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 반 올 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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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신 | 제 언론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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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추모] 평생을 반도체 노동자로 살다 백혈병으로 돌아가신 故이OO님을 추모합니다. |
발신일 | 2023. 01. 08. (일) |
문 의 | 010-4322-2259 (고 이OO님 대리인 반올림 활동가/노무사사무소 씨앗 조승규 노무사) |
평생을 반도체 노동자로 살다 백혈병으로 돌아가신 故이OO님을 추모합니다.
반도체 사업장이 일하다 아프고 죽지 않는 환경이 되기를 바랍니다.
백혈병으로 오랜 투병을 하셨던 이OO님(61년생, 만61세)이 지난 1월 6일 금요일 새벽에 눈을 감으셨습니다. 힘든 항암치료를 오랫동안 꿋꿋하게 버티시면서, 몸 상태가 좋아지면 한번 보자고 말씀하시던 고인의 목소리가 귀에 선합니다. 이OO님이 좋은 곳에서 평안하시길 빌면서, 가족분들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한편 반올림은 지난 10월부터 지금까지 3개월간 무려 다섯분의 부고소식을 접하고 참담한 마음을 감출길 없습니다. 5명 중 4명이 여성노동자의 죽음입니다. 반도체 노동자들의 반복되는 죽음, 특히 여성노동자들의 건강권 문제에 대해 정부와 기업은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더 이상 죽을 수 없습니다.
이OO님은 1979년부터 2016년까지(중간에 약간의 공백기로 총 약 29년 근무) ASE코리아(구 모토로라코리아)의 사내하청업체(세목반도체)에서 근무하였습니다. 반도체 공장이 서울 한복판에 있었을 때부터 반도체가 국가의 주요 수출품목이 될 때까지, 이OO님은 한평생을 반도체 노동자로 살아오셨습니다. 그렇게 한국 반도체의 역사를 모두 함께한 고인에게, 돌아온 것은 훈장이 아니라 무서운 병이었습니다.
이OO님은 2016년에 2월에 (만55세) 백혈병을 진단받았습니다. 백혈병으로 인해 이OO님은 고된 항암치료와 계속되는 재발, 치명적인 부작용과 합병증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고인은 다행히 잘 견뎌내셨습니다. 그래서 2019년 1월 반올림과 함께 산재신청을 하였고,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22년 1월 산재인정 소식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산재인정과는 상관없이 병마는 무서웠고, 결국 올해 1월 고인은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고인은 이제 다시 만날 수 없게 되었지만, 인터뷰 기사(오마이뉴스, 직업병 피해자 이야기)에 고인의 말씀은 남아있습니다. 고인이 산재과정에서, 그리고 인터뷰에서 말씀하셨던 내용의 일부를 고인의 마지막 메시지로 소개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사업장에 존재하는 위험에 대하여 노동자가 제대로 인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IPA와 아세톤을 많이 사용했다. 부품이나 작업공간을 닦을 때 사용했고 몸에 사용하기도 했다. 에폭시 작업을 하다보면 가운이나 손에 묻는다. 그걸 닦아낼 수 있는 게 IPA뿐이다. 다른 걸로는 닦이지 않는다. 그냥 공업용 알코올인 줄 알고 모기 물렸을 때도 소독을 한다며 IPA로 닦았다. 이소프로필알코올이라는 정식 이름은 노무사로부터 처음 들었다.“
- 중소규모 반도체 사업장의 상태와 노동자의 건강상태가 확인되어야 합니다.
"삼성 같은 회사에 비하면, 여기는 완전 옛날에 머물러 있다. 개선이 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1970~1980년대 상태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 당시 쓰던 장비가 아직도 있다. 오래된 장비는 사람이 직접 작업을 수행한다.
“레이저 마킹을 할 때도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마킹 작업이 끝나면 장비 안에 재가 많이 떨어져있다. 쇳가루와 플라스틱 조각이다. 사람 몸을 생각하면 청소기 같은 걸로 재를 빨아들여야 한다. 그런데 '에어'를 사용해서 재를 그냥 날려버린다. 그러면 작업자들이 흡입할 수밖에 없다. 옷에도 쇳가루가 막 붙어있었다."
- 더 이상 아픈 사람이 없도록,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반도체 사업장이 되어야 합니다.
"(동료들에게) 일 때문에 아프다는 말은 안 했다. 다만 오븐 넣을 때 숨을 쉬지 말아라, (오븐에서 꺼낸 반도체 기판이) 식기 전에는 정리를 하지 말아라, 몰랐는데 IPA가 되게 위험한 물질이니 안 쓸 수는 없지만 냄새를 들이마시지는 말아라, 그 정도만 이야기를 했다."
"사장이나 관리자가 옛날 분들이라 인식이 고루하다. 1970~1980년대 인식 그대로다. 작은 회사들은 지금도 주 6일, 주 7일 근무를 한다. 생산량이 안 나오면 밀어붙이면 된다는 인식도 여전하다. 최근까지도 생산량 때문에 밥도 먹지 못한 적이 많다."
* 인터뷰 기사
오마이뉴스, 반도체공장서 일한 29년 3개월... 백혈병에 걸렸습니다, 2022.07.22.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850109
2022. 01. 08.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