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오랫만에 혼밥을 먹었다.
주문한 메뉴를 기다리며 눈둘 곳이 마땅치 않아 핸드폰을 만지작 거렸다. 그러다 클릭한 메시지.
'가장 소중한 오만원'이라는 제목의 사걱세 두 대표님들의 편지였다.
그 전까지는 대부분 스킵하고 (죄송해요 ^^;;) 넘어갔는데, 이번엔 시간도 여유있겠다 한 자 한 자 꼼꼼히 읽었다.
편지에는 지난 14년 간의 노력과 수고가 수포로 돌아가는, 교육시계가 거꾸로 돌아가는 암담한 현실에도 고통받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지금껏 걸어온 걸음을 멈추지 않겠다는 다짐이 담겨 있었다. 두 대표님의 결연한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편지를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한편으로는 정말 우리 교육현실이 이 정도일까 싶기도 하고, 정말 이 정도라면 진짜 노답이다 싶었다.
"아이들은 수능 점수에 따라 평생 낙인찍힙니다. 수능 점수와 대학 서열대로 꿈의 크기와 삶의 수준이 제한되는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대입이 가까이 오면 올수록 좌절되는 꿈과 미래. 수능에서 낮은 등급을 맞으면 낙오자가 되어버릴까 그 두려움에 오늘도 쉽게 잠들 수 없는 아이들의 일상을 저희는 매일매일 생각합니다."
문제해결의 열쇠는 '무엇이 문제인지 아는 것'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된 게 교육 문제는 무엇이 문제인지는 누구나 아는데 이다지도 해결이 힘든지 모르겠다. 아. 어쩌면 '교육 문제에 대한 정의'가 각자 달라서 해결책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누구는 '공정하지 못한 기회'가 문제라고 여기고 누구는 '출발선이 다른 게 문제'라고 여긴다. 서로 생각하는 게 다르다보니 평행선만 달린다.
가끔은 너무 아픈 현실이어서 그냥 외면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내 주변 보면 이 정도는 아닌데... 너무 어두운 면만 강조하는 거 아냐?' 어깃장 놓고 싶은 마음이 자꾸 든다. 나부터도 일 하느라 아이 교육에 관심이 덜 한 건지, 아니면 아직 대입을 치르지 않아서 인건지 편지에 써 있는 정도의 심각성을 잘 모르겠다. 물론 우리 아이도 매일 밤 온갖 스트레스 때문에 운다. 나는 그런 아이를 보며 사춘기 아이의 과잉 감정 분출인가보다 싶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거 같다. 어쩌면 다른 이의 고통에 민감하지 못한 내 잘못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한편으론 불편함을, 죄책감을 자극하는 것 말고 희망적인 사례(물론 인천예일고등학교 EnS 동아리 사례는 참 기쁜 사례다!)를 보여주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어려운 현실에도 꿈을 키워가는 젊은이. 스타트업을 만들어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청소년. 이런 밝고 긍정적인 사례도 많이 보여주면 좋겠다. 안 그러면 계란을 짓누르는 바위의 무게에 질식해버릴 것 같다. 어두운 현실에 자꾸 절망스런 마음이 든다. 어쩌면 그 동안 사걱세가 이뤄온 성취를 잘 모르는 새내기 회원이어서 그런 걸수도 있다. 채송아 선생님이 작성한 글([출처] [정책다방] 씨앗과 꽃과 열매의 인연 속 어디쯤|)을 읽다보면 바위를 들어올리는 계란의 힘을 느끼게 된다.
해야 할 일이 너무 엄청나게 느껴져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을 땐 잘게 쪼개서 작은 일부터 시작하라고 한다. 교육 문제라는 거대한 바위를 보며 절망만 하지 말고 그 가운데서도 시민들이 이뤄온 작은 성취들을 볼 수 있는 눈을 키워야겠다. 그리고 고통을 외면하지 말고 직시하는 마음으로 쳐다봐야겠다. 아... 벌써부터 마음이 아프다.
첫댓글 사실은 노답인 것 같아요 ㅋㅋㅋ그 가운데서 답을 만들어 가는 게 우리의 일이고요. 이왕 객관식이 아닌걸로 판별났으니 주관식 서술로 다양하게 써보아야겠네요 ㅎㅎ
교육이 경쟁사회에서 생존의 도구가 되어버리니 그냥 막가는 것 같달까요. 과거에 비해서는 분명히 좋아진 점도 많은데,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너~~~~~~~~~~무 멉니다. 어렵지만 함께 고민하고 마음을 모으는 동지들이 있으니 꾸준히 가는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