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입장은 변함없다-삼성은 교섭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
삼성은 왜 말을 바꾸었나
4월 16일 삼성은 “제3의 중재기구에 대한 반올림의 입장 변화 때문에 혼란스럽다”는 입장을 흘렸다. 언론들은 이 말을 바탕으로 “원점”, “제자리걸음”, “사태 장기화 우려” 등의 기사들을 쏟아냈다.
불과 하루 전까지 “반올림이나 유가족 등 당사자를 배제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며 “전향적으로 빠른 해결책을 찾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던 삼성이 갑자기 말을 돌린 것이다.
반올림의 입장은 변한 적 없이 “교섭장에서 얘기하자”
그러나 보상 문제에 대한 반올림의 입장에는 작년(2013년) 1월에 삼성전자의 대화 제의를 공식적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발표한 이래 전혀 변화한 적이 없다. 직접 만나서 논의하자는 것이다.
다섯 차례의 실무협의와 1차 교섭, 심지어 교섭이 파행으로 끝난 뒤에도 우리는 교섭을 열자고 일관되게 요구해왔다. 이를 위해 수차례 삼성에 공문을 보내고 기자회견, 서명운동, 거리행진 등을 펼친 결과, 마침내 지난 3월 28일 삼성으로부터 4월 16일에 본교섭을 갖자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전향적으로 검토 중” 이라니 환영... 우려도 존재
그런데 2차 본교섭을 이틀 앞둔 지난 14일, 삼성이 “전향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언론보도를 접하게 되었다. 우리는 이날 밤 입장서를 내어 환영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
다만 “진정한 의미의 대화”가 아니라 “사회여론을 호도하려는 단발성 이벤트”에 그칠 우려가 있었다. 그래서, 이미 시작된 반올림과의 교섭에 성실히 임하고 우리 요구안에 구체적으로 답하라고 당부했다. 보상안도 우리 요구안에 들어 있으니 “제3의 중재기구”가 아니라 성실한 교섭을 통해 마련해야 한다는 점도 설명했다. 꼭 제3의 중재기구를 만들고 싶다면 교섭장에서 정식으로 의견을 밝히면 되기 때문이다.
삼성, 교섭 하루 전에 연기를 통보
그런데 삼성은 교섭 하루 전인 4월 15일 아침, “9일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제안에 대해 검토 중이니 교섭을 잠정 연기하고, 향후 일정은 추후 협의하자”며 교섭 연기를 통보했다.
이에 우리는 “협상 일정을 아예 연기하기 보다는 기왕의 일정을 활용하여 양측 3인 이내의 실무협상단이 만나 2차 본교섭 일정을 협의”하자고 이메일과 전화로 제안했다. 당장 실무협상이 어렵다면 다음 교섭 일정을 이번 주 안으로 제안해 달라고도 했다.
그런데 삼성 측은 “9일 제안에 대해 검토 중이니 만날 이유가 없다”라고 반응했다. 몇 시간 전 공문을 보내어 교섭 일정을 협의하자던 삼성의 태도가 갑자기 달라졌다.
바뀐 것은 반올림의 입장이 아니라 삼성의 해석
몇 시간 후, 일부 언론에서 삼성 직업병 문제 해결이 “제자리 걸음”을 할 것 같다는 예측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날인 16일 아침, 삼성이 직접 기자들에게 “반올림의 입장 변화 때문에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에서 설명했듯 실제로 반올림의 입장은 전혀 변한 것이 없다. 바뀐 것은 공개적으로 밝힌 반올림의 요구안과 입장서에 대한 삼성의 ‘해석’이었다.
삼성은 아직 아무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반올림이 요구안을 발표한 이래 넉달 동안 삼성은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한번도 밝힌 적이 없다. 피해자들이 싸워온 지난 7년 동안 단 한번도 ‘보상’을 말한 적 없다. 심지어 피해자들의 존재조차 인정한 적이 없다.
삼성은 그저 “제3의 중재기구를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을 뿐이다. 그런데 언론들은 마치 삼성 직업병 문제가 다 해결된 것처럼 흥분했다. 이틀 뒤 삼성이 “유보 중”이라고 말을 바꾸자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간 듯이 보도했다.
사실 삼성은 아무런 대책도 말한 적 없고, 수포로 돌아간 것도 없다. 이틀 만에 삼성 고위급 인사들의 생각이 이랬다 저랬다 했다는 것, 이것이 전부다.
반올림의 입장도 삼성의 해석대로 보도
반올림의 입장마저 삼성의 해석에 따라 보도되고 있다. “중재기구가 아니라 이미 시작된 교섭을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하지 않는가”라는 우리의 상식적인 질문은 삼성과 언론의 가공을 거쳐 “중재기구는 절대로 안된다”라는 경직된 언어로 재탄생되었다. 삼성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며 싸워온 우리는 어느새 삼성의 “검토”를 “유보”시킨 어리석은 집단으로 매도당하고 있었다.
삼성이 반올림의 요구안과 입장서에 담긴 표현을 교묘하게 왜곡하여 확대 재생산했고, 여기에 대다수 언론이 앞다투어 호응한 결과다.
언론 플레이로 우리를 꺾을 수 없다
삼성이 정확한 사실보다는 그들의 말을 받아적는데 바쁜 언론을 이용하여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첫째는 이미 약속되었던 교섭을 일방적으로 미루고 시간을 버는 것이며, 둘째는 교섭과 문제 해결을 지연시킨 책임을 반올림에게 전가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짬짜미가 아무리 기승을 부려도 우리를 허물지는 못할 것이다. 우리는 질병과 죽음의 고통, 무시와 탄압을 딛고 7년을 싸워 교섭을 열어 냈으며, 반드시 삼성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만들 것이다. 삼성은 언론 플레이를 중단하고 성실히 교섭에 임하라!
* 더 자세한 설명을 담은, <'제3의 중재기구', '위임장' 논란 등에 대한 사실관계와 입장 정리>를 첨부하였습니다.
2014년 4월 17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 반올림
140417 ‘제3의 중재기구’, ‘위임장’ 논란 등에 대한 사실관계와 입장 정리.pdf
첫댓글 첨부한 문서를 하나의 독립된 글로 올리면 많은 분들이 작금의 삼성꼼수와 심의원실의 무리를 온전하게 읽을 수 있지 싶습니다. 피해당사자들과 반올림활동가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