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금실_보랏빛 여울 116*91 장지에 분채 2011년 40회 구상전 공모대전 입선
[저, 저, 하는 사이에 / 이규리]
그가 커피숍에 들어섰을 때
재킷 뒤에 세탁소 꼬리표가 그대로 달려 있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왜 아무도 말해주지 못했을까.
그런 때가 있는 것이다.
애써 준비한 말 대신 튀어나온 엉뚱한 말처럼
저 꼬리표 탯줄인지 모른다.
그런 때가 있는 것이다.
상견례하는 자리에서
한쪽 인조 속눈썹이 떨어져나간 것도 모르고
한껏 고요히 앉아 있던 일.
각기 지닌 삶이 너무 진지해서
그 일 누구도 말해주지 못했을 것이다.
저, 저, 하면서도 말하지 못했을 것이다.
7년간의 연애를 덮고 한 달 만에 시집간 이모는
그 7년을 어디에 넣어 갔을까.
그런 때가 있는 것이다.
아니라 아니라 못하고 발목이 빠져드는데도
저, 저, 하면서
아무 말도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그런 때가
있는 것이다.
- 그림 / 한금실 작가- 조각보 그림전
- 음악 / Tony O'Connor - Nature's Lulla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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