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두나가 나오는 공기인형을 얼핏 집에 가는 KTX에서 봤다. 집에 와서 인터넷 검색해보니
내가 꼭 봐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대전에는 상영하는 곳이 없네.. .
그냥 인형에게 잘해주는 주인님 모시고 사는 자신이 사람인줄 알고 착각해온 공기인형
막상 인간이 되고 보니 나쁜놈, 나쁜년 참 많고... 세상이 녹록치 않고.. 그래도 자신을 만들어준
주인님에게 고맙다고..말한다.
공기인형의 주인은 예전처럼 자신이 잘해준 것 받아주기만 하는 말없는 인형이 되달라고 애원한다.
꼭 봐야지..
남편이 내게 일어나는 심상치 않은 기운을 알아차리고 월요일인데도 불구하고 잽싸게 들어왔다.
평소엔 반가웠을텐데.. 이젠 반갑지가 않다.
남편은 새벽 5시에 출근하고 인천까지 출장갔다가 와서 눈이 토끼눈이 되었다.
나한테 집에 오는 길에 벚꽃이 만개했는데 나에게 그것 보여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지금 나가자고 한다. 남편 눈을 보니 불안감이 보인다. 순간 나가고 싶었다. 꽃이 보고 싶었다.
그런데 난 다시 생각했다. 미안해서라면 싫다. 그리고 지금
내가 같이 드라이브를 간다면 오는 길에 난 또다시 남편이 벗어버린 죄책감을 느끼고 있겠지..
그래서 난 안갈래..라고 말했다. 남편은 그때부터 계속 미안해하고 죄책감에 시달렸다.
잘한 것 같았다. 그렇지만 순간적인 행복을 포기한 것이 이내 씁쓸하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장하다
그리고 나서 침대에 누웠는데 눈물이 났고 주체할 수 없었다.
일요일에 남편에 대해, 우리 관계에 대해 알면서 마음이 아팠다.
알게 되어서 기뻤지만 허탈했다. 소망이 생겼지만 마음에 구멍이 난 것 같았다.
그걸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내가 분석하고 깨닫게 된 것을 확인하는 순간 눈물이 났다.
나와 함께하고 싶어서, 하고 싶어서 내게 한 행동이 아닌, 좋은 남편이고 싶어서
유능한 남편, 자상한 남편이고 싶어서,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고 불안해서
내게 한 행동들을 확인하게 되면서 .. .왜 남편이 한 무수한 행동들 뒤에 난 그렇게도
쓸쓸하고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는지를 명확하게 알게 되는 순간 꺼이 꺼이 눈물이 났다.
오늘도 남편은 화요일인데도 불구하고 빨리 마치고 집에 들어올 생각인가보다. 어제 벗지 못한 죄책감이
참기 힘든가보다.
결혼 기념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길이 평탄하지 않겠지만..
새로운 결혼 생활을 위해 오늘 난 상담가를 찾아가기로 했다. 두근거린다. 어떤 상담이 시작될지..
첫댓글 차분함....너의 마음 속 구멍의 그 시리고 텅빔이 전해져와 내 마음이 애잔하다. 있는 그대로의 너를 만나고 남편을 만나는 순간인갑다. 아프지만 참 소중한 순간인갑다. ....그냥 멀리서나마 함께 하고 있다고 전하고 싶다.
남편이 보이기 시작했고 내 쓸쓸함의 원인도 알게됐고..안다는 건 좋기도하지만 반면에 알아서 더 두렵기도하네.. 언니의 마음이 전해져서 든든해진다. ^^
새로운 한 발을 내딛는구나. 웬지...남편을 하나하나 느끼고 있는 너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감으로 죄책감으로 때론 의무감으로 다가오는 남편이... 그게 만남이고 사랑이겠구나. 그 사랑이 다시 한 발을 내딛게 하는구나. 싶다. 그렇게 니 속엔 사랑가득한갑다.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정말.. 그저 신기할뿐.. 고마워 ^^
그냥 덮어버리고 살기엔 이게 아니다 싶은 그 무엇을 명확하게 알아차리고 나의 것과 남편의 것을 분리하고자 하는 애씀이 참 대견하고 장하게 느껴져요. 지은씨가 이야기할 때 큰 힘이 느껴지고 든든하고 참 미더웠어요. 왠지 호감이 가고 이끌리는 매력이 있어 친해지고픈 마음이 들어요. 새로운 길을 가고자 하는 지은씨와 함께하고픈 마음... 지지하고 싶은 마음... 참 대견하고 기특하다고 등을 토닥이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 진실로 남편을 만나고 싶은 지은씨에게 지지를 보냅니다...
비슷한 걸 느낀다는 건 참 흥미로운 경험인 것 같아요 나도 나무님을 봤을때 참 친근하고 시원해서 호감을 느꼈걸랑요 댓글이지만 힘이되고 든든해진 지난 한 주였고 앞으로 교육에서 쭈욱~ 봐요~~
짧은 대화속에 뭔가 나눌 공통점,, 하지만 뭔가 다를 색다름이 느껴졌어요,,지은씨를 보면서 좀 더 적극적이 되어가는 나를 봅니다.
점심에 잠깐 이야기 나누면서 비슷한 고민을 하는구나 했어요. 적극적이되어간다니 반갑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