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26명을 태우고 태안 학암포로 급식봉사를 떠났다.
하늘은 잿빛이었고
차 창밖은 겨울답게 서리가 낮게 깔렸다.
흔들리는 차로 인하여 회원들은 왜 그리 차멀미를 하는지..
옆에 앉은 최미영씨.
가입한지 1년이 넘었고 젊은 회원이었지만 봉사를
누구못지 않게 열심히 하는 말이 없는 회원이었다.
덩달아 나역시도 속이 메슥거렸다.
많은 회원들이 이른 차에 몸을 싣고 옅은 잠을 자고 있었다.
12일 만리포로 급식,급수봉사를 하고 온 후,
이틀이 지나자 지사에서 오희진과장님한테 전화가 왔다.
하루 더 급식봉사를 해야되겠다고.....
처음엔 힘겨워 사양 아닌 거절을 했었다.
토요일, 일요일이 되자 거절한 마음이 참으로 불편했다.
힘들게 전화를 하여 회원들과 같이 만리포에 갔던 생각이 앞서서 그랬는데..
마음 한켠엔 도움을 거절한 것이 오히려 힘겹게 했다.
토요일 지사에 전화를 하니 오희진과장님은 태안에 출동하였고
휴대폰으로 전화를 하니 연락이 안되었다.
17일 사무실에 나와서 오희진과장님과 통화를 하고 임왕순협회장님과 상의를 하여
18일과 24일로 날짜를 정하였다.
임왕순협회장님이 18일로 하라는 말씀에 행동이 급해졌다.
우선 시청에 차량을 알아보아야 했다.
시청 차량은 벌써 계획이 다 짜여진 터라 도청에서 급히 차량을 지원받고
회원들에게 전화를 했다.
면단위회원들은 이번엔 알리지 않았다.
급식봉사만 할거에요. 인원은 20명만 있어도 된다는 오희진과장님의 말대로
그 수준으로 인원을 동원하였다.
봉황,웅진,백제의 회원들을 많이 동원하였지만 12일에 갔던 회원들이 많았다.
언제나
공주시를 벗어나 봉사활동에 동원되는 회원들은 항상 정해져 있었다.
물론 가정상 공주시내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회원들도 있지만
열악한 환경인데도 꼭 참여하여 봉사의 참 멋을 아는 회원들이 더 많았다.
계획에 차질이 생겨
9시에 도착해야 되는데도 불구하고 9시 30여분이 되어서야 도착하였다.
회원들 차멀미로 인하여 휴게소에서 들렸고 속도에 신경을 쓴 탓으로
예정대로의 시간에 벗어났다.
이주임님은 늦은 우리을 많이도 기다리셨나보다.
서둘러 급식준비를 하고 ...
하늘은 을씨년스럽게도 구름이 잔뜩 끼어있었다.
학암포.....
조용하고 아담하고 잔잔한 분위기가 어우러진 해변이었다.
아담한 팬션과 조용하게 자리잡은 작은 해변을 연상시키는 곳이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파란 바닷물이 하얀 파도로 모래사장에 밀려오고 있었다.
기름냄새만 아니라면..
군데군데 검은 기름의 흔적만 아니라면 참으로 가슴에 차분하게 다가오는
겨울 바닷가였을텐데..
학암포에는
멀리 의왕시에서 왔다는 불교인들의 급식봉사단체도 있었다.
처음 급식봉사를 왔는지 우리 적십자와 같이 급식봉사를 하게 된 것이 마음에 안들었나보다.
정작 급식을 해야하는 곳에서 봉사를 해야하는데 적십자 급식을 하는 곳에 와서
급식을 하게 되니 대책본부에서도 어떻게 대책을 세우는지 급식의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준비해 온 음식이 제대로 활용할수 없을 것 같아 내내 마음 아파했다.
그러나 이날 1000명이 넘게 급식대상자가 있어서 흡족하게 마무리를 하고 떠났다.
아쉬운 인사까지 서로 나누면서..
물론 임왕순협회장님의 순발력있는 진행에 그네들이 도움을 많이 받았지만 말이다.
점점
하늘엔 구름이 걷히고 자원봉사자들이 몰려왔다.
바닷가 모래사장엔 자원봉사자들이 없고
까마득히 보이는 곳에 바위와 돌에 묻은 기름을 닦아내느라 활동하기에도
불편한 장소에서 자원봉사자들은 정성을 다하여 노력하고 있었다.
파란 바다물이 밀려오고
옅은 파도가 쳐도
저 바위에 시커먼 기름의 암울한 흔적은 어찌할꼬..
가까이 다가가니
닦아낸 모습이 여실히 들어나건만 기름의 흔적이 이렇게 남아있었다.
흔적,
바위의 아픔으로
그 바위에 붙은 생명체의 아픔으로,
쳐다보는 미욱한 인간의 슬픔으로 다가왔다.
멀리 보이는 문제의 유조선은
오늘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까마득히 보이는 헬기 한대가 철새도 없는 하늘위에 , 유조선 위에
칼바람을 내며 날고 있었고..
조용한............
어촌에 참으로 아이러니한 광경이었다.
태안 정동조홍보부장이 문제의 유조선이라 하여
급하게 달려가 찍은 사진이다.
햇빛에 사물을 쳐다볼 수 없음에도 어림잡아 찍었지만 그래도 어설프게 그 모습이 나타났다.
인재에
엄청난 재앙에 이제사 누구를 탓하랴만..
바닷가 멀리 보이는 유조선은 지난 날의 암담한 현장의 산물이었다!
누구나
그렇다.
자연을 벗하고 마음의 위안을 받고 휴식을 하고..
단란한 가족 나들이를 하고
기쁨과 행복한 순간들을 맞이하기 위하여 자연속에 어우러진 환경에 와서 휴식을 취하곤 한다.
더러는
가슴이 멍멍하여 슬픔을 참고 마음의 위안을 찾으려 조용한 자연속에 머물고자 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름다운 곳에서 즐거움과 기쁨을 동반하고자 자연을 찾는다.
그 자연,
그 자연이 몸앓이를 하고 있다.
그것도 인간으로 인하여 말이다.
아름다움만 탐익할 것이 아니라 진정한 아름다움을 찾는 사람이라면
너도 나도....
우리 다같이 그 아름다움을 만끽하기 위해서라도
일심동체 자연에 아름다움을 되돌려 주기 위해서라도 참여하여 극복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이 순간에도..
남몰라라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같이 극복하고 복구하는 시간속 주인공이 되었으면...
간절한 바램이다.
자연속에 사는 한 인간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