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게임에 과몰입하는 것을 보면서 중독을 염려하는 부모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우리 단체 내에서도 게임을 즐겨 하는 20대 상근자 샘께 의견을 물었다.
앞선 글 2편에 나온 답변에 질문이 이어졌다.
Q. 고등학생 정도면 본인이 프로게이머가 될 정도가 아니라는 것도 알고, 게임 세계의 성공 가능성에 중독돼 있다는 인식도 조금씩 하는 거 같아요. 그런데, 이미 게임 외에는 바깥 세상으로 나오는 게 힘들어진 경우도 간혹 만나게 돼요, 중독된 것은 물론이고, 몸(손목관절, 허리 등등 ㅠㅠ)까지 아프기 시작해서 정형외과에 다니는데, 정작 심리상담은 거부하더라고요. 상담이 필요한 상태로 낙인 찍는 게 싫은 걸까요.
게임중독 경계를 넘나드는 아이와 겪는 일상이 하나같이 간단치 않아서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무네요.
A. 앞에서 이미 말했지만, 게임을 통해 해소하고자 하는 결핍과 욕망을 본인과 주변 사람들이 알아내고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한다고 다시 강조하고 싶어요. '게임은 한심한 취미니까', '게임은 양아치들이나 하는거니까', '게임은 나쁜 콘텐츠니까', '게임은 공부에 방해되니까' 하지마! 라는 사고방식으로 아이랑 대화하려 하면 숨이 턱턱 막히더라구요. 저희 부모님의 접근 방식이었는데, 저는 정말 숨이 막혔습니다. ㅋㅋㅋㅋ ㅠㅠ
몸이 아픈 정도라면 정신이 아프다는걸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지 않을까요. 해결책을 찾고 싶은데 방법을 찾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 어딘가에 중독되는 것이 가장 좋은 회피방법이니 더 중독될 수도 있구요. 중독된 무언가를 하는 그 순간만큼은 행복하니까요! 어쨌든, 본인도 문제가 뭔지 모르겠지만 결핍과 욕구를 느끼고 있고 그 해결책에 대해 논의할 수 없는 상황일 가능성이 크니....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잠시 접어두고 이야기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제가 남성이 아니라서 또래 남자아이들의 생각을 다 읽을 수는 없습니다. 저 또한 저 또래의 남자아이들과 말하는거 힘든거 알고..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느낄 때도 많고요. 그러나 아이가 막 일베하고 폭력성, 성도착증을 드러내는 수준으로 가지 않았다면 앞에서(1,2편 참고) 말한 접근이 가장 기초가 되어야 할 것 같아요. 심각한 수준이라면 병원을 가야겠지만, 정신이 아파서 몸까지 아플 때 자신이 병원에 가야한다는 판단을 내리기 쉽지 않을 수 있으니.. 이 즈음에선 어떤 말을 할 수 있을지 조심스러워요.
영화 '김씨표류기'가 중독은 아니지만 강박증, 대인기피증으로 인한 은둔형 외톨이 이야기를 보여주는데, (물론 현실보다 더 아름답게 표현 됩니다.)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본질이 '우울과 정신병의 근원이 결핍에 있고 그 결핍을 채우는 것은 아주 사소한 것부터 시작된다'에 있어요, 저는 이 관점에 공감을 합니다. 결핍을 채워줄 사소한 기회들은 나와 정말 상관 없는 타인, 나를 어떤 가치로 먼저 판단하지 않은 대상으로부터 올 때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부모님들도 사랑해서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것은 알지만 그냥 마음을 조금 비우시고... 타인처럼 이야기해보는 것은 어떨지... 제안해봅니다.(상대방을 가장 신뢰할 때 나타나는 태도가 걱정하지 않고 불안해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부모님이 아이를 사랑한다면 가장 먼저 형성해줄 것이 신뢰라고 생각합니다. 관계를 개선하려 할 때 가장 중요한 게 신뢰이기도 하구요.)
저도 결핍과 질환들로 많이 고통받았었고 병원과 상담, 약, 책읽기, 영화보기, 운동 등등 정말 여기서 벗어나려고 많은 것들을 해봤었거든요.. 어린 나이에는 이런 문제를 부모님과 직접 상담하기도 힘들다는 걸 너무 잘 알기에... 게임 중독에 대한 대답을 더 길게 하게 되네요. 부모님과 관계도 중학생 때 정말.. 너무너무 안좋았는데, 가족들 모두 힘들게 노력하면서 관계가 개선됐어요. (여전히 그때 문제로 계속 이야기 나누고 있지만요 ㅎㅎ) 저도 비슷한 경험으로 힘들었던 때가 있어서 게임 고민하시는 부모님과 학생들에게 더 깊이 이입하게 되는 것 같아요.
첫댓글 아들 둘 키운 부모로서 정말 공감되는 솔직한 이야기네요^^ 아이가 하는 게임에 관심 가져주며 이야기 나누다보니 알게된게 아이도 자신이 왜 게임빠져있는지 알더라구요. 우리도 끊고 싶지만 끊지 못하는 습관 한 두가지씩 있지만 잘 조절하면 살아가는데 지장은 없지않나? 하는 생각도 들고 ㅎㅎ
좋은 인터뷰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수시로 떠올려요. 게임이 아닐 뿐 저의 중독적 행동이 얼마나 끊기 어려운지를요. 자신의 중독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성찰한 사람이 해 준 이야기라, 이 글을 정리하면서 저 역시 도움이 됐어요.
말한 사람, 정리한 사람, 읽는 사람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글이 되었다니 기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