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경 특공대’ 서문 >
제가 앞서 올린 수필 '땅속 워킹 다이어트'에 ‘지하 공동구’가 나옵니다.
그래서, 더 깊은 이해를 돕고자 제 소설 중에 ‘지하 공동구’ 관련 부분을 몇 회 연재하고자 합니다.
2017년에 웹 소설 플랫폼인 ‘문피아’에 올렸던 ‘해경 특공대’라는 현대 판타지 소설의 앞부분 5회 분량입니다.
‘해경 특공대’는 전체 145회, 글자 수 71만 자로, 200자 원고지 약 4,000매에 상당하여 장편소설 4권 분량입니다.
‘문피아’에서 제 필명은 ‘맘세하루’입니다.
앞으로 1회분씩 매일 나누어 게재하겠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을숙도 3.
“그 녀석이다, 깍두기! 오리가 아니었어. 무선조종 장난감 폭약이야! 이런 제길 할, 다 잡은 걸 놓쳤잖아. 어휴~ 조금만 더 지켜봤어야 했는데.”
문도가 엉거주춤 일어서며 아쉬운 듯 가슴을 쳤다.
“뭐? 깍두기가 무선조종 폭약을 터뜨렸다고? 맞아. 맞네! 이런.”
무선설비 산업기사인 정훈도 문도의 얘기를 듣자 금세 감이 잡혔다.
폭약만 있으면 원거리에서 무선으로 필요한 시간에 점화 스위치를 작동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맞아. 무슨 사연인지는 몰라도 깍두기가 미역 채취선을 타고 나가서 누군가로부터 폭약을 받아온 거야. 전자를 전공한 무선기술자라면 오리 장난감 속에 쉽게 조립할 수 있었을 거야.”
정훈이 머리를 흔들고 일어나면서 떠오르는 생각대로 지껄였다.
“폭약 배선연결이 그렇게 쉬운 거야? 오늘 나갔다 왔다면서? 그러면 그 짧은 시간에 만들 수 있었겠나? 그것 말고도 뭔가 수상해. 저 불길 번지는 흔적 좀 자세히 봐!”
아까 내려가 보았던 강변 쪽 작은 갈대밭이 아니다.
작은 갈대밭을 지나서 다시 물을 건너 이쪽으로 더 와야 되는, 을숙도 섬의 중앙에 있는 큰 갈대밭에만 불이 붙은 걸 내려다보며 문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 그러네. 그 오리도 물에는 떠왔겠지만, 이 섬 한가운데까지는 어떻게 이동해 왔다는 거야? 아무래도 일제 완제품 오리 폭탄을 밀수해 온 게 틀림없어! 드론처럼 그 오리가 날 수 있는 제품인지도 모르지.”
정훈이 제정신이 드는지 이제야 차분해져서 사리 분별을 따져 생각을 정리했다.
“그래! 아마 폭발 직전에 공중에 떠서 사방으로 발화촉매제를 분사해서 뿌리고 점화한 것 같아. 안 그러면 아무리 마른 갈대숲이지만 수십 초도 안 돼서 저 넓은 면적이 일시에 화염에 휩싸일 수가 있겠나?”
자세히 살펴보니 불길이 갈대 위에서 아래로 번져 내려가고 있는 게 보인다.
이때 멀리서 여러 종류의 사이렌 소리가 요란스레 울려왔다. 소방서에서 화염을 감지했거나 누군가 신고를 했을 것이다.
“문도야, 그 자식은 벌써 튀었을 거고 어떡하지? 그랜저 번호는 외어 뒀지만, 미역 채취선 선장을 잡는다고 되겠냐? 심증만 있지 뚜렷한 증거가 없는데.”
“그렇지. 그런데, 내 차에 몰카가 있으니까 그랜저가 번호판째 동영상으로 찍혀있을 거야. 빨리 센터에 전화 걸어서 번호부터 보고하고 지명수배 때려라!”
“아, 그래? 야~ 코모도, 흥신소 대원답다야! 그놈 잡는 건 이제 시간문제네. 하하.”
정훈이 화급히 핸드폰을 꺼내어 전화를 걸고, 문도는 다행히 다른 차들이 들이받지 않은 투싼 쪽으로 걸어갔다.
다리난간은 벌써 다친 사람들로 아비규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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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가 넘어선 그 시각, 서해 덕적도 동쪽 13마일 지점 영흥도 장경리 해수욕장 근해.
백령도에서 오징어를 잡던 `덕적 13호`가 서서히 해안 근처로 접근하여 해안선 100여 미터 해상에 정박했다.
배에서 구명보트를 내리고 두 명이 보트에 올랐다. 한 명은 북한의 반잠수정에서 손가방을 낚아 올렸던 장발 머리고 한 명은 선장 외의 나머지 선원이다.
덥수룩한 턱수염의 선장, 그는 덕적도 태생으로 한국전쟁 때 월남한 선친부터 덕적도에 뿌리박고 북한의 지령을 받는 고정간첩이다.
선원인 아들과 함께 어민으로 위장하여 물자나 인원의 남파 혹은 월북을 책임지고 있다.
보트에 오른 두 사람은 능숙하게 노를 저었다. 어둠이 짙게 깔린 해수욕장 모래사장 서쪽, 소나무 숲이 무성한 해안절벽으로 접근했다.
험준한 절벽 아래 용케도 보트가 접안할 수 있는 좁은 바위 틈새로 들어가 바닷물이 찰싹거리는 자갈밭 위에 안착했다.
검은색 손가방을 든 덩치는 내리고, 보트는 선장 아들인 선원이 혼자 저어서 되돌아갔다.
손만 슬쩍 들어 작별을 고한 덩치는 칠흑의 어둠 속에서도 바위틈으로 난 해안가 길을 따라 익숙하게 해수욕장을 향해 걸어갔다.
채 20분도 안 되어 불빛이 환한 해수욕장 근처 소나무 사잇길로 나온 덩치는 길가에 주차해 두었던 은회색 아반떼 승용차에 올라탔다.
장경리 해수욕장은 겨울철에도 생선회나 조개구이를 먹으러 외지에서 오는 손님들이 많아서 덩치가 특별히 경계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다.
이곳에서 한 시간 정도만 달려가면 ‘시화 공업단지’가 있는 시흥시에 도착한다.
시흥시는 안산산업공단과 인접해 있어서 전철 4호선 정왕역 주변에는 조선족 동포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그곳은 중국 삼합회의 지원을 받는 조선족 폭력조직인 ‘원주민파’가 장악하고 있다.
장발의 덩치 채일권은 38살로 현재 이 원주민파의 두목이다.
그는 북한 총참모부 작전국 소속 대원으로, 중국 연변 조선족으로 위장하여 국내에 잠입해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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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을숙도대교.
“문도야 보고는 마쳤는데 우리는 어쩌면 좋을까? 여기 계속 있어야 될까?”
“그 자식 어디로 튀었는지 몰라도 차량번호 알려줬으니까 금방 잡힐 거야. 여기 부상자는 많지 않으니까 앰뷸런스에 맡기고 우리는 그만 가자. 갑자기 배고파진다. 러시아타운에 가서 실컷 먹고 좀 쉬자. 몰카는 내일 네가 가져가서 보고하면 되겠지 뭐.”
문도가 몰카에 찍힌 그랜저의 화면을 확인하고 옮겨 담은 USB를 정훈에게 건네줬다.
두 사람은 현장을 떠나 을숙도대교를 벗어났는데 차량을 통제하는 교통경찰만 보이고, 아직은 도로에 검문용 바리케이드가 처져있지 않다.
사고 차량을 끌고 갈 레커차만 경광등을 번쩍이며 여러 대 몰려있고, 뒤늦게 달려오는 앰뷸런스와 소방서 차량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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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의 보고를 받은 대변항의 기장 해경안전센터는 즉각 상부 기관인 울산 해경안전서에 보고했다.
울산 해경안전서는 사건 현장이 부산 을숙도니까 자체 출동은 못 하고, 상부 기관인 부산진역 근처의 남해지방 해양경비 안전본부에 전달 보고했다.
하필 설 연휴 뒤 주말 밤이어서 남해지방본부에서 하부기관인 영도의 부산 해경안전서에 확인지시를 내리는 데까지는 시간이 한참 걸렸다.
부산 해경안전서는 화재 현장이 선박이나 항구도 아니고 갈대밭이라, 출동 여부를 결정하기가 무척 애매했다.
그나마 경장 이정훈의 보고가 밀수조직이 관련된 고의에 의한 폭발이라고 해서 겨우 출동 명령을 내렸다.
부산안전서의 출동한다는 보고를 받은 남해지방본부는 상급부서인 국민안전처에 보고했고, 국민안전처는 뒤늦게 경찰청에 해당 그랜저의 육상 검문검색을 요청했다.
부산안전서는 생색만 내느라고 소형정인 50톤급 P-5 정에 특공대 전술팀 1개 반과 폭발물 처리팀을 승선시켜 영도를 출발했다.
그들이 을숙도에 도착한 것은 정훈이 신고한 지 한 시간이나 지난 뒤였고, 이미 시커멓게 타버린 갈대밭은 하얀 연기만 조금씩 내뿜고 있었다.
(이어서 다음에는 ‘해경 특공대 8 – 지하 공동구 1’ 편이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