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득구 국회의원,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교육과정디자인연구소,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좋은교사운동은 최근 한 예능프로그램 출연자를 두고 논란이 된 영재학교 의대 진학 문제의 연장선상에서 영재학교(이하 영재고)와 과학고가 설립 취지에 맞게 운영되도록 입학전형과 체제 개선을 시급히 논의할 필요가 있음을 알리기 위해 공동으로 성명을 내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한 예능프로그램의 출연자를 두고 한바탕 논란이 일었습니다. 경기과학고(영재학교)를 졸업한 학생이 고등학교 재학 중에 꾸준히 의대 진학을 준비하여 6곳의 의대에 합격한 이야기가 다루어졌는데, 해당 학교 설립 취지에 반하는 진학을 자랑스러운 사례로 소개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이냐에 관한 논란이었습니다.
영재학교(이하 영재고)와 과학고는 각각 이공계 분야, 과학 분야 우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세워진 학교입니다. 국내에는 영재고 8교, 과학고 20교 총 28교에 약 7,000여 명의 학생이 재학 중입니다. 영재고와 과학고는 각각 전국단위와 광역시도 단위에서 우수 학생을 선발하고 있으며 두 학교의 최근 3년간 입학경쟁률은 각각 14:1, 3.5:1을 웃돌 정도로 치열합니다. 그간 영재고와 과학고에 대해서는 과도한 입학 경쟁으로 인한 사교육비 증가, 교육 기회 불평등 심화, 학생의 쉼 없는 비정상적인 삶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습니다. 이에 더해 과학 기술 분야 인재 양성이라는 학교 설립 목적에도 불구하고 지난 4년간 해당 연도 졸업생 기준 345명이 의약학계열 대학에 진학했다는 사실은 다시금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는 비단 학교의 설립 취지 훼손 문제만이 아닙니다. 현재 영재고와 과학고에는 막대한 국민 세금이 투입되고 있는데 학교별로 수십억 많게는 백억 이상의 예산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 예산으로 학생들의 장학금과 우수 교원 배치, 각종 실험 연구 등을 지원하고 있는데 일반고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혜택을 다 받고, 학교 설립 취지인 과학 기술 분야가 아닌 의대를 진학하는 것은 사회적 손실이자 해당 교육을 받고 싶었던 다른 학생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행위입니다. 영재학교에서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고 모집요강에 ‘의학계열 대학으로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의 지원은 부적합’하며, 의학계열 진학시 교육비와 장학금을 환수하는 불이익을 주겠다고 하지만 여전히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작금의 실태를 성찰해볼 때,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5개 기관은 다음과 같은 개선방안을 시급히 논의할 것을 촉구합니다.
■ 학교 설립 목적에 반하는 시도의 원천적 차단을 위해 △의대 진학시 졸업자격 박탈, △의대 진학률이 높은 학교에 대한 예산지원 감축 등 강력한 대책 추진해야 함.
국민의 혈세 낭비와 다른 학생들의 교육 기회 박탈을 막기 위해 영재고, 과학고 학생들의 의대 지원 시 졸업 학력을 부여하지 말고, 의약학계열 지원자격 제한을 의무화하는 엄격한 제도화가 필요합니다. 현재 영재학교에서는 재학생의 의대 진학시 교육비와 장학금을 환수하는 등의 불이익을 주고 있지만 받은 국비 지원을 “토하고 의대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실효성이 떨어집니다. 받은 지원보다 의사가 되어 누릴 경제적인 이익이 더 크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학 또한 해당 고교 유형의 학생들이 우수한 학생이라는 미명 하에 의대로 데려오기를 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같은 영재학교 재학생의 의대 진학은 이공계열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투자한 막대한 국가 예산의 낭비로 이어질 뿐 아니라 사회적 공공성을 훼손하는 처사입니다.
따라서 근본적인 대책으로 영재고와 과학고는 의대 진학시 졸업 자격 박탈이라는 실효성 있는 정책을 펴야 하고, 영재고와 과학고 출신 입학생 비율이 높은 의과 대학에는 예산지원 감축 등의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설립 취지를 망각한 채 학교 간 서열화와 사교육 심화 등 불평등을 야기함으로써 2025년부터 일반고로 전환된다는 사실을 교훈삼아 영재고와 과학고의 모습을 성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 부모 배경에 의한 교육불평등 조장하는 특권 교육이 아닌 타고난 영재성 발굴하고 지원하는 진짜 영재교육으로 전환해야 함.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들 입에서는 ‘실패와 좌절’이라는 단어가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과도화된 고교서열화와 이에 따른 선발 과정에서의 실패 경험은 어린 학생들에게 낙오와 좌절의 경험을 주고 있습니다. 영재고와 과학고는 사교육의 도움 없이는 사실상 진입이 어려운 불공정한 입시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소수만을 위한 수월성 교육은 특권 교육으로 인식되었고, 수월성의 의미를 성적으로만 바라보게 하였습니다. 단적인 예가 수도권과 사교육 과열지구 쏠림현상입니다. 전국 8개 영재고의 2020학년도 신입생 10명 중 7명이 서울과 경기 출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