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지역모임하면서 요즘 젊은 엄마들 고민 중에 아프게 다가오는 이야기가 있었다. 중학생 또래 아들의 게임 과몰입을 보면 본인의 예전 남자친구들이 게임에 빠져서 관계에 불성실했던 모습까지 오버랩되어 더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mz세대의 게임을 문제라고 보기보다 하나의 문화로 보자고 조언은 쉽게 할 수 있지만 양육자로서 중독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 평소 게임을 즐겨 한다는 우리 단체 20대 상근자에게 물어봤다.
Q. 많은 부모들이 아이가 게임하는 걸 못하게만 하려는 건 아니예요. 다만 중독이 될까봐 염려하는 거죠. 게임에 빠졌다가도 현실과 게임세계 사이를 넘나드는 징검다리가 생기도록 사용시간을 정하죠. 못지키면 바로 혼내지 않고 지켜보고, 다시 얘기하고 정 안되면 규칙을 수정도 하고 이런저런 노력을 먼저 하거든요. 그런 노력 중에도 안될 때가 점점 더 많이 생기니까 이러다가 중독이 되는 거 아닌가 두려워지죠. 그러면서 둘 다 불행해지는 거 같아요.
A. 저는 게임을 바라보는 인식 자체가 부모님들과 달라요. 저는 게임을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어딘가에 몰입하는 것은 좋은일인데 그 몰입을 어떻게 현실로 끌어오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게임도 이제 하나의 현실 공간으로 인식 되고 있어서 게임을 못하게 하는 것은 그 사람의 또다른 세계를 깨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중요한 것은
1) 나는 그 게임을 왜 좋아하는가
2) 게임을 통해서 내가 얻는 감정과 장점, 단점은 무엇인지
3) 그 게임에서 찾으려고하는 것은 무엇인지(게임을 통해 얻고자 하는 나의 욕망이 무엇인가)
이 세 가지 질문에 답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거라 생각합니다. ㅎㅎ
이 세 가지 질문을 이해하고 거기에서 본인만의 답을 찾으면 중독이었다가도 돌아오고, 중독이라할지라도 거기에서 다른 무언가를 찾아내더라구요. 반드시 의미를 찾지 않더라도 '이게 나의 취미구나'라고 인식해서 조절이 가능해지는...? 효과가 있었던 것 같아요. (중학교 1년, 대학교 2년 게임에 중독됐다고 느꼈다가 돌아오면서 제가 했던 고민들입니다ㅋㅋㅋㅋ)
제가 위에서 말한 방법이 게임과 현실을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얼추 해줄 수 있을거라 생각해요. 마냥 못하게 하는 것보다는 부모님이 같이 게임을 해보실 수도 있고, 그 게임을 하면서 저런 질문을 해보실 수도 있고 어떻게든 아이가 현실과 끈을 놓지 않을 수 있도록 같이 힘써 주실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저희 부모님도 제가 게임하는거 싫어하셔서 제가 겪었던 갈등들도 생각이 나네요 ㅎㅎ
사실 미디어학에서는 게임의 가치, 게임 유저들, 게임사회의 규칙에 대해서 정말 관심이 많고 그것이 곧 미디어 학문적 틀로 해석이 가능하거든요. 저 3가지 질문을 이해하고 답할 수 있는 친구라면 미디어 쪽으로 진로를 고민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조언도 드려요. 저희 부모님이 드라마, 예능, 영화 보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셔서 저도 맨날 부모님 옆에서 텔레비전 보고 부모님 몰래 게임하고 영화보고 드라마보고 예능 보고 했었거든요ㅋㅋㅋ 어쩌면 한심해보일 수 있는 취미인데 게임 속 세계에 대해서 공부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 학과 교수님 최고 명언이 '내가 좋아하는 모든것이 학문이 되는 과가 미디어학과다' 거든요. 게임으로 프로젝트하고, 게임하면서 만난 여성 유저들 이야기를 담아서 글 써서 제출하고 교수님이랑 같이 읽기도 했어요. 게임 역시 미디어학에서는 굉장히 좋은 교육 소스라는 점도 기억하시면 좋겠어요.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