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께서는 예수님을 도시나 광장이 아닌 ‘광야’로 이끄셨습니다.
쓸쓸하고 외로운 곳으로 말이지요.
예수님께서는 아무도 없는 그 광야에서 사탄에게 유혹을 받습니다.
사탄은 하와에게 그랬던 것처럼 예수님이 홀로 떨어져 있는 순간에 덮칩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정작 만나게 된 것은 사탄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었습니다.
유혹이란 외부에서 시작되는 것 같아도 내적인 ‘자기 동의’ 없이는 불가능한 것 이기에
예수님이 받은 유혹은 결국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었던 것입니다.
사탄 의 제안에 스스로 동의하기까지의 전全과정이 유혹입니다.
교부들은 유혹과 죄의 메커니즘을 ‘제안-대화-동의-죄에 빠짐’ 이렇게 네 단계 로 설명하는데
고대 수도 교부인 에바그리우스 폰티쿠스는 자신의 저서 『프락 티코스』에서 ‘여덟 가지 악한 생각’으로 설명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탐식, 음란, 인색, 슬픔, 분노, 나태, 허영, 교만이라는 여덟 가지 유혹의 과정을 겪는데 따라서
인간은 유혹이 없기를 바라기보다 사탄의 제안에 스스로 ‘동의’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사탄에게 ‘제안’도 받았고 사탄과 ‘대화’도 나누셨지만 결코 ‘동의’ 하지는
않으심으로써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셨습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유 혹 없는 삶을 바랄 것이 아니라
광야에서 만나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법 을 배우는 것입니다.
김정일 안드레아 신부님 생활성서 2021년 2월호 '소금항아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