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6학년 남자아이 둔 엄마입니다. 유치원 다닐 때부터 구몬 등 학습지를 시키면 늘 미루다 선생님이 방문하시는 날 급하게 하면서 저와 매일 했는지를 씨름하더니 6학년인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이는 숙제에 대해 잔소리를 해야 시작하고 30분이면 끝날 분량을 3시간이 되도 끝나지 않을 정도로 느긋합니다.
학습태도를 바꿔보려고 여러 방법으로 시도했으나 언제나 동동거리는 건 저이고, 아이는 ‘이번만 잘 지나면 되는데’ 또 ‘나름 한다고 하는데’ 하는 마음과 ‘엄마는 항상 그래’라는 인식이 있는 거 같아요. 6학년이 되도록 진득히 앉아있는게 되지 않은 것 같고, 숙제를 먼저 하고 다른 것을 해야한다는 인식이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곧 중학생이 될텐데 어떻게 해야 숙제를 비롯해 스스로 해야할 것들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지 걱정입니다. 저학년 때부터 예체능과 수학 영어 다니며 시간에 쫓기던 버릇이 들어서 그런것인지 고민입니다. 도와주세요. 얼마전 학원은 매일 영어 학원 가는것 주 3회 수학학원 빼고는 다 정리했어요. 아이도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은 한 상태입니다.
A. 스스로 자신의 할 일을 알아서 하지 못하는 자녀를 걱정하시는군요. 인생 선배로서 무엇이 중요한지 뻔히 보이는 부모의 입장에서 자녀의 그런 태도는 답답하기가 이루 다 말할 수 없지요. 항상 미리 하는 경우가 없고 미루었다가, 마지막에 닥쳐서 헐레벌떡 하다 보니, 시간이 모자라 대충 대충이고, 그날그날 급한 불 끄고 나면 어느 순간 또 미루는 모습에 속상하실 겁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부모님의 답답함과 걱정은 당연히 큽니다. 자녀 대신 시험치고 살아 줄 수도 없고요.
그렇지만 아이의 마음은 어떨까요?
아이는 무슨 생각으로 미루고 또 미루며, 30분이면 끝날 일을 집중하지 못하고 뭉그적거리는 것일까요? ‘하기 싫어서’ 이겠지요.
나름 하고는 있는데, 끝나지 않는 공부! 영어 끝나면 수학숙제, 학원 마쳤으니 잠깐이라도 좀 쉬고 싶은 데, 엄마는 다음 과제를 미리미리 해 놓으라고 합니다. 오늘 공부를 끝냈다고 끝이 아니고, 내일이면 다시 또 새로운 과제가 몰려올 것이고, 아이에게 공부란 해도 해도 끝이 없고, 해 놓아도 했는지 티 나지 않는 집안일처럼 느껴집니다.
누군가 저에게 집안일은 당연히 네가 해야 하는 건데, 왜 좀 더 잘해내지 못 하느냐고 타박만한다면 마음이 참 힘들 것 같아요. 해야 하는 건 알겠지만 하기 싫고, 억지로 마지못해 눈에 보이는 곳만 겨우겨우 대충 때우면서, 이렇게 밖에 못하는 저 자신의 모습에, 또 더 힘든 마음일 것 같아요.
자녀 양육의 최종 목적지는 무엇일까요? 자녀의 건강한 독립이지요. 그것을 위해 배움이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아직 아이들은 공부를 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갖는 것도, 공부를 재미있어 하는 것도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요.
그러면 아이들은 공부를 어떤 마음으로 할까요?
저는 공부의 처음 시작은 부모에게 잘 보이고 싶은 아이의 마음에서 시작 된다고 생각해요. 부모님의 칭찬을 들으며 좀 더 잘해야지 하는 마음이 생겨나고, 그렇게 노력하다 보니 부모님이 기뻐하시는 것을 보게 되고, 부모님을 기쁘게 한 자신에게 긍정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기 성장에 대한 신뢰와 기대감도 생기고요. 이런 순환이 대한민국 아이들 공부의 시작 동기가 아닐까 해요.
아이들의 공부는 감정으로 합니다.
‘나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었을 때 드는 감정으로 내적 동기가 생겨나는 것이지요. (지금 시기를 지나서 사춘기 마무리 즈음이 되면, 부모를 기쁘게 하기 위해 애쓰던 공부감정에서 벗어나 정서적 독립을 통한 다른 공부 감정으로 내적 동기를 찾아야 하겠지요.)
나름 하고 있는 것을 어떻게 알아줄까요?
지금도 잔소리를 해서 겨우 숙제를 하는데, 그나마 그 잔소리 없으면 숙제도 안 할 것 같은데, 나름 할 때까지 언제까지 기다려 주어야 할지 어렵지요.
이 문제는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를 묻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아이가 스스로 할 일을 찾기 전에 부모가 “이거 했니, 안했니?”를 계속 확인해 왔었고, 아이는 스스로 찾을 기회를 가져보지 못했다는 것도 기억해 주세요.
지금 상태로는 안 된다는 것을 어머님도 깊이 고민하고 계시기에 힘들지만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지요.
아이와 함께 숙제와 공부할 시간 계획을 미리 의논해서 그 시간만 확인해주세요.
계획표를 짤 때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점은 공부시간도 있어야 하지만 노는 시간도 계획표에 꼭 있어야 해요. 아직은 공부를 통해서 배움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나이가 아니니까요.
그리고 학원 숙제양이나 다른 공부 분량을 어느 정도가 적당할지 아이가 원하는 만큼 줄여주세요. 아이 ‘스스로’ 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면 양이 적어야 해요. 양이 많다고 느끼면 부담스러워 또 미루게 되지요.
과제를 했는지 꼭 확인하고 싶으시면 계획표에 공부를 하기로 약속한 시간에만 확인해주세요. 과제를 하지 않았더라도 “약속을 안 지켰으니, 숙제 다 하고 놀아.”보다는 공부시간 만큼 중요한 놀이시간도 지켜서 기다려 주어야 해요. ‘스스로 하는 힘’은 오랜 인내의 기다림 뒤에 오더라고요.
선생님의 고민을 읽으며 저의 아이 또한 다르지 않아 살짝 웃음이 났어요.
저 또한 자식을 지켜보는 마음은 마찬가지에요. ‘학년이 올라갈수록 배우고 익혀야할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녀석은 무슨 생각인지 도통 모르겠고, 그저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으니’ 답답하기 그지없어요. 여느 집이나 다를 바 없어요.
그러나 위에 썼듯이 공부는 감정으로 하는 것인지라 그 마음이 다치지 않게 기다려 주려고 애쓰고 있어요.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기... 부모되기 참 어렵지요.
곧 중학생이 될 텐 데, 부모님이 생각하고 기대하는 만큼의 학습태도가 형성되지 않아 조급한 마음이 크시지요. 잔소리 없이도 아이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척척 해낼 수 있도록 하는 근사한 팁이 있으면 좋으련만 학습태도는 그런 게 아니기에 어렵네요.
학습태도에서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 맞는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조바심 보다는 아이의 의견과 생각, 감정들을 물어보고 도와줄 부분과 실수, 실패에도 스스로 해봐야할 것은 해보도록 기다려주는 시간이 필요해요. 계속된 잔소리로는 결코 아이의 배움에 대한 감정만 나빠질 뿐 성장을 돕는 배움의 길에 들어설 수 없어요.
앞에서 제시한 것처럼 현재 아이가 느끼는 공부와 숙제에 대한 감정을 공감해주고 스스로 해낼 수 있는 양과 시간으로 아이의 의견을 물어 정해보고 실천하면서 수정하시길 바래요.
지금은 공부를 하는 자세를 키워줘야 하는, 공부 정서를 돌봐주어야 하는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