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초에 있었던 일이다.
3월 2일 첫날 학교에 다녀온 아들의 첫 마디가 “엄마 혹시 나에게서 쉰내가 나요?”라고 묻는다.
난 그 말이 의아했지만, 그래도 이곳저곳 냄새를 맡아보곤 “아니~”라고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아이는 폭풍수다로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쏟아내었다. 2학년 새로운 교실에서 처음 만난 담임선생님이 신발장 정리를 하고 일어서는 아이에게 ‘너에게 쉰내가 나니 잘 관리해’라고 했다는 것이다.
나는 그 선생님의 말이 왠지 모르게 신경이 쓰였다. ‘학생에게 혹시 냄새가 나더라도 학생에게 직접 그렇게 이야기 할 문제인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몹시 불편했다.
아이에게 “너의 마음이 많이 쓰이면 엄마가 선생님께 전화를 해서 상황에 대해서 설명을 듣고 얘기를 좀 할까?” 그랬더니 아이는 ‘선생님 말에 너무 신경 쓰지 말고 마음에 담아두지마~’라고 하셨다면서 “괜찮아요”그러는 것이다. 그러는 아이에게 꼭 전화를 해야겠다고 말할 수는 없어서 그냥 두고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 후 2주 정도 지났을까? 외부 일정으로 회의에 참석하고 있는데, 학교전화로 추측이 되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부재중으로 넘어가니 핸드폰으로 다시 전화가 오는 것이다. 뭔가 급한 일인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서 살짝 자리를 피해 전화를 받았다. 아이의 담임선생님이었다. 선생님은 조금 망설이시는 듯하더니 조심스럽게 “어머니, 00이에게 쉰내가 납니다. 저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과목 선생님 중 한분이 오늘 그렇게 이야기하셔서 말씀을 드려야할 것 같아서 전화했습니다”라고 하시는 것이다. 그 순간, 나는 ‘아이에게 혹시 냄새가 난다고 하더라도 사춘기 남학생이 날 수 있는 호르몬 냄새 정도?라 생각했는데, 학부모에게 전화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화로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라 판단했고, 선생님에게 다른 말을 하지 않고 “선생님! 제가 내일 학교로 가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몇 시가 좋으셔요?”라고 하고 오늘 아이에게서 쉰내가 난다고 했던 다른 과목 선생님도 꼭 동석해서 뵙고 싶다고 의사를 전달했다. 그랬더니 선생님은 흔쾌히 그러자고 하시면서 다음날 약속시간을 정했다.
회의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아이의 교복의 냄새를 확인했고 가방에서 혹시 냄새가 나는지까지 확인을 했다. 확인 결과는 이상무. 남편과 같이 확인을 했으니 교차검증까지 끝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는 개학한 첫날 선생님이 자신에게 한 그 말 때문에 매일아침 학교를 갈 때 교복의 냄새를 신경을 쓰는 듯 한 눈치였기 때문에 아이와도 이 상황을 공유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음날 학교에 갔다. 교무실에 가서 담임선생님의 안내로 학급에 가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선생님이 먼저 그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하셨고, 나는 그 말이 안되는 상황에 대한 반박을 했다. 교복을 매일 세탁하여 두 번을 입은 적이 없고, 학교가기 전 매일 샤워를 하고 속옷을 갈아입고 가는 아이의 습관. 운동화를 2주 이상 신지 않으며 심지어 생일 즈음 이어서 새 학기에 신고 갔던 운동화는 새 운동화였던 것. 그리고 1학년 때 신던 실내화가 작아져서 신주머니와 실내화도 모두 3월 2일 당일 새것으로 가지고 갔던 것 등 조목조목 설명을 했더니 선생님은 아무 말씀을 않고 가만히 계시는 것이었다.
나는 이어서 ‘냄새가 난다고 지적했던 다른 과목 선생님’도 함께 뵙기로 했는데, 왜 오시지 않는지에 대해서 물었다. 그랬더니 선생님은 그 선생님의 개인정보로 인해 공개하기가 어렵다며, 2학기에 그 분이 누구인지 이야기해주겠다고 하는 것이다. 선생님은 이내 냄새라는 것이 주관적이어서 정확하게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자신이 평소에도 냄새에 민감한 편이라고 하면서 이런 일을 일으켜 죄송하다고 사과를 하는 것이다.
덧붙여 선생님은 3월에 치른 진단평가 결과를 꺼내시면서 부족한 과목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공부량을 늘리라는 이야기 하시는 것이었다.
나는 선생님께 아이의 학습에 대해 가정에서 생각하는 부분도 전달했다. 아이가 초등학교는 검정고시를 했고, 중학교 입학을 선택한 이유는 친구들과 학교생활을 하고 싶어서라는 것. 현재 아주 만족스러운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학교수업시간에 태도는 성실하되, 성적에 대해서 다른 부담을 가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 자신이 학습에 도움이 필요 하다고 여겨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상의해서 보충할 방법을 정하고 그것에 따라 조금씩 자기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했다. 추가로 고등학교도 아이 의사에 따라 진학을 할지 아니면 검정고시를 할지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선생님은 아주 잠시 생각하시더니, 아이가 자신의 의견을 발표도 잘하고 적극적인 모습을 가졌고 운동을 아주 잘해서 남학생들과 잘 어울린다고 하시면서 순수한 모습을 가진 것이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환경이 있어서 그런가보다고 하셨다. 나는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조금은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의사전달은 분명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선생님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선생님. 좀 전에 선생님께서 자신이 냄새에 민감하다고 하셨는데, 저는 정서에 민감합니다. 아이가 선생님에게 냄새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아이가 정서적으로 상처받지는 않았을지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처음 선생님이 아이에게 그런 피드백을 하셨을 때 선생님께 전화를 하거나 찾아뵐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아이가 오히려 ‘엄마! 선생님이 너무 마음에 담아 두지 말라고 하셨어요!’ 라고 말하면서 괜찮다고 하더라구요. 아이는 선생님을 그렇게 생각하더라구요. 그런데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되니 매우 유감스럽습니다.” 선생님은 가만히 내 이야기를 듣더니 “00이가 저를 믿어준 것 같은데, 제가 이렇게 상황을 이끌어가서 죄송합니다”라고 사과 하셨다.
나는 사실 그 사과를 듣고 싶었다. 아니 그 사과를 아이에게 전해주고 싶었다. 어떤 이유로 우리 아이에게 ‘냄새’라는 것이 꽂혔는지 알 수 없지만 생각지도 못한 내용으로 자신에게 곤란함을 주었던 선생님이 ‘사과’하셨다는 것을 전해주고 싶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만약 아이가 자신의 학교 생활을 재잘재잘하지 않았다면 나는 이 상황을 담임선생님에게 처음 들어야했겠지? 그러면 또 한걸음 늦춰졌을 것이고 아이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을 시간이 없었을 것 같았다. 남자아이 치고는 말이 많은 편이라 퇴근하고 돌아오면 하루종일 어떤일이 있었는지 폭풍같이 쏟아낸다. 그 말을 건성으로 들을 때도 많았는데, 그날은 그 ‘수다’가 얼마나 감사하던지.
집에 돌아와 궁금해 하는 아이에게 선생님과의 대화내용과 ‘사과’를 전해주었다.
아이는 크게 소리내어 웃으며 자기 방으로 들어가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신나게 게임을 하는 것 같았다. 방으로 들어가는 아이의 등을 보면서 마음 속으로 생각했다. ‘너의 울타리가 될 수 있어서 다행이야. 그런 기회를 허락해줘서 고마워’
아이가 나와 일상을 나누어주지 않았다면 나는 울타리가 되어야 하는 기회조차 알지 못했을 것이다. 부모가 자녀의 울타리가 될 수 있는 기회조차도 부모가 스스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그 곁을 내어줄 때 가능하다는 것을 또 배운다. 그리고 그 곁을 내어줄 때 나는 부지런히 울타리가 되어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언젠가는 그 울타리를 넘어 자신이 또 다른 울타리가 되어줄 존재가 되어갈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