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부 아이들과 줌 모임을 하면서 WANT카드를 사용했다. 줌모임을 하다보니 WANT카드 그림이 잘 보이지 않고, 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PPT로 보여주면서 클릭시 카드가 뒤집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PPT 애니매이션 기능에 분명히 그런 기능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카드 한장이라도 해봐야지 하는 생각으로 검색을 했다.
처음 검색은 "클릭하면 그림이 변하게 만들기"로 치자 온라인 상에서 그런 소스를 만드는 방법들이 소개되어 나왔다.
이번엔 "PPT로 클릭했을 때 그림 변하게 만들기"를 검색했다. 관련된 블로그 글과 영상들이 쭉 떴다.
다음으로 "PPT로 카드 뒤집기"로 치니 내가 원하는 자료가 뜨는 것이 아닌가? 친절하게도 유튜브에 무료 영상들이 많이 있었다.
몇번 따라해보니 정말로 시간을 단축하면서 많은 기능들을 익힐 수 있을 듯 했다. 일단 창을 하나 열어놓고 하나하나 따라하기 시작했다.
그 때 수린이(둘째 아이)가 쓱 오더니 내 옆에 와서 뭘하는 지 관찰하기 시작한다. 수린이는 내가 하는 일을 늘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전에도 PPT작업을 할 때 내가 버벅거리고 있는 점을 지적해주어서 유용하게 쓰기도 했다.
"엄마 뭐해?"
"응..엄마 PPT로 자료 하나 만들려고 하는데 잘 몰라서 강의 듣고 있어"
"그래?어떤 강의야?"
"WANT카드 있잖아. 청소년부 줌 모임에서 사용하려고 보니까 그림도 안보이고 불편해서 카드를 클릭하면 그림이 뒤집어지게 만들어 보려고"
"엄마. 너무 좋은 생각인데? 나도 봐도 돼?"
"엄마 옆에 와서 앉아봐~같이 해보자"
그렇게 해서 수린이와 같이 강의를 들으면서 하나하나 작업을 해 나갔다. 일단 그림이 있어야 하니 카드 그림을 카메라로 캡처를 했다. 그리고 그 그림을 PPT 프로그램에서 편집을 하고 뒤집는 애니메이션을 추가하기 시작했다. 하나하나 따라하니 그리 어렵지 않았다. 샘플 그림으로 뒤집는 애니매이션을 넣어주고 소리까지 넣어주니 그럴싸 했다. 그리고 슬라이드를 하나의 슬라이드에 모아서 클릭 할 때 하나의 카드가 보이도록 편집을 했다. 슬라이드 크기를 맞추고 배열을 하는데도 또 방법을 몰라서 유튜브 강의를 찾아보고 따라했다. W카드 열두장을 모두 스캔하고 작업을 했는데 샘플을 만드니 나머지는 그림바꾸기만 해주면 되어서 작업속도가 빨라졌다. 장장 3시간 정도를 앉아서 수린이와 그 작업을 하면서 수린이와 얘기했다.
"수린아 내가 필요해서 뭔가를 배우니까 되게 재밌지? 지루하지도 않고 강의도 초집중해서 듣게 되고"
"맞아 엄마. 정말 그런거 같애. 그리고 엄마랑 같이 하니까 더 재밌는 거 같아"
"다음에도 엄마 공부할 때 옆에 와서 같이 공부해~엄마도 너랑 하니까 왠지 더 빨리 공부가 되는 것 같아. 엄마가 모르는 것도 네가 가르쳐 주니까 말이야. 이것이야 말로 바로 협업 아니겠어? 다른 말로 <집단지성> 이라고 하는거지. ㅎㅎㅎ"
"응. 엄마~같이 하니까 더 재밌는거 같애."
카드를 스캔할 때도 수린이가 도와주어서 금방했다. 카드 순서를 배열하는 것부터 수린이가 도와주었다.
"수린이는 전에 언니집에서 청소해주는 게 꿈이라고 했나?"
"응..그냥 나는 뭘 해야할지 몰라서..꿈이 없어"
"그런데 청소해주고 일하는 사람 스케쥴 관리해주는 것도 재능이야. 유명한 회장님들은 다 비서가 있잖아. 내가 어떤 일을 하는게 아니고 어떤 일을 그 사람이 잘 할 수 있는 걸 돕는 것도 하나의 훌륭한 직업인 거지."
"근데 난 뭘 잘할 수 있는지 모르겠어 엄마"
"엄마가 수린이랑 공부해보니까 수린이 옆에서 보조를 참 잘하는 거 같아. 그런데 재능이 있는 거 같애. 이렇게 지루한 일도 집중해서 잘 해내고 말이야. 지루한 걸 못해내는 사람도 많거든? 그런데 수린이는 단순반복 작업을 해 내는 데도 끈기 있게 잘해. 수린이의 아주 훌륭한 재능이야"
잘 하는 것에 대해 얘기해 주니 수린이의 얼굴이 환해진다. 뿌듯해 하는 것이 나에게까지 느껴졌다.
카드 배열이 잘 맞지 않아서 수린이랑 몇 번을 다시 해 보았다.
"아~이게 조금이 안되네"
같이 안타까워도 하고
"엄마 너무 완벽하려고 하는거 아니야?"
하면서도 조금 삐뚤어진 그림을 다시 하기 위해 몇 번 스캔작업 하는 걸 도와주었다. 사진 찍을 때 그림자가 지지 않도록 카드를 들고 있어 주는 일도 했다.
한번 시작하자 끝을 보고 싶은 욕심이 들어서 저녁을 대충 먹고 다시 작업에 들어갔다.
"수린아~이거 한다고 누가 돈 주거나 칭찬해 주는 것도 아닌데 엄마는 이런거 한번 시작하면 이상하게 끝을 보고 싶더라~"
"엄마 나도 그런데~히히"
"수린이는 엄마랑 많이 닮았네?"
결국을 작업의 끝을 보고야 말았다. 다 하고 나서도 세세하게 수정할 것들을 몇 번이고 검토해보고 사진을 다시 찍어서 올리거나 더 나은 방법을 몇 번 모색하다가 작업이 끝났다. 그리고 수린이와 하이파이브를 했다. 수린이의 표정에도 뿌듯하고 자랑스러움이 가득 찼다.
이걸 그냥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배웠으면 지루하고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내가 필요한 걸 직접 배워서 바로 써먹는다고 생각하니 이게 공부인지도 모르고 공부를 하게 되었다. 무엇이든 내가 배우고자 할 때 자료는 널려 있다. 단지 배우고자 하는 동기를 찾지 못했을 뿐이다. 함께 하면서 수린이의 재능을 발견하게 된 것도 신기하고 감사하다.
종종 수린이와 같이 작업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수린이는 훌륭한 공부 파트너이다. 언제 이렇게 컸지?
첫댓글 오, 정말 멋진 수린이네요. 수린이의 강점을 발견해주는 엄마도 훌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