있다면서 제기한 소송은 2심 진행 중 (수원고법 2019누127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