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한명숙 전 총리에게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곽영욱 전 사장이 미화 5만달러를 건넸다는 검찰의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겁니다. 한 전 총리는 "진실은 밝혀졌다"고 선언했지만 검찰은 즉각 항소했습니다. 보강 수사를 통해 한 전 총리의 뇌물수수 혐의를 입증하겠다는 게 검찰의 생각입니다.
하지만, 검찰이 항소를 통해 얻을 수 없는 건 없어 보입니다. 이미 재판부가 검찰의 한 전 총리 기소가 무리수였다는 것을 명백히 밝힌 이상 재판은 시간끌기일 뿐입니다. 일단 기소하고 보자, 흡집내고 보자'는 식의 검찰 수사는 문제가 있습니다. 재판부는 검찰이 강 전 사장을 압박해 진술을 얻어냈다고 꼬집기도 했죠.
재판부는 어제 선고 전 "곽씨가 구속된 후 한 전 총리에 대한 뇌물 공여 사실을 일시적으로 시인했다가 부인하자 자정 무렵까지 검찰 조사가 이어졌고 뇌물 공여를 부인하는 조서를 작성한 지난해 11월 19일에는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조사가 이어졌다"며 "이날 아침 9시 구치소를 출발해 하루종일 검사의 추궁을 받은 곽씨로서는 생사의 기로에 서는 극단적인 두려움을 느끼게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알고 검찰이 한 전 총리에 대한 새로운 의혹을 제기한 것이겠죠. 어쨌든 이번 무죄 선고로 검찰은 유력한 야당의 서울시장 후보 흠집내기를 했다, 라는 비난은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에게서 인사청탁과 함께 뇌물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가 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문화평론가 진중권 씨도 오늘 새벽 자신의 블로그에 '검찰개혁, 정치 검사 발본색원해야'라는 글을 올려 검찰의 행태를 비판했습니다.
진 씨는 한 전 총리 무죄 선고와 관련, "법원 판결 중에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검찰과 곽영욱 사이의 더러운 거래를 암시한 부분"이라며 "한 마디로 검찰이 곽영욱을 대충 봐주는 조건으로 한명숙에 대한 허위진술을 얻어냈다는 얘기다, 도대체 21세기에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진 씨는 "이번 사건, 그리고 그 동안 일어났던 일련의 사건들은 우리 사회에 검찰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며 "개혁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저질 정치검사들부터 발본색원하는 데에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국민이 낸 혈세로 먹고 살면서 하는 일이라곤 고작 어렵게 이룩한 민주주의 문화를 일거에 뒤집어 7080 군사독재시절로 되돌리는 정치 검사들이야말로 이 사회에서 영원히 추방되어야 할 열린 사회의 적들입니다."
검찰청 홈페이지 캡쳐화면.
어제 한 전 총리도 재판을 마친 뒤 "참으로 길고 험난한 길이었다"며 "다시는 저처럼 억울하게 공작정치를 당하지 않는 세상이 와야 되겠다"고 말했습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이번 재판과정을 지켜보면서 정말 정치검찰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우리 민주당은 국민 여러분과 함께 정치검찰을 개혁하는데 매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검찰 홈페이지에 가보면 '바르고 반듯하게 작은 억울함도 없도록'이라는 글이 눈에 보입니다. 강압수사를 통한 무리한 기소는 검찰의 다짐과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검찰의 권위를 스스로 떨어뜨린 검사들은 물론 국민들의 비난을 불러왔던 그동안의 검찰의 행태는 바꾸어야죠. 김준규 검찰총장은 "우리사회에서 '거짓'과 '가짜'를 몰아내겠다"고 강조했지만, 검찰 내부는 예외인가 봅니다.
한명숙 전 총리 무죄 선고를 계기로 '국민들에게 작은 억울함도 없도록' 검찰을 개혁해야 합니다.
p.s 제 글이 유익했다면 아래 손가락 모양의 추천 버튼을 꾹 눌러주세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