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그 언니가 어제 오전에 오랫만에 연락을 한다. 약속을 잡고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난번 만났을 때만 해도 그 언니의 외동아들이 성적이 원하는 만큼 안나와서 걱정이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이번에는 반대인 것 같다. 기분이 한껏 좋아보인다. 아니나 다를까, 무슨 시험을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애가 무지 잘봤나보다. 게다가 작년에 공부를 너무 안했다고 스스로 느끼며 (전에 과고를 목표로 했던 것 처럼) 이젠 의대를 목표로 마음을 다잡았단다. 우리 아이는 잘 있냐고, 공부는 좀 하냐고 묻는다. 물론 말이야 ‘언니 아이는 정말 걱정 없겠다, 나도 우리 애가 그만한 실력이 있으면 욕심이 있었겠지만 그러지 않다. 나는 그 경쟁의 폭풍속에 들어가있지 않아서 평안하다.’ 이렇게 했지만 우리아이는 공부를 좀 하냐는 말의 늬앙스가 그다지 호의적으로 느껴지지 않아서 간만에 맘이 불편해진다. 비교우위로 위로를 받으려는 말로 들린다.
비슷한 이야기들로 이렇게 저렇게 이어가다가 자기 아들과 같은 무리의 아이들은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계속 욕한다고 한다.
“이게 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때문이야!!”
들어보니 수학이 쉬워지고 범위가 좁아지면서 해당 과에서 말도 안되게 꼬아서 나오는 시험이 있다고 이야기를 한다. 어디에서 그런 시험이 나오냐고 하니 수능이라길래, 그건 소송감이라고 이야기 해주었다. 그런데 우리 단체를 욕하는 이유는 문제가 어려워져서라기 보다는 미적분과 벡터를 전만큼 가르치지 않아서 우리나라 수학계를 하향평준화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무리들은 (무슨 수학관련 연구회인 것 같은데) 이를 갈고 있으며 조만간 반격을 할거라고 한다. 그 언니 아들은 그들과 커뮤니티를 이루며 영향을 받고 있는 고딩이다.
이러저러 블라블라 설명을 하다가 수능을 절대평가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이르렀다. 대학에서 원하는 수학의 수준이 있으나 인지발달상 너무 어려운 수학은 조기에 포기하도록 만들고, 일정 수준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하는데 그 안에서 어려운 문제를 누가 더 푸느냐 경쟁하니 국가적인 손실이 아닐 수 없다고 이야기 해줬다. 이 언니도 그 이야기에 동조한다.
그제야 입을 떼길,
아이가 수학 과외를 하고 있는데 (한회딩? 시간당? 10만원의 비교적 고액) 얼마전에 보니 어려운 문제 푸는 법만 가르치는 선생이더란다. 수학의 종합적인 개념과 흐름도 가르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모르는 문제만 가르쳐 주는 터라 본인이 소개해 준 사람들이 컴플레인을 해서 알았고 자기도 좀 돈이 아깝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에게 다른 과외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 하니 아이가 하는 말이,
“왜 그 선생님이 원리를 가르쳐야 하는데?? 그런 건 중학교 때 선행으로 뽑았어야지. 이제 정말 어려워서 풀기 어려운 문제를 가르치는 게 그 선생님의 역할이야. 만약 그 과외 끊어버리면 난 대치동으로 직접 갈꺼야. 다른 엄마들은 다 라이딩해주는데 엄마는 운전도 못하고 영어과외나 하고 있잖아.”
이 언니도 오래전에 이야기 하길 (아직 초등일때) 아무리 똑똑해도 우병우처럼 비뚤어진 어른이 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인간이길 원치 않는다고 했다. 기본적인 생각이야 그러니 나와도 대화를 하고 우리 도서관에도 후원을 하고 있을 터. 그런데 어찌 점점 멀어져 가는듯 하다. 엄마가 아니라 아이가 더 앞서 그 경쟁의 한가운데에 들어가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의사가 되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묻고 싶다.
(누군가의 원망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반대로 우리 단체의 활동이 확실히 여러모로 영향을 주고 있음을 반증해주네요.^^ 힘내세요!!)
첫댓글 그 지인 아들 대차다 못해 소름끼치게 대답하는 거 보니, 우리나라 상위권 고등학생들의 학업세계가 갑자기 공포영화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