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초2 딸을 키우고 있어요. 저의 고민은 참기도 하지만 가끔 폭팔적으로 화를 아이에게 심하게 낸다는 것이예요. 부모교육 강연도 많이 들으러 다니며 나아지려고 노력은 하고 있는데 쉽지가 않아요.
오늘 아침에도 아이에게 여러번 말을 했는데, 아이가 자기 입장에서 얘기를 막 하면서 시작되었어요. 답답해 계획표를 보여주며 이걸 이렇게 하라는 뜻이었다고 설명을 하니까 그때서야 말뜻을 이해했는지 갑자기 말을 바꾸며 원래 엄마말대로 하려했다는 식으로 말을 하더라구요. 그순간 아이가 날 무시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면서 심하게 화가내고 소리소리 지르다 못해 분노폭발을 하면서 아이를 심하게 때리기까지 하였습니다. 한두대도 아니고 되는데로 아무곳이나 마구잡이로 막 때렸어요.
아이는 쪼그리고 웅크려서 얼굴을 숙이고 손으로 머리를 가리며 맞았어요.
이런식으로 심한 분노 폭발을 가끔 합니다.
예전 6-7살때까지는 정말 심하게 제가 자주 그랬던거같아요. 8살때부터 이렇게 하면 아이와 나 모두 이상해지겠다 싶어서 부모교육이나 육아서 등 찾아다니며 노력하는 중입니다. 그런데도 갑자기 순간 욱하는 화가 올라오면 이성을 잃고 오늘 아침처럼 때리는짓을 6개월 내지는 일년에 한번은 하는거 같아요.
제가 어릴때 아주아주 무서운 아버지 어머니 밑에서 자랐습니다. 그래서 의기소침하고 내성적이고 자기표현못하고 항상 부모님을 무서워하며 자라왔어요. 그 무서움 때문에 내가 부모되면 그러지 말아야지 했어요. 그런데 지금 왜 이렇게 아이를 키우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물론 노력을 통해서 점차적으로 아이를 때리는 횟수와 강도가 줄고는 있지만 오늘 아침처럼 분노가 폭발해 아이에 폭력을 한 날은 정말 죄책감과 절망감에 어찌할수가 없어요. 아이를 이렇게 키우고 있는데 과연 이 아이가 건강하게 정서적으로으로 잘 자랄수있을까에 대한 불안감으로 너무 힘듭니다.
A. 어머님 안녕하세요.
아이에게 심하게 화를 내는 문제로 상담넷을 찾아주셨네요.
초등학생 딸을 양육하며 순간적으로 화를 참지 못하고 과하게 때리는 경우가 있어 고민을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우선 꺼내기 힘든 이야기를 솔직하게 나누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초등학생인 두 아이를 키우지만, 아이를 키우는 순간마다 제 감정을 조절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어머님께서도 그러한 상황에서 무척 힘드셨으리라 짐작되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어머니께서 문제점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계신다는 것입니다. 순간적인 분노를 참지 못하고 아이에게 폭력을 쓴다는 것을 알고 계시고,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강의도 듣고 책도 읽으며 노력하시는 모습에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내용 중에 어릴 적 아주 무서운 부모님 밑에서 자랐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이미 어머니께서 어느 정도 문제의 원인도 짐작하고 계시는 듯합니다.
문제를 인식하고 있고,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도 갖고 계시기에 현재의 상황을 충분히 바꿀 수 있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이 수년간 지속된 것으로 보이고 내용에서 짐작되는 폭력의 수준이 아이가 스스로 극복하기에는 무리가 아닐까 걱정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어머님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가시는 방법도 좋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우선 시급한 해결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되어서 가능하면 전문적인 도움을 받으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아이를 키우며 드러나는 문제들은 일반적으로 부모 자신이 어릴 적 해결하지 못하고 가지고 있었던 것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가 아이였을 때 자신의 부모와의 관계에서 풀지 못한 문제들이, 자신의 아이를 키우며 비슷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어머님이 써주신 내용만으로는 아이의 어떤 점이 어머님의 분노를 촉발하는지 짐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이의 특정한 말이나 행동, 또는 상황이 어머님도 깨닫지 못하는 기억을 건드리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아이에게 화가 날 때의 기억을 되살려 상황을 기록해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분노의 스위치가 켜지는 상황을 기록하다 보면 반복적인 패턴이나 특징을 찾으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행동패턴을 찾는다면 화가 치솟는 상황에서 감정을 터뜨리기 전에 먼저 알아차리고 그 상황을 일단 벗어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화가 나거나 스트레스가 쌓일 때 감정을 가라앉힐 수 있는 방법도 두어 가지 찾아두시면 어떨까요? 잠시 바깥에 나와서 산책을 한다든가, 차를 마시며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다든가 하는 어머님만의 감정조절 방법을 평소에 찾아두시면 분노가 치솟을 때 감정의 수위를 조절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전문적인 도움을 받기 전이라도 아이에게 먼저 솔직한 마음을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과 스스로의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자책 사이에서 좌절하고 우울해지는 마음 충분히 공감합니다.
아마 저를 포함하여, 아이를 키우는 거의 모든 부모가 아이에게 화를 내고 후회하고 고치기 위해 노력하고 또 좌절하는 사이클을 밟고 있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 그런 부모의 노력과 사랑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엄마가 분노를 잘 조절하지 못하는 것을 사과하고 고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솔직히 이야기해주면, 어머님이 노력하시는 동안 아이도 같이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이라 기대합니다.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이렇게 용기내어 글을 쓰신 것만으로도 어머니는 충분히 개선될 수 있음을 믿으셨음 합니다. 아이에게 좋은 엄마란 완벽한 엄마가 아니라 부족한 부분을 인식하고 바꾸려고 노력하는 엄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하시면 각 시군구에 있는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또는 건강가정지원센터를 알아보셨으면 좋겠어요. 각 복지관마다 다르긴 하지만 종합사회복지관 등에 문의해서 상담프로그램 있는지를 확인해보셔도 됩니다. 아니면 유료 상담기관도 있으니 꼭 상담 받으시길 권해드립니다.
언제든 마음 나눌 곳이 필요하실 때 또 상담넷을 찾아주세요.
어머님과 아이의 성장에 저희 상담넷이 함께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