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안녕하세요. 8살, 6살 남자아이 둘을 둔 아빠입니다.
첫째는 이번에 초등학교 입학했고, 작은 아이는 유치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저희 부부는 아이들과의 관계가 아주 좋은 편입니다. 저만큼 아이들과 잘 놀아주는 아빠도 없을 겁니다. 집안 환경도 정상적이지요.
둘째 녀석이 평소엔 밝고 유치원에서도 친구들과 잘 지내는데, 가끔 화가 날 때 분노가 심하게 느껴져서 걱정입니다. 뭔가 평소에 욕구불만이 있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평소에 너무 잘 해줘서 참을성이 없어서 그런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뭔가 피해의식 같은 것이 있는 것 같기도 하구요. 둘째가 자존심이 굉장히 센 편인지 남들이 뭐라고 하는 것을 싫어하고, 엄마가 책 읽을 때 뭘 가르쳐 준다거나 하면 처음부터 다시 혼자 읽기도 합니다. 어쩌면 형한테 신경쓰느라고 자기 얘기를 잘 안들어준다고 오랫동안 느껴와서 그런가 생각도 해 봅니다 실제로는 잘 들어주는데도 말이죠.
그리고 가끔 제가 큰소리로 혼내면 나중에 왜 자기하테 짜증내느냐고 이야기 합니다. 아마도 짜증내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별 것 아닐수도 있는데, 걱정이 되는 마음으로 문의합니다.
A. 밝고 유치원 생활 잘하는 6살 둘째의 분노가 심한 것이 걱정되어 문의하셨습니다. 써 주신 내용으로만 추측해보면 평소에 별 탈 없이 안정적인 아이가, 평소와 같지 않은 심한 ‘분노’를 표현하고 있네요. 아버님도 잘 대해주시고, 가정환경도 아이가 자라기에 안정적이라고 생각하시는데도 말이죠. 그러나 정서적으로 ‘안정적인 가정’과는 별개로, 사람이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 따라 화가 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사람이 화를 느끼고 표현하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화가 나는 아이’가 문제가 아니라, ‘화를 내는 방식’의 문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아이들은 화가 나는 감정이 생겨도, 그 감정을 조절하거나 표현하는 것이 미숙할 수 있어요. 자기가 왜 화가 났는지도 잘 모를뿐더러, 화를 내고 있다는 것조차도 모를 수 있어요. 말로 표현하기에도 어려움이 있으니까 소리를 지르거나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죠. 화는 나고 그래서 답답한데 그걸 표출할 수 없으니 ‘분노’라는 형식으로 발산하는 겁니다.
어른들도 감정을 조절한다는 게 쉽지 않지요. 게다가 조절하지 못한 감정을 폭언이나 폭행, 물건 부수기 등 잘못된 방향으로 분출하는 사람도 있고요. 아이들은 감정을 대하는 태도를 배우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해보시면 좋겠어요. 지금부터 어른인 부모가 해야 할 것은 아이가 감정을 잘 소화해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에요. 그 첫 걸음은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화가 났을 때는 일단 달래주세요. 안아주세요. 그리고 “화가 났구나”라고 얘기해주세요. 만약 더 짐작되는 감정이 있다면 “서운해서 화가 났구나”, “억울해서 화가 났구나”라고 얘기해주면 더 좋습니다. 그럼 아이는 “아..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이 화구나. 나는 억울해서 화가 났구나!”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게 됩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던 자기의 감정을 누군가가 알아주는 걸 알게 되는 순간 아이의 화는 누그러집니다. 그런데, 이 때 감정을 잘 읽어주시는 게 어려울 수 있어요. 왜냐면 어른조차도 감정에 미숙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아이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어른이 먼저 배워야 하는 거죠. 어른도 감정 연습과 공감훈련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아이가 조금 누그러지면,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어른이 보기에 작은 일, 또는 별거 아닌 일에 아이가 크게 화를 낸다고 생각이 되면, 조금 더 아이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아이에게는 그 문제가 정말 중요할 수도 있거든요. 아버님이 짐작 하시는 대로, 형에 대한 감정일수도 있지만, 짐작만 하시고 우선은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무슨 일이니?”라고 물어만 주셔도 좋습니다. 아이들은 말하기 본능이 있어서 조잘조잘 얘기할 거 에요. 자기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으면, 때는 이때다 싶을 거 에요. 그 만큼 이야기하기 좋은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이 때 해야 할 일입니다. 들어주시면서 “그렇구나”, “네가 그래서 그랬구나.”하면서 경청을 해주세요. 아이의 말이 틀리고, 바로잡아야 할 것이 있어도 이 단계에서는 그냥 오롯이 들어 만 주시고, 달래주세요.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태도를 한번 짚어주시면 됩니다. “그래. 네가 그래서 그랬구나. 하지만, 네가 소리를 지르니까, 아빠는 깜짝 놀랐어. 그리고 그 소리를 들으니까 아빠도 화가 났어.”등의 말로, 아빠가 느낀 감정을 전달해주고, “그래서 앞으로 네가 화가 나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 같이 이야기 나누면 되겠습니다. 무언가를 가르치겠다는 생각은 일단 저 멀리 놔두시고요. 감정을 읽어주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 정도로만 정리를 해주시면 됩니다.
아버님이 가끔 큰소리로 화를 낸다고 하셨는데 이번 기회에 아버님 자신의 감정도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아이와의 관계에서 어떨 때 화가 나는지, 어떤 의도로 화를 냈는지도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혹시 아이가 부모의 모습을 따라 하는 건 아닌지도 점검해 보셨음 해요.
6세는 한창 본인이 무엇이든 하고 싶어 할 나이라 부모님이 간섭하거나 가르치려고 드는 걸 싫어할 수 있습니다. 기질에 따른 차이도 있어서 모든 아이가 부모에게 순종적이고 도움받기를 좋아하진 않아요. 아이 스스로 선택하고 해볼 기회를 많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켜보시다가 아이 혼자 해결할 수 없어서 도움을 청할 때, 그때 도와주시면 돼요. 그때 아이는 부모의 도움을 기쁘게 받을 겁니다.
사회생활로 바쁜 와중에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해 노력하시는 아버님께 격려를 보냅니다. 아이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시고 궁금한 점이 생기시면 언제든지 노워리 상담넷을 찾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