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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불교레크리에이션협회 원문보기 글쓴이: burec
“늘 머리를 만져봅니다”
2010 청량사 산사음악회 준비중인 지현스님
해발 870m 깊은 산골에 폐사처럼 버려졌던 곳을 전국에서 찾는 도량으로 만든,
경운기를 타고 마을을 돌며 어린이 법회를 만들고,농촌 특성 고려한 출장법회를 고안한,
불교문화의 대표 아이콘 ‘산사음악회’의 효시인,
계파정치의 높은 문턱에서도 서로가 함께 일하고 싶어하는 인물로 꼽는 스님.
모두 경북 봉화 청량사 주지 지현스님을 표현하는 말들이다.
스님을 수식하는 표현만으로도 다양한 활동분야와 상징성을 짐작할만하다.
▲ 청량사 주지 지현스님. 노스님의 가르침인 "지현아. 머리를 만져봤느냐?"를 평생의 화두로 삼고 수행자의 길을 걷고 있다.
그 많은 어구중 눈에 들어오는 수식어가 ‘불교문화의 대표 아이콘 ‘산사음악회’의 효시‘다.
이제는 전국의 수 많은 사찰들이 개최하는 산사음악회.
그 시작이 저 멀고도 먼 오지, 해발 670m의 거대하고 빽빽한 기암괴벽 봉우리 중 한곳에 위치한 청량사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그러나 사전 지식없이 청량사를 방문한 사람이라면 ‘청량사가 산사음악회의 효시’라는 말에 깜짝 놀랄 일이다.
‘어떻게 이렇게 깊고, 오르기도 험한 산중에, 일반 공연장 시설은 고사하고 의자하나 마땅히 펼칠곳 없는 청량사가 최초와 최고의 산사음악회라니...’
지난 16일. 2년동안 중단했던 산사음악회를 보름여 앞두고 있는 청량사를 찾았다. 추석연휴가 시작되기 며칠전이었다.
이른 아침 서울을 떠나 내려오는 내내 길을 살폈다. 평일 막히지 않은 고속도로 사정에도 불구하고 3시간을 훌쩍 넘길뿐더러 톨케이이트를 빠져 나와 국도를 달리는 길 역시 짧지 않았다. 더구나 도립공원에 들어선 후 일주문 앞에서부터 시작되는 50도 가까운 경사는 고즈넉하고 낭만적인 사찰만을 떠올리기에는 너무 고된 여정이었다. 더구나 정오를 조금 넘긴 시간의 햇살은 한여름을 방불케 했다.
비중있는 종단의 중진이고 그 누구보다 수행과 포교에 일가를 이룬 분이어서 다방면으로 듣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지만 꾹 참기로 했다.
불교문화의 대표 아이콘 산사음악회의 효시, 청량사
10월2일 마당을 펼치는 산사음악회에만 집중했다. 음악회 관련 질문만으로도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았다. 수려한 산세와 12봉우리 아래 절묘하게 어우러진 청량사를 꼼꼼히 들여다보기도 음악회가 열리는 날로 미루었다.
몇 차례의 숨고르기 끝에 도착해서도 10여분을 쉬며 온몸을 적신 땀을 식힌 후 마주한 지현스님. 인터뷰를 계획하면서부터 준비했던 첫 질문을 퉁명스럽게 던져 보았다.
- 어떻게 이런 오지에서 산사음악회를 열 생각을 하셨습니까?
“처음 생각은 지역주민과의 문화 나누기였습니다. 오시면서 보셨겠지만 이곳 봉화는 상당히 외진곳입니다. 10년전은 훨씬 더했지요. ‘받는 불교에서 주는 불교를 하자’는 생각을 하면서
지역주민들에게 1년의 단 하루라도 실컷 웃고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드리고 싶었습니다. 음악회는 물론이고 지역 문학가들과 예술인들이 함께 하는 자리도 지역문화 발전을 위해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 여건을 감안해본다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습니다. 2001년 첫 음악회를 준비하는 심정은 남달랐을 것 같은데요...
“첫 행사를 결정하면서 제일 걱정됐던 것이 “과연 몇 분이나 이 행사를 찾아줄까?”하는 것이었습니다. 음악회가 열리던 당일 까지도 가슴 졸였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청량사 인근 지역 주민은 몇 백명에 지나지 않습니다. 첫 음악회에 섭외했던 분이 장사익, 안치환, 한영애씨 등인데, 지금도 한자리에 모시기 쉽지 않는 분들이지요. 이런 분들을 초청해 놓고 관객이 없으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속은 새까맣게 타는 심정이었지만 함께 일하는 분들을 생각해 내색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음악회 시간이 한참 남았는데 조금씩 조금씩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는 겁니다. 그러더니 사찰 마당과 언덕 여기저기, 공연을 지켜볼 수 있는 모든 자리가 발디딜 틈 없이 메워지는 것을 보면서 가슴이 몽클했습니다.”
▲ 탑전앞 무대에서 바라 본 청량사.산사음악회가 열리면 탑전앞은 무대가 되고 그 사방은 자연스럽게 객석이 된다.
첫 음악회의 기억을 떠올리는 스님의 목소리와 눈가에 그 진한 감동의 순간이 묻어 나옴이 느껴졌다. 스님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땀도 식고 마음도 조금은 가라 앉는 듯 했다. 처음부터 던졌던 도발적 질문도 조금 가라앉혀서 음악회에 대한 스님의 생각을 들어보기로 했다.
- 청량사 산사음악회는 전국에서 찾는 음악회로 유명합니다. 청량사 음악회만의 특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음악회에 충실하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분위기에 걸맞지 않는 것들은 처음부터 과감히 배제했습니다. 먼길 마다하지 않고 찾아오신 분들이 오로지 음악 그 자체를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자면 첫째, 내빈인사말 같은 식순이 없습니다. 사찰에서 준비하는 대다수의 공연들이 범하는 우가 식전행사가 지루하게 열린다는 겁니다. 그러다보니 정작 공연이 시작될 때는 지친 관객들이 공연에 집중하지 못하고, 진행시간도 늘어지면서 준비한 정성이 헛되이 되는 것을 많이 봤습니다. 청량사는 첫해부터 지역 고위공직자분들이나 스님들의 인사말을 식순에 넣지 않았습니다. 그랬더니 이분들이 처음에는 불쾌해하기도 하고 섭섭하다는 표현도 하셨지만, 한 3년 지나고 나니 ‘그런 행사’라고 이해해주셨습니다. 덕분에 음악회 분위기는 처음부터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습니다.
두 번째로는 무대를 인위적으로 꾸미지 않는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내를 보면 아시겠지만 마땅히 의자를 펼칠만한 곳도 없습니다만, 자연과 어우러진 무대를 꾸미는데 플라스틱 의자가 일사분란하게 깔려있는 모습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무대를 중심으로 여기 저기 언덕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무대를 즐기는 풍경은 첫해부터 이어져 오는 청량사만의 전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사진 언덕에 앉으면 불편한 점이 많을텐데도 음악회를 찾으시는 분들은 그 또한 즐거움으로 받아들여 주시는 것 같습니다.
세 번째로는 올해가 10년째인데 무대를 준비하는 분들이 바뀌지 않았다는 점도 자랑거리입니다. 음악회가 처음 열렸던 2001년부터 지금까지 단 한해도 제작진이 바뀐 적이 없습니다.
청량사 위치와 공간적 특성상 다른 무대설치에 비해 2~3배 이상의 시간과 비용이 든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해부터 인연이 된 관계자분들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함께 해주고 계십니다. 그런 결과가 매년 참신한 무대와 좋은 공연이라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청량사 음악회에 없는 것 ... 내빈인사 플라스틱의자 그리고 쓰레기
- 그동안 열렸던 음악회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아무래도 첫해를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음악회를 열겠다는 결정을 내리기까지의 많은 고민, 준비과정의 수많은 시행착오, 행사가 열렸던 당일의 긴장과 무사히 회향한 후의 안도감... 여러모로 첫 음악회의 감동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자비와 사랑으로 평화를’이라는 주제로 열었던 2004년도 음악회도 잊지 못할 무대였습니다. 당시 이라크전쟁으로 세계가 불안에 떨며 평화를 이야기할 때 였는데, 이 땅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 종교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산사음악회 출연진을 종교인들로 모셨습니다. 개신교-천주교-원불교의 성직자님들이 스님들과 함께 무대에 출연해 자신들의 종교의식으로 기도한 후, 다른 종교의 노래를 부르는 형식으로 평화를 염원했습니다. 전문 예술인이 아닌 종교인들이 마련한 무대에 환호를 보내는 관객들의 모습에서 종교와 예술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였습니다.”
막힘이 없다. 인터뷰를 위해 모든 것이 준비된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이야기한다.
- 유행처럼 전국에서 산사음악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조금씩 우려되는 모습도 보이는데요, 산사음악회라면 여느 행사와는 무엇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어떤 정형화된 틀이 있어야 한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사찰에서 하는 것이니 무조건 불교적 내용과 분위기여야 한다든지, 음악회니까 예술적 요소에 더 강조가 되어야 한다는 등 많은 의견들이 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제일 중요한 원칙은 ‘음악회를 찾는 이들의 눈높이와 요구에 맞는 프로그램 구성’이라고 봅니다. 어느절에서는 전통적인 클래식이 잘 어울릴 수 있고, 또 다른 절에서는 한바탕 신명난 대중음악과 굿거리장단이 더 멋있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음악의 형식이 아니라 그 무대에 어떤 것이 어울리느냐가 제일 중요하다고 보고, 선택의 원칙은 철저하게 그 무대를 즐길분들의 요구를 반영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사찰의 공연도 그렇습니다. 힘겨운 농사를 마치고 지친 심신을 달래고픈 농부에게 어느때는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대중음악이 효과적일 수 있고, 때에 따라서는 불빛 한 점 없는 산사에서 흘러나오는 대금소리가 그들의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대중이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가를 끊임없이 관찰하고 살펴서 무대를 구성하는 것. 모든 산사음악회가 기본원칙으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풍경소리 이종만실장은 지난 10년을 한결같이 청량사음악회와 함께했다. 지현스님과 이종만실장은 찬불동요 보급과 산사음악회라는 불교문화 아이콘을 만들어낸 도반이다.
산사음악회가 그냥 사찰에서 하는 음악회 수준에 머문다는 비판이 한참 있었던 터라 의견을 듣고 싶었다. 정형화된 틀의 문제가 아니라 그 취지와 목적에 걸맞은 구성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로 들렸다. 그렇다면 지현스님이 정의하는 산사음악회라는 것은 무엇일까 궁금했다.
- 스님이 생각하는 산사음악회는 무엇입니까?
“지역주민들과 함께 하는 문화나누기의 마음이 제가 생각한 산사음악회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런 마음이 함께하는 많은 분들의 노력으로 가까운 이웃분들은 물론이고 서울 강원 광주 부산 거제도에서도 찾는 전국적인 유명 음악회가 됐습니다. 지역주민들과 문화를 나누겠다는 생각은 ‘받는 불교에서 주는 불교로 변화’의 서원이었습니다. 그러나 10여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작은 것을 주고 더 많은 것을 받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산사음악회가 시작되기전 청량사와 봉화는 아는 이 없는 작은절과 마을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음악회가 세상에 알려지고 해마다 걸음하는 분들이 늘어나면서 봉화와 청량사는 세상에 제법 유명한 곳으로 변했습니다. 그 변화의 혜택을 안팎으로 가장 크게 보고 있는 곳이 청량사 즉, 불교입니다.
주민들은 문화의 혜택자가 돼서 음악회를 즐길 수 있는 것에 대한 즐거음과 함께 전국에서 봉화를 찾는 분들에게 특산물을 소개할 기회도 가질 수 있게 된 것을 고마워 하십니다. 2년만에 음악회를 다시 준비한다고 하자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현수막을 제작해 걸겠다며 상의해 왔습니다. 어떤 분은 “스님 매월 한 번씩 음악회를 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하십니다.
청량사와 청량사산사음악회는 이제 봉화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문화상품입니다.
음악회를 통해 봉화가 알려지고 지역경제가 활성화된 계기는 지역 관공서들이 불교를 대하는 시각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대중들의 발길이 늘면서 부족했던 사찰주변 시설들을 개보수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청량사 산사음악회가 지역 발전과 홍보에 공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인정한 결과입니다.
결국 생각해보면 지역민을 위해 회향하겠다는 생각이 다시금 청량사를 풍성하게 만들었습니다. 부처님이 말씀하신 화엄의 세계가 이곳 작은 봉화에서도 여실히 입증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산사음악회는‘단순한 이벤트성 문화행사가 아니다’입니다.”
- 잠시 휴식기가 있었고, 다시 문을 여는 음악회 감회가 새로울 것 같습니다. 2년만에 다시 펼치는 음악회를 기다렸던 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2년동안 음악회를 중단했는데 홍수와 신종플루 영향이었습니다. 2008년은 청량사 인근의 한 마을이 사라질 정도의 큰 물피해를 입었고, 다음해는 전국적으로 유행한 신종플루로 인해 대규모행사들이 연이어 취소되는 분위기였습니다. 2008년 물난리때는 관공서를 설득해 지역축제도 취소토록 했습니다. 시름에 빠진 분들을 위해 행사로 용기를 복돋을 수도 있겠으나 현실적으로 더 중요한 것은 아픔을 함께하고 복구를 서두르는 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청량사도 산사음악회에 배정됐던 사업비를 피해복구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산사음악회를 기획했던 취지라고 생각했고, 그런 연장선에서 신종플루가 유행했던 작년에도 음악회를 열지 않았습니다.
오는 10월 2일은 2년만에 음악회가 다시 열리는 날입니다. 10년을 한결 같이 함께 해주시는 이종만선생님(풍경소리)과 상의해 주제를 ‘초심’으로 정했습니다. 10년이라는 세월속에 자칫 놓기 쉬운 ‘처음 그 마음’을 되새겨 보자는 취지죠. 주요 출연진도 첫해에 함께 했던 분들을 다시 모시기로 했는데 흔쾌하게 함께 해주시기로 했습니다.”
2007년 음악회를 마치며 ‘내년에 뵙겠습니다’라고 인사 했는데, 음악회가 열리지 않자 ‘약속을 안 지킨다’며 볼멘 소리로 항의 하는 분들도 있었다며 웃는다.
‘산사음악회는‘단순한 이벤트성 행사가 아니다’
주는 불교로 시작했던 음악회가 청량사와 불교에 더 많은 것을 가져와...
“청량사 산사음악회는 함께 해주시는 모든 분들이 주인공입니다.
혼자 걷기도 힘겨운 길을 2~30kg가 넘는 장비를 짊어지고 올라와 무대를 꾸미는 제작진.
이른 새벽길을 재촉해 먼 길 마다않고 두메산골을 찾아 주시고 늦은 밤 공연을 마치고 돌아간 자리에는 휴지 한 장 남기지 않는 관객분들.
낮설고 열악하게 느낄 수 있는 무대에서 혼신을 다하는 출연진들.
모든 분들이 청량산 12봉우리 속에 위치한 청량사라는 큰 무대에 함께 주인공으로 서는 분들이지요. 처음 섭외를 받은 출연진들의 반응은 “대체 청량사가 어디야”라는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청량사 탑전앞 무대에 서게 되면 그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자연속에 어우러진 자신의 무대에 너무도 큰 감동을 받습니다. 그리고 그 감동은 고스란히 혼신을 다하는 열창으로 이어져 관객 한분 한분에게 전달됩니다.
▲ 2010 청량사 산사음악회의 주제는 '초심'이다. 2년만에 재개하는 음악회에는 1회때 출연진이 함께 하면서 초심의 의미를 되살린다.
일상에 지친 심신을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청량사 산사음악회.
올해도 바쁜 일상을 잠시 접어두고 함께 하셔서 청량사의 좋은 기운을 서로 서로에게 나누어 주시기 바랍니다.”
청산유수다. 질문에 막힘이 없다. 다음으로 준비한 질문의 시작을 자연스럽게 이어줄 정도로 음악회에 대한 생각이 일목요연하다. 너무 뻔한 질문이었을까... 그렇다면 식상할 수 있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너무 성의있어 송구할 뿐이다.
인터뷰를 시작한지 1시간 30분이 흘렀다. 땀이 식은 정도를 넘어 청량산 산바람이 차갑다고 느껴질 즈음 준비한 질문도 끝나가고 있었다. 좋아하는 노래가 있냐고 물었다.
“동요 찔레꽃을 좋아 합니다. 언젠가 음악회를 시작하는 인사말을 하라고 해서 찔레꽃을 부르는 것으로 대신하기도 했어요... 조용필씨의 창밖의 여자도 좋아하고요. 평소에는 클래식을 즐겨듣습니다.”
이 질문도 잠시 생각하는 시간도 없이 거침없다. 즉석에서 요청해도 바로 노래가 나올 기세다.
준비했던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몇 해전 어느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노스님을 모시면서 들었던 말씀을 평생의 화두로 생각하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었다.
- 스님, 지금도 가끔 머리를 만지십니까?
“가끔이 아니라 자주 만집니다.”
머뭇거림도 주저함도 없다.
“선승이자 학승이셨던 소천스님은 제 노스님이십니다. 스님께서 말씀하셨던 ‘지현이, 너 머리는 만져봤느냐’는 제가 평생의 화두로 삼고 있는 가르침입니다. 수행자의 본분에 충실해야 한다는 말씀으로 알고 늘 제 자신을 경책합니다. 지금도 스스로에 던지 이 질문에 자신이 없을 때면 법당에 올라가 가부좌를 틀거나 절을 하면서 제 자신을 챙깁니다. 나이가 들수록 수행자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책임감이 더욱 무겁게 느껴집니다. 그러다 보니 머리를 만지는 횟수도 늘었습니다”
지현스님을 인터뷰 할 예정이라고 하자, 교계 지인들이 충분한 시간을 준비해 많은 말씀을 들어보기를 권했다. 인터뷰가 진행되면서 그들의 조언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음악회 중심으로 이야기하면서 잠깐씩 듣게 되는 수행 포교 복지 문화 종단 사찰경영 등에 대한 식견이 취재 욕심을 불러일으킨다. 조만간 시간을 꼭 가져야겠다.
다방면에 출중한 지현스님을 수식하는 표현들이 밤늦게 서울로 향하는 길에 떠올랐다.
해발 870m 깊은 산골에 폐사처럼 버려졌던 곳을 전국에서 찾는 도량으로 만든,
경운기를 타고 마을을 돌며 어린이 법회를 만들고, 농촌 특성을 고려한 출장법회를 고안한,
불교문화의 대표 아이콘 ‘산사음악회’의 효시인,
종단 계파정치의 높은 문턱 속에서도 서로가 함께 일하고 싶은 인물로 꼽히는 스님.
불가의 수행전통을 흉내 내 이 다양한 수식어구를 한마디로 정리해보았다.
‘준비된 스님’
민족최대의 명절 한가위. 황금같은 연휴를 마치고 맞이할 첫 주말인 10월 2일.
여러분들을 주인공으로 모시는 <2010년 청량사 산사음악회>에서 ‘준비된 스님’을 만나보시길 권한다.
[ 출처 - 불교포커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