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초등2년 딸을 둔 엄마입니다. 아이는 책도 잘 읽고 일기 쓰는 것을 힘들어 하지않고 20분정도 집중해서 잘 씁니다. 1년 가까이 주3회 계속 쓰고 있는데, 내용도 좋아요. 문제는 오타인데, 일기장 한 페이지 기준으로 5-10개 나옵니다. 주로 발음나는대로 쓰는 거죠. 크면 좋아지리라 생각했는데, 담임선생님께서 다른 아이들에 비해 심각하다며 독서를 강조하셨어요. 그런데 아이는 책읽기도 하루에 스스로 1시간 가까이 하고 있어요. 어쨌든 선생님 이야기 후 일기쓸 때 자꾸 지적하고 고쳐주고 싶습니다.
물론 아이에게 오타에 신경쓰라는 말은 여러 번 했지만, 나름 이유가 자기는 글을 쓸때 머리속에서 내용이 확 떠오르기 때문에 글을 빨리 써야 한다는고해요. 글을 쓰고 꼭 다시 읽어보라고 해도 짜증내기도 하고 잘 안해요.
문제는 제가 자꾸 빨간펜 선생님이 되려고 하고, 아이가 책을 대충보는지 의심하며 내용을 확인하려고 합니다. 한글은 7살 후반에 받침없는 글자 읽다가 학교 들어가서 배웠습니다. 넘 늦어서 그럴까요? 아이의 맞춤법 어떻게 해야할까요? 이대로 둬도 저절로 좋아질까요? 아님 제가 좀더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팁이 있나요?
A. 읽기, 쓰기 다 잘하는 아이가 유독 일기쓰기에서 오타가 많아서 걱정이시군요. 담임선생님께서 다른 아이들에 비해 '심각'하다는 말씀에 자극이 되셨을 것 같습니다. 초등 2학년 아이가 20분을 혼자 일기 쓰고 1시간 가량 책을 읽거나 좋아하는 책에 몰입한다고 하니 집중력이 매우 좋습니다. 그 시기의 많은 아이들은 말로 표현하는 것에 비해 글로 써내는 부분에 대해 어려워합니다.
배워가는 시기에 여유를 가지세요
이렇게 잘 하는 아이인데도 부모의 눈에는 잘하는 9가지 보다 못하는 한두가지가 더 눈에 띄고 신경이 쓰이는 법이죠. 특히나 담임선생님께서 '다른 아이들에 비해 심각'하다는 말씀을 하셨으니 더 걱정이 되시리라 생각됩니다.
선생님들도 자신이 중요하다 여기는 부분에 대해서는 큰 비중을 두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이들과 관계성을 중요시하는 분은 그에 대해 큰 비중으로 말씀하시고 독서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시는 분들은 책을 좋아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두고 상담의 초점을 맞추기도 하십니다. 담임선생님은 맞춤법에 대해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 기준으로 아이를 보고 표현을 하셨을 수도 있습니다. 담임선생님의 이야기는 참조하시되 말씀한 내용보다 크게 또는 앞서 걱정하지 마셨으면 합니다. 아이가 쓴 글의 길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편의 글에서 오타 5-10개는 일반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중학생이 된 상담위원중 한분의 따님도 한글을 익히는 시기가 늦었고 맞춤법을 어려워 했다고 합니다. 6학년 때까지 맞춤법을 헷갈려하고 어려워했는데 중학교 국어시간에 맞춤법에 대해 체계적으로 공부하면서 맞춤법을 신경써서 스스로 교정하게 되었고 지금은 다른 사람의 맞춤법을 교정해주기까지 한다는군요. 맞춤법이라는 것이 초등 저학년 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쭉(어쩌면 성인이 되어서까지) 배우면서 교정하는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므로 장기적인 시선으로 보셨으면 합니다.
사실 저도 글을 쓰지만 맞춤법과 띄워 쓰기는 아직도 어렵더군요.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빨간것으로 표시되는 것이 여러 개입니다. 한글을 배우는 시기가 늦었다고 걱정하고 계시지만 지금 아이는 읽고 쓰는 것에 전혀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글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을 즐기고 있으니 여유를 가지고 바라보시면 좋겠습니다.
아이가 잘하는 것에 집중하고 더 많은 기회를 주세요
아이가 잘하지 못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에 좀 더 집중해 주세요. 아이는 글을 쓰고 읽는 것을 즐거워하고 있는듯합니다. 집중력도 좋고 창의력도 풍부한 아이니 더 많이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말고 내 아이가 잘하고 좋아하는 것을 내 아이의 속도대로 할 수 있도록 집중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담임선생님께서 독서를 강조하셨는데, 오타 수정을 위한 것이 아니라 즐겁고 재미있어서 더 하고 싶은 것이 되어야 합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책은 더 몰입해서 읽도록 시간을 주시고 생각난 것을 빠르게 적을 수 있도록 작은 메모장을 준비해 주어도 좋겠습니다. 메모를 보고 기억나는 것을 일기로 적다보면 찬찬히 일기를 쓸 수도 있을 것입니다.
통제하려는 마음을 내려놓으세요
어머니께서 걱정되다 보니 아이가 책을 볼 때 대충보나 자꾸 확인을 하게 되니 아이도 그런 엄마의 마음을 느낄 것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는데 누군가 자꾸 내가 잘하나 못하나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입니다. 엄마의 통제가 강해지면 아이는 즐겁게 잘 하던 것도 하기 싫어지고 짜증이 날 수 있습니다. 내가 쓴 글에 대해 누군가로부터 자꾸 지적을 받으면 글쓰기가 싫어질 거 같아요. “일기쓰기=즐거움”이었는데 “일기쓰기=오타”로 부정적인 감정과 연결이 되는 거죠. 잘 못하는 1개에 집중하느라 잘 하던 9개를 놓칠 수도 있습니다.
일기쓰기와 별개로 받아쓰기 연습을 해 보세요
일기쓰기가 계속 즐거운 일이 될 수 있도록 받아쓰기 연습은 일기와 별개로 진행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받아쓰기가 발음과 쓰기 또 한글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가능한 것이라 이 또한 천천히 향상의 과정이 있을 것입니다. 또 외워서 쓰다보면 자연스럽게 바른 맞춤법을 익히게 될 것이구요.
놀이처럼 받아쓰기를 해 보아도 좋겠습니다.
그림을 보여주고 맞는 맞춤법 맞는 단어 고르기를 할 수 있습니다.
칸을 그어서 단어를 적어 놓고 짧게 보여 준 후 그 단어 써보기나 문장 만들기를 할 수도 있고요. 이때 아이가 기억할 만큼 보여주고 아쉬워하면 한번 더 보여 줄 수도 있겠죠. 짧은 문장을 들려주고 그 문장에 나오는 단어를 연상해서 쓰는 방법도 있습니다. 오타가 없는 자음 모음을 따로 만들어 퍼즐 맞추기를 해도 되구요. 방법은 무궁무진 할겁니다.
아이들은 모두 놀이를 좋아하지요. 목적을 받아쓰기 향상에 두지 마시고 엄마랑 같이 재미있게 노는 것에 두면 아이도 즐겁게 참여할 것입니다. 또 받아쓰기와 놀이라는 좋은 감정이 연결되어 즐겁게 참여할 수 있을 거예요. 엄마와 함께 하는 것이면 아이들은 무조건 좋아하고 즐거워 할 겁니다.
일기장 한권을 쓸 때마다 아이와 함께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미 쓴 일기를 읽어보며 이때 했던 생각이나 느낌을 이야기하면 좋은 느낌을 가질 수 있고 찬찬히 읽어보며 자연스럽게 오타를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아이가 자라고 스스로 바르게 표현하는 법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면 맞춤법은 자연스럽게 향상될 것입니다. 아이를 믿고 지금처럼 아이와 함께 즐거운 추억을 많이 만드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