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가는 맘이 참 가볍다.
그저께 그렇게 무기력해졌던 것은 내 속에 있는 화를 참아서다.
이씨! 화내면서 살란다.
티비를 틀었다.
이태석 신부님과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한다.
웬지 끌린다.
톤즈라는 전쟁터.
희망이라곤 없고 눈물마저 말라버린 그 곳으로 달려간 이태석 신부는
나환자들을 맨손으로 치료하고 그들을 위해 신발을 만들고
아이들을 위해 학교를 짓고 증오로 가득찬 마음 속에 음악을 심고
아픈 사람들을 치료해주었다. 그들의 마음과 만나기 위해 말을 배운다.
농구대도 만들고 기숙사도 지었다.
기숙사 속에선 아이들이 꿈을 키운다.
그런데 그러던 그가 갑자기 죽었다.
톤즈 사람들은 운다.
노래를 부르며 운다.
맹인은 신부님의 사진에 귀하디 귀하게 입을 맞추며 운다.
그래. 신부가 죽었다.
눈물이 났다. 지금도 눈물이 난다.
죽음이 슬퍼서도 톤즈 사람들이 가여워서도 아니다.
톤즈 사람들의 상실감과 내 상실감이 닮아있어서다.
자꾸 눈물이 나는 이유를 나는 그렇게 밖에 설명하지 못하겠다.
지금도 눈물이 난다.
그들은 어쩌나?
이태석 신부는 책도 남겼고 집도 남겼고 갖가지 기회도 남겼으며 사람들도 남겼지만
그분은 떠났다.
그럼 남은 이들은 어쩌나?
그게 다 무슨 소용이야?
요리도 옷도 다 필요없다.
그리움이 상실감이 날 덮친다.
그렇게 난 엄마를 잃었다.
엄마를 동생에게 빼앗겼다. 다시 찾을 수 있는 줄 알았다.
똥도 조심해서 눴다. 엄마 피곤할까봐. 그럼 엄마 못찾으니까...
엄마를 동생에게 뺏긴 줄 알았는데 조금 지나서 보니 엄마를 이번엔 돈에게 뺏겼다.
돈을 벌어 엄마에게 준다. 엄마 찾을라고. 이 놈 돈만 엄마에게 준다면
돈에게 갔던 엄마 맘이 동생에게 갔던 엄마맘이 내게 올 줄 알았다.
그렇지만 끝내 엄마는 돌아오지 않았다.
난 그렇게 엄마를 잃어버렸다.
지금까지 평생 엄마를 찾아다녔지만 온통 엄마에 대한 그리움으로
엄마가 날 한 번만 봐주길...
엄마 눈 속에 내 얼굴이 한 번만이라도 정말 한 번만이라도 담기길...
그렇게 간절히 바랬지만
결국 엄마는 돌아오지 않았다.
화가 났다. 그럼 지금까지 엄마를 돌아오게 하기 위해 엄마 눈만 보면서 평생 했던 내 모든 행동들은 뭔가?
엄마 눈에 나를 담기 위해, 난 내 눈에 엄마를 담았다.
그렇게 지내온 내 인생은 뭔가?
화가 난다. 억울하다. 아..억울하다 억울해. 속상하다. 밉다. 밉다. 미워.
하지만 화난다 화난다 화난다 하면서 난 아직도 엄마 눈에서 내가 보여지길 간절히 간절히 바란다.
그렇지만 매번 돌아오는건 ... 엄마 눈 속엔 너무 많은 것들이 담겨있어 이미 내가 들어갈 자린 없다.
토요일 마구마구 말을 했다.
하고싶어서가 아니라 참을 수 없어서다.
뭔가 조금만 가슴에 차오르고 목구멍에 걸려도 토해내고 싶어진다.
참을 수가 없다.
그리고 참을 이유도 없다.
그럼 과거의 난 무얼 그리 참고 살았던가?
그것밖에 몰랐던거다.
"니가 말을 너무 많이 했잖아"
"어라? 보니까 다 지 얘기면서 남한테 와 그렇게 하고 다니노? 니 얘기라캐라"
내가 날 욕한다. 남들이 요렇게 보면 어쩌나 걱정한다.
둘째 날 그것에 대해 얘기했다.
선생님은 그냥 말하라 하신다.
꿈 얘기를 했더니 이젠 니 속에 있는 남성성을 수용하는 중인가보다 하며 널 믿고 그냥 하라 하신다.
그래! 엄마한테도 당황스럽다 말했던 니가(모질게 라는 말을 썼다 지운다. ) 누구에게 무슨 말인들 못하며 살겠노?
둘째날, 난 또 말을 한다. 참을 수 없어 토해낸다.
참아야한다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토해내고 나니 속이 시원하기도 하지만
이젠, 말을 선택하고 싶다.
말을 참으면 내가 곧 죽을 것처럼 거대한 뭔가가 부앙부앙 가슴으로 차올라오는 것이 아니라
그 차오는 것들을 내가 보면서 말을 선택하고 싶다.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나는 이 말보다 힘이 세고 싶다.
말을 하면서 점점 더 이 말이 내 말임이 느껴진다.
실은 상대에게서 보여진 것들이지만
그것을 인식하고 있는 것은 나 이므로...
내 인식 너머에 있는 것들이 말이 되어 나오진 못할 것이다.
상대에게 있는 모습일 수도 있으나 그건 아주 큰~ 크기도 알 수 없는 그 무엇의 작은 점에 불과할 것이며
내 인식에서 나온 것이니 그것 또한 내 모습이다.
거기에다가 내가 본 내 모습 또한 내가 알지 못하는 거대한 그 무엇의 일부일 뿐이다.
난 이 공부가 디기디기 재밌다.
하나씩 알아가는 것이
때론 고통스럽고 힘겹지도 하지만
자유롭게 살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점점 그렇게 되고 있다.
마지막, 이은화 선생님 말이 가슴에 머문다.
" 어차피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는거라면...니가 가진 모습으로 5명을 확실히 만들고 나머지 다섯은 버려라"
그래! 모두를 만족시키려 했던가?
그래! 모두에게 욕 먹기 싫어했던가?
그래서 그렇게 넌 널 버렸느냐?
애초에 그게 허상이라면, 환상이라면, 불가능한 일이라면
그래
이젠 내가 하고픈 대로 내 가슴 속에서 차오르는대로 살테다.
많이 기다렸잖아. 정말 돌아올 수 없는 엄마라면, 아니, 애초에 그런게 없었던 거라면,
이젠 엄마 기다리며, 엄마 찾아 헤매며 살지 않을테다.
적는대 울컥 눈물이 난다.
내가 그렇게나 목놓아 엄마를 부르면서 애타게 기다렸구나.
지금까지의 내 삶이 잃어버린 엄마를 찾아 헤매는 것이였구나.
톤즈 사람들이 이태석 신부를 잃어버렸듯
그래서 이 위험천만한 세상에, 아무도 돌봐주는 이 없이 혼자 다시 남겨졌다 여기듯이
나 또한 그렇게 엄마를 잃어버렸다.
이젠, 그만 찾아다닐란다.
엄마는 없다.
엄마 눈 속에 이미 난 없다.
싹뚝 끈 하나를 잘라버린다.
첫댓글 이틀동안 집단에서 네가 한 말들이 참 시원하고 재미있고 활력이 되더라. 확실히 만든 5명에 난 확실히 들어가 있는 것 같당ㅋㅋ 너의 매력적이고 멋진 네 모습을 네가 점점 믿어가고 알아가는 것 같아 무지 반갑고 좋아. 싹뚝 끈 하나를 잘라버린다는 말이 시원하면서도 와이리 애잔하노?
맞아. 언니에겐 신뢰가 있어. 다섯명 중 언니는 꼭 들어가있을꺼라는...그게 다시 날 신뢰하는 힘으로 변하는거 있지. 고맙데이. 애잔하다는 말에 가슴이 울린다.
가스나 길게도 쓴다. 읽느라고 고생했다. ㅋㅋ 잔하면서 시원하고, 큼직막하면서도 섬세하고, 탄탄하면서도 신축성있어 보인다. 좋구나 친구야.
으이구. 내 글이라서 길었지만..그래도 열심이 읽은거지? 고생했따. *^^* 여러면을 보는 너도 참 좋다.
반갑고 부럽고 샘난다. 와아리 똑똑하고 이쁜 년이 있노. 고마 이뻐라, 아이고, 배 아파라. 니년이 엄마 잃은 걸 알다니! 너무 일찍 비밀을 알아버린 거 아냐?! 아아, 나는 아즉도 잘 몰겠는데...우씨이~~너는 정말 그게 확 느껴지나보다~~글도 잘쓴다.흥
와 그렇게 배아파하노? 비난처럼 들리지 않아 웬지 언니가 귀엽기도 하고 인정받는거 같아 기분 좋기도 하고 구분하고 있는 언니가 대단타 싶으면서도 아쉽다. 와 그렇게 언닌 언니를 모르노? 얼마나 멋진지 언니는 참말로 언니를 잘 모르는갑다.
새롭게 알게 된 밥데기! 넘 매력적이다~지난달 교육 부터 밥데기가 궁금해졌다. 이번 교육가서 친해지고 싶었는데 일요일에 확인한 것 같아 좋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밥데기가 생각났다. ^^ 라면밥 ~ 우왕 어울린다. 밥데기 글을 읽는데 눈물이 났다. 밥데기 눈 속에 슬픔이 이런거였구나 싶다. 왠지 밥데기를 보면 슬픔이 찾아오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따뜻하다. 밥데기 만의 매력적인 모습을 찾아가는 것 같아 매우 welcome~
다음번에도 대구에서 함께한다는 얘기 들었어. 어찌나 좋던지..웬지 너한테 끌려. 매력적이야. 안정감, 힘, 든든함, 깊이 같은 것들이 느껴지면서도 여리고 가냘프고 아프고 외롭고...그리고 그래...슬프고...웬지 끌린다. 너가.
긴 글을 읽고 났더니 나의 외로움과 힘겨움이 올라오네,,또 긴글을 읽어야 하네,,요것들~~ 하면서 재미있어지네,, 그리고 난 또 긴글에 긴글을 달고 싶어지네 ㅋㅋ 하지만 금새 내 자리로 돌아와 버리네,, 언젠가 만나겠지,,
넘 멋진말이네요...'말을 선택하고 싶다' 이 말이 내한테 참말로 와 닿네요. 나두 말을 선택할 수 있는 여유가 빨리 왔음 좋겠어요....분명이 오겠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