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아이들이 토마토 맛에 빠져 하루에 몇 개씩 냉장고에서 꺼내먹던 날들이 있었다. 마침 제 철이기도 했고, 맛있는 품종이었던지, 다른 때는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던 토마토를 매일 꺼내먹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흐르는 물에 슥슥 닦아서 크게 한입 베어 물며 “맛있다~”를 연발하던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토마토가 뭐가 그렇게 좋아?"
라고 묻자, 둘째는 겉껍질 안쪽의 설겅거리면서 사각사각한 부분이 좋다고 한다. 막내는 더 안쪽 핵심에 있는 말캉말캉한 덩어리들이 좋다고 한다. 하나의 토마토를 먹으면서도 이렇게 좋은 부분이 다르다. 아이들의 말을 듣고 바로 재미있는 생각이 떠올랐다. 만약 좋아하는 부위만 채워서 따로 팔면 어떨까? 겉껍질 안쪽의 부드럽고 설겅한 속살만 모아놓았다면, 또는 더 깊숙한 안쪽의 말캉한 덩어리들만 모아놓았다면.... 재미있긴 하지만 그렇다면 토마토가 이렇게 맛있게 느껴지지는 않을 것 같아 상상은 그냥 접었다.
토마토를 한입 베어 물 때, 내가 좋아하는 더 맛있는 부분이 안쪽에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토마토는 이미 맛있어 진다. 그 기대감, 때로는 더 좋은 게 그 안에 숨겨져 있다는 걸 알고 그 맛을 느끼기 전까지의 설레임, 그리고 그 맛을 느꼈을 때의 충족감. 이 모든 게 합쳐져 토마토에 대한 하나의 좋은 기억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우리의 모든 기억도, 좋은 게 있고 덜 좋은 게 있어서 좋은 게 더 빛나는 게 아닐까 한다.
지금은 아이들이 그 때만큼 토마토를 먹지 않는다. 그 때 한참 맛있게 먹어서 물렸나? 아니면 토마토를 놓고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기엔 아이들이 여유가 없어진걸까? 토마토만 보면 깔깔대며 서로 좋아하는 부분을 얘기 나누던 그 때 목소리가 햇살처럼 내 안에서 퍼지는 듯 하다. 아이들의 싱그러운 나날, 그렇게 아이들과 함께 웃고 즐기는 순간들을 놓치지말고 잘 포착하라고, 토마토가 나에게 말을 거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