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은 땅에 떨어져 썩어야 싹을 틔울 수 있다.
어찌 밀알뿐이겠는가.
모든 씨앗은 땅에 뿌려지면 같은 결 과를 낸다.
씨앗 자체가 썩어 양분이 되고 그 양분을 딛고서 새로운 싹이 돋아나는 것이다.
밀알이 썩지 않는데 어찌 새싹이 돋아나겠는가.
희생하지 않는데 어찌 삶의 기쁨 이 주어지겠는가.
그러니 썩어야 한다.
누군가를 위해 썩는 행위를 실천해야 한다.
이것이 자연의 법칙이고 사랑이다.
그러기에 사랑은 생명력을 주는 행위라고 하 지 않았던가.
나무와 풀들이 건강한 것은, 보이지 않는 뿌리가 건강하기 때문이다.
뿌리가 튼튼하면 줄기와 잎은 당연히 튼튼해진다.
화려한 꽃과 알찬 열매의 결실 은 보이지 않는 뿌리에 달려있다.
뿌리는 무엇인가.
희생과 사랑이 아닐는지.
밀알 이 썩는 행위가 아닐는지.
그러니 우리는 씨앗으로 돌아가 싹을 틔우고 보이지 않 는'흙이 되어야 한다.
오늘 복음의 교훈이다.
사람에겐 자신의 고유한 십자가가 있다.
그 십자가를 지는 것이 흙으로 돌아가 흙 이 되는 행위다.
어떤 집안에도 십자가는 있다.
어두운 부분이 있다.
누군가 그 십 자가를 안고 있기에 생명력이 집안을 떠나지 않는다.
십자가를 지는 행위가 무엇 인가.
누군가를 위해 썩는 행위가 아닐는지.
그러니 우리도 십자가를 인정하며 기 꺼이 지고 가야 한다.
이것이 오늘 복음의 교훈을 실천하는 행위다.
사순절 기간동안 우리는 십자가 짐을 연습한다.
지난 사순절 동안 이를 실천하지 못했다면, 남은 기간에 노력해야 한다.
행동이 따르지 않는 사순절은 지나가는 연 례행사일 뿐이다.
사순절 동안 자신의 십자가를 느끼지 못하면 사순절의 전례 또 한 무의미해진다.
부활절은 사순절의 결실이다.
어떻게 사순절을 보냈느냐에 따라 부활의 은총은 달라진다.
씨앗이 썩으면 새싹은 당연히 돋아난다.
금년 부활절엔 삶의 또 다른 싹을 만나도록 하자.
신은근 바오로 신부님 강론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