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이상한 기분? 감정? 느낌?
암튼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데 몸이 먼저 반응하는 경험을 했다.
막막함, 어지러움, 힘빠지는.. 뭐 그런 느낌이었던 것 같다.
나는 어릴때 길을 잘 잃어버렸다고 들었다.
내기억에는
4~5살쯤 되는 꼬마가 터덜터덜 길을 걷고 있는 모습, 어스름한 저녁에 낯선 가게 앞에 앉아있는 모습 이렇게 두 장면이 남아있다
(하도 많이 들어서 내가 만들어 낸 건지도 모르겠다)
나는 내가 길을 잃어버리고, 다시 찾게 되기까지 그 과정을 엄마에게 듣는 것을 무척 즐겼다.
왠지 신나는 모험담 같기도 하고, 그 꼬마가 참 맹랑하기도 하고, 발랄하기도 하고..
그리고 그 꼬마가 나여서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어쩐지 별난구석이 있는, 호기심 많은, 엉뚱한 아이같아서 너무 좋았다,
이때까지 살면서 그때의 그 꼬마가 무서웠을 것이다. 막막했을 것이다. 등의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서는 단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정말 단 한번도...
그런데 어제 수업을 하다가 갑자기 그때의 기억이 나면서 몸에 힘이 쭉 빠지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느낌에 대해 정말 당황스러웠다.
내가 그 기억에 대해 이런 감정을 느낄 수도 있다는 것을 정말 몰랐다.
소장님의 말씀으로는 몸으로 기억된 것이 그때의 더 가까운 것일 수 있다고 했는데..
그럼 난 그때 무섭고, 막막했고, 힘이 빠지고 그랬나? 왜??
단순히 추측하기로는 그때쯤 동생이 태어났고, 아마 엄마의 사랑을 좀더 요구하고자 그러지 않았을까?
그리고 엄마가 나를 찾으러 올 것이라는 믿음?
엄마에게 버림받을 것 같으니깐 차라리 내가 떠나고 마는 그럼 모습?
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그때의 감정에 가까운 모습과 처음 만났다는 것이다.
솔직히 이것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 그냥 이렇게 있으면 되는지,, 부인해야 되는지,. 확인해야 되는지....
첫댓글 지금까지 느끼고 생각한 것과 다른 감정, 생각들을 알게되고 느끼게 되서 무척이나 혼란스럽고 어색하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막막해지는 것같아 이 글을 읽는 나도 뭔가 어리둥절하고 혼란스럽네. 지금까지 그 때 네가 느꼈던 엄마에게 버려질까봐 두려웠던 불안, 그래서 엄마를 네 손으로 놓고 마는 행동들을 어린 너로써는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억압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이제는 너의 자아가 그 감정과 생각들을 올바로, 있는 그대로 볼 준비가 되어서 보인 것 같아 반갑기도하다. 교육 내내 옆 자리에 앉아서 가끔씩 효경이의 엉뚱한 모습, 귀여운 모습을 보면서 나도 덩달아 재밌어서 즐건 시간이었어.
음. 그때 교육 중 그런 표현을 하면서 몸에서 힘이 빠지는 느낌을 경험하면서 당황하고 놀라워하던 모습, 그리고 눈물을 글썽이던 모습이 여기서도 그대로 보입니다. 그 어린 효경이가 참 불안하고 무섭고 놀랐을 것인데, 그런 마음을 어른이 된 지금에야 고스란히 온 몸으로 기억하는 효경샘의 모습이 참 놀랍습니다. 준비가 되면 내 안의 내가 나를 알아달라고 찾아오나봅니다. 그런 나를 밀어내지 않고 그대로 느끼고 표현하는 샘이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