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졌습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2019년 1월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불수능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지난 3월 25일,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되었습니다. 네, 우리가 졌습니다. 사법부는 학생과 학부모가 입은 피해를 외면하고 국가가 주관하는 시험의 권위만 인정한 셈입니다.
사건의 원인과 결과에 명백한 인과관계가 있고, 누가 봐도 부정할 수 있는 명시적인 증거가 있지 않는 한, 재판에서 불리하다는 것을 모르지 않습니다. 사법부가 공공의 선에 귀기울이지 않는 모습이 어제 오늘일도 아니고요.
# 2년 간 싸웠습니다
많은 학생들은 12년 동안 쌓아올린 노력을 단 한 번의 시험, 수능에 겁니다. 수능을 신뢰하는 학생들이 역대급 불수능에 큰 화상을 입었다면, 자신들의 화상을 그저 2000년에 태어난 불운으로 돌려야 할까요? 물리 전공자나 읽고 바로 이해할 수 있는 국어 지문, 한 문제 푸는데 20-30분이 넘는 수학 킬러문항... 이런 수학 문제가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만큼 출제하지 않는 구조를 바꾸라고 우리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국가를 상대로 한 싸움이 순탄치 않음을 알면서도 원고로 나선 시민들, 교육이 교육답게 변화하길 바라며 지원하는 변호사님들이 함께 싸웠습니다.
지난 2년,
1심과 2심을 거치는 동안 많은 시민들이 불수능 아웃 캠페인에 동참했습니다.
2,700여 명의 시민들은 이 캠페인에 서명으로 참여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졌습니다.
# 하지만, 달라진 것이 있습니다
첫째,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위반한 문항이 대폭 줄었습니다. 수학만 살펴 보면, 2019년에 12개나 되는 킬러문항이 2021학년도에는 2문제로 줄었습니다.
둘째, 그동안은 국가기관인 '교육과정평가원'이 수능 문제의 범위, 난이도 수준을 독점해서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소송을 계기로 수능도 시민사회가 감시하고 강력하게 문제제기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셋째, 법원은 판결문에서나마 수능 역시 고등학교 교육과정 내에서 출제해야 한다고 인정했습니다. 다만, 수능이 선행교육규제법 대상이 아니라는 논리로 소송의 근본적인 책임을 피해 갔습니다. 결과적으로 수능 역시 선행교육규제법 대상임을 명시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켰습니다.
불수능 소송을 두고 '떼를 쓴다'고 표현한 댓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공부 안한 네 탓을 하라'는 말이겠죠.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이미 아이들은 공부 안하는 자신을, 공부 못하는 자신을 쓰레기 취급하고 있습니다. 그 댓글을 쓴 사람 역시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지 못할 때, 세상을 향해 돌팔매질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담벼락에 소리라도 지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한 가지만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불온하게 돌아가는 세상은 그렇게 소리치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 바뀔 수 있습니다.
사교육걱정은 그렇게 소리치는 시민들과 함께 합니다.
1심과 2심 판견물에 대한 비판 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