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바쁘게 준비하고 공부방을 향해서 달려간다.
공부방 아이들의 학년 연령은 7세에서 중2 까지라 폭이 넓다.
보통은 초등입학하기 3개월 전 정도가 되어야 7세 아이를 둔 부모님들이 한글익히기와 쓰기에 대한 요청으로 찾아온다. 얼마전에 온 아이는 이제 막 7세가 된 아이로, 미리 온 경우는 처음이였다. 한글 익히기 요청을 받으면 가장 먼저 손목에 힘 기르기 수업을 한다. 선긋기와 색칠을 통해 선 밖으로 안 나갈 수 있을 만큼의 힘이 길러진 다음에는 선 밖으로 색이 나가도 된다. 이 활동은 연필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2주 정도 되었을까? 7세 아이의 할머니께서 공부방에 오셨다.
가,나,다는 이미 다 가르쳤으니 그 다음 글자를 가르쳐달라는 부탁을 하셨다. 아마도 빨리 다음 글자로 넘어가길 바라는 마음이실듯하다.
막 7세가 된 아이와 손목 힘 기르기부터 천천히 진행하던 수업을 하는중에 받은 요청이라 더욱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아이가 성장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실력이란 무엇일까?‘
’내가 가르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이렇게 아이들과 수업을 하다보면 부모님들의 요청에 불현듯 깊게 생각하는 순간들이 있다.
코로나가 심각할 당시 주변의 공부방들의 타격이 클 때 나는 별다른 변화 없이 흘러갔다. 대신 예년처럼 신학기에 새로 들어온 학생 또한 없었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에게 수업 외의 것들을 제대로 가르칠 시간이 났다.
요즘 아이들의 특성을 파악해 자라나고 있는 아이들간의 관계에서 익히고 배워야 할 것들, 자신에 대한 생각과 감정 그리고 표현들 등
산만한 아이들은 쉬운 문장도 온전히 읽어내기 어렵다. 문제를 제대로 읽지않아 아주 쉬운 문제도 못푸는 아이들이 너무나 많다. 손으로 짚어가며 같이 읽을 시간이 부족해 생각해 낸 것이 문제를 공책에 그대로 써보게 하는 것이다. 문제를 옮겨쓰면서 글자 하나하나를 살펴 보게되니 문제를 다 쓰기도 전에 “선생님,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하고 말한다. 국어의 경우는 지문에 답이 나와 있는 경우에도 답을 찾지 못해서 힌트가 될 문장들을 적어보게 한다.
내가 아이들에게 특히 강조하고 강하게 말하는 것은 다른 아이를 다치게 하거나, 약속을 안 지키거나, 거짓말을 하거나, 다른 아이에게 인신공격을 하거나, 욕을 할 때다.
보통의 경우는 혼나는 아이를 존중해 따로 불러서 이야기 하는데 여러명이 연결되어 있고, 심각해 다같이 생각해봐야 할 경우, 다른 아이들 모두 있을 때 꾸짖는 경우도 있다. 이유와 맥락, 상황을 묻고 답하기를 한 후에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적고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도 써보도록 한다. 친구들한테 보여줘도 되는지 물어보고 괜찮다고 하면 보드판에 몇 일 붙여둔다.
아이들끼리 보드판에 붙여놓은 종이를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고간다. 공부방이 크지 않고, 대부분 몇 년 이상 다닌 아이들이라서 보통은 누군가를 놀리거나, 다치게 하는데 혼자서 하지 않고 여러 아이가 연관되는 경우가 많다. 모두 다 같이 혼내지 않아도 모두에게 주의를 주고 생각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집과 공부방에서의 말이 다른 아이들도 종종 보인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공부방에서는 착한 모범생이고 싶어한다.
그러다보면 가끔 의도치않게 나에게 거짓말을 하게 된다. 거짓말을 들킬까봐 공부에 집중을 못한다. 이런 경우 거짓말을 했다고 바로 지적하기 보다 스스로 거짓말을 인정할 수 있게 대화를 하고, 사실이 밝혀지면 이야기 한다. 이야기 와중에도 “거짓말했다고 너를 싫어하지 않아~” 라는 눈빛을 장착하고 있어야 한다. 꾸짖음에 튕겨져 나갈 것 같지만 아이들은 더이상 거짓말을 안해도 되니 안도감을 느낀다.
또 한 경우는 본인의 잘못은 없고, 다른 사람의 탓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다른 사람을 끊임없이 고자질한다. 그러면서 짜증을 낸다. 그런 아이들에게 사건의 앞 뒤를 차분히 듣고, 차근차근 일을 되짚어서 너의 잘못이 없지 않음을 짚어준다. 그러면 아이들은 화가 사그라든다. 신기할 정도다. 더군다나 다음에 똑같은 상황이 와도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는 수위가 줄어든다.
(어떤 경우 처음부터 소통이 되지 않는 아이들도 있었다. 필요한 이야기를 통해 가르치고, 아이에게 믿음을 주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아이의 정서가 안정되면 아이와 대화가 가능해졌다. 아이의 변화를 부모님과 함께 느낄 정도다. 아이의 변화에 부모님들이 감사해하신다. )
아이들과 시간을 내서 대화를 자주 하려 한다. 내가 이 마음을 먹는 날에는 아이들은 참 귀신같이 내 맘을 알고 평소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한다. 자주 하는 이야기는 아이들이 처음 공부방에 왔을 때 보다 얼마만큼 성장했는지를 되돌아 보게 해주는거다. 대화하다가 아이 스스로도 말한다. “처음에는 하기 싫으면 책을 찢었었는데, 책상 밑에 들어 갔었는데~” 하기 싫다고 몇 시간을 버티던 아이들이 지금은 너무나 잘한다.
종종 처음 아이를 만났을때는 물어보거나, 시키는 것을 무조건 거부하지만 지금은 나의 질문, 내가 하라고 하는 것들이 본인들이 찾고자 하는 힌트인 줄 알아서 귀 쫑끗 듣고 있다. 이렇게 대화하다보면 아이들의 학교생활도 다 알게 되고, 힘든 점을 모두 이야기해주니 아이의 편에 서서 부모님께 전달하기도 좋다. 가끔 자기 편을 들어달라고 넌지시 이야기하는 아이도 있다. 어떤 상황이 닥치면 내가 본인들 편이라는 걸 알게 되서 너무나 기쁘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 아이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시간은 꼭 필요하고 귀하다고 느낀다. 아이를 가르친다고 하지만 나는 이렇게 오늘도 아이를 통해 배우고 있다.
첫댓글 이 공부방에서 보조교사 하고 싶어져요.
아이들 대하는 태도, 옆에서 배우고 싶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