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아들이 국어 수행 평가가 있다는 얘기를 했다.
금요일까지 자신에게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것(인물,여행지,이색 취미 등)에 대해 조사해서 900자 이상의 글을 써서 발표해야 된다고 했다.
나는 빨리 써서 국어 학원 쌤한테 봐달라고 하라고 했다.
어젯밤 아들이 학원에서 돌아와 저녁을 먹고 글을 써야겠다고 한다.
그런데 아들이 글감도 제대로 못 고르고 있다.
이걸 쓰려니 너무 광범위하고, 저걸 쓰려니 너무 쓸 내용이 없다며.
나는 네 취미인 프라모델에 대해 써보는건 어떻겠냐고.
컴퓨터를 켜고 자꾸 나를 부른다.
"엄마, 어떻게 쓰지?"
"엄마, 뭘 쓰지?"
아예 아들 옆에 앉았다.
아들이 쓴 문장이 영 마음에 들지않아 자꾸 지적을 하며 고쳐주게 된다.
아들은 두세줄 쓰고 벌써 막힌다.
"니가 프라모델을 접하게 된 계기를 써 봐."
"프라모델을 만들면서 있었던 에피소드도 쓰고."
"너, 프라모델이 왜 이름이 프라모델인지 알아?"
"몰라."
"플라스틱 모델에서 프라모델이란 이름이 나온거야.애들도 그런거 잘 모를테니까 그런 설명도 좀 써주고."
아들이 졸려워서 못하겠다고 한다.
둘째 아들은 여태 놀다 영어 학원 숙제 좀 도와달라고 한다.
둘째 숙제를 봐주고, 큰아들 방에 가보니 씻지도 양치도 안하고 침대에 누워 잠들어 버렸다.
불을 꺼주고 문을 닫고 나왔다.
내신에 들어가는게 아니면 이거 좋은 수행평가네 하며 여유있게 바라보겠는데, 이제 조급해진다.
내가 대신 써주고 싶은 마음도 들고, 진작 논술 학원에 보낼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든다.
내신 등급 앞에 무너지는 모습이 슬프다.
첫댓글 정말 그래요. 좋은 수행평가가 많은데, 상대평가로 줄 세워서 대입에 반영돼 버리니 ㅠㅠ 엄마가 써주고 싶은 마음 참은 것만도 대단하셔요..하긴 너무 개입하면 고1이나 된 아들 입장에선 당장 편할진 몰라도 기분이 안좋을 거 같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