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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외동딸인 아이가 막상 중학생이 되니, 알아서 잘 챙기지 못하는 아이의 내신관리 어떻게 해야할까 걱정이 됩니다. 학습습관이 안 잡혀 있는 아이라 초등때도 잔소리 엄청 했었는데, 아이나 저도 어떻게 중학교 수업을 잘 따라가면서 학습할 수 있을지 감이 없습니다. 국영수 중심으로만 공부하면 될까요? 암기과목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주변맘들은 고등학교 가면 국영수가 갑자기 어려워지니 국영수 비중을 지금부터 잘 잡아놔야 한다고들 해요. 기타과목은 신경 쓰지 말라고 해야 하나요? 내신 성적 잘 받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주변 맘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정확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내신시험 몇일 전부터 준비하고, 주요과목이 아닌 경우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요?
A. 아이를 키우면서 걱정과 불안이 올라오는 순간은 많이 있지만, 특히 아이의 학교 급이 달라질 때 학부모로서 체감하는 불안감은 그 어느 때 보다 높아지지요. 중학교 입학시점에는 무엇보다 학업에 대한 생각이 더 커집니다. 교과별로 연간 수업시간의 배분이 다르다 보니 ‘국,영,수’ 주요 교과의 중요도가 높아지고, 시험과 수행평가 등으로 성적을 산출하기 때문에 학업 성취에 대한 부담이 높아집니다. 그리고 대입 위주의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서 중학교 성적이 고등학교 성적과 대학 입학까지 연결될 것이라는 생각이 일반적이어서, 중학교 성적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시기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 시기에 사교육비 지출도 껑충 높아지게 되는 것이겠죠.
물론 중학교에서 학업성취를 이루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조금 더 조망을 넓혀서 보면 중학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고등학교에서의 학업성취일 것입니다. 중학교는 그 자체로 목적지가 아니라 정작 더 중요한 고등학교로 건너가기 위한 징검다리라고 생각을 해보면 어떨까요? 그러면 ‘좋은 학습 습관을 갖추기 위해서 필요한 시간을 3년이나 더 확보했구나!’라고, 관점을 변화시킬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학업에 대해 가졌던 조급한 마음이 조금은 내려앉을 겁니다. 거친 물살에서도 떠내려가지 않는 힘 있는 ‘다리’를 만드는 것이 중학교 시기에 해야 할 일인데, 그 ‘다리’가 바로 ‘자기주도학습력’일 것입니다.
고등학교 학업 만족도가 높은 학생들에 대한 많은 연구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이 ‘자기주도학습력’입니다. 특히 언택트 시대에 학교라는 물리적 공간을 벗어나 개별적으로 학습을 챙겨야 하는 환경이 되어가면서 스스로 공부하는 능력, 즉 ‘자기주도학습력’이 더 부각되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점에서 중학교 시기가 ‘자기주도학습력’을 기르기 위한 최적의 시기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초등학교와는 다른 변화된 학습 환경에 적응하고, 훗날 학업력을 높이기 위해 조금씩 학습태도를 올바로 갖춰나가는 것이 당장의 학업성적을 높이는 것보다 먼저 신경 써야 할 부분이에요. 즉, 초등학교 때 바로 잡지 못한 ‘학습태도’를 잘 갖출 수 있도록 신경을 쓰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더 유리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때 학습습관을 들이는 문제로 갈등이 있었다면, 지도하는 방법을 바꾸는 게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중학교 시기의 청소년들은 자기주장과 독립하고자하는 욕구가 높아집니다. 그래서 전과 같은 방법으로 지도하면 효과는 더욱 떨어질 거예요. 지금까지 부모가 앞에서 끄는 방법으로 해왔다면, 이제는 아이가 끄는 방향으로 슬슬 전환하는 게 필요해 보입니다. 부모는 학습에 대해서도 따뜻하게 자율성을 지지해주면서, 필요할 때 구조를 제공하고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 아시다시피 자율성은 방관과는 다릅니다. ‘네가 알아서 해!’라고 아이에게 모두 맡겨 버리면, 아이는 책임감의 무게를 무겁게 느끼게 될 것이고 그래서 오히려 공부에서 물러서게 되는 역효과가 날 것입니다. 그렇다고 아직 아이한테 맡기기엔 불안해서 계속 앞에서 끌어주다 보면 놓아 주어야 할 시기를 놓쳐서 영영 자기주도성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될 수도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학업 부담이 덜한 중학교 시기를 ‘자기주도학습력’을 높이는 시기로 충분히 활용해보겠다는 다짐으로 아이가 원하는 방향으로 학습하도록 믿어주고 지지하면서, 필요하다면 학습지든, 인터넷 강의든, 학원이든 알아보고 방법을 함께 찾아보는 구조를 제공해 주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가 원하는 것도 없고, 하려고 하지도 않는데 어떻게 자율성을 지지할수 있나요?”라고 말씀하실텐데, “네가 원하는 게 뭐야?”라고 직접적으로 물으면 대답할 아이들이 많지 않아요. 공부에 거부감이 있는 아이라면, 아이가 무엇을 원하고, 공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직접적으로 묻는 대화는 권하지 않습니다. 평소에 관심을 갖고 아이를 관찰하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다른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이야기 주제가 공부로 넘어가서 생각을 나누는 경우도 있어요. 아이들 스스로, 대부분은 공부에 지쳐 불만스러운 말투로 “도대체 공부는 왜 해야 해?”라고 따지듯 묻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 공부에 대한 아이의 생각을 좀 더 들어주는 방향으로 대화를 나눠보는 게 좋겠습니다.
어떤 경우든,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은 쉽지 않지만, 분명한 것은 당장의 성적이나 미래에 써먹을 어떤 것을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 당장 공부를 해내는 그 과정에서 배우는 문제해결력, 논리력, 이해력, 문해력을 키우기 위해 공부를 한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도록 얘기를 해주면 좋겠어요. 이러한 능력들은 성인이 돼서도 필요한 필수능력입니다. 당장의 점수를 위해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공부를 하는 것이라는 점을 함께 나누어야겠지요. 그래서 시험 점수가 잘 나왔을 때 만족감과 성취감을 얻는 것뿐만 아니라, 성적이 좀 안 나와도, 실패를 해도 좌절하지 않고 그것을 이겨내는 과정조차도 공부의 역할이라는 점을 아이가 알 수 있다면 참 좋을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아이가 잘 했을 때 칭찬하는 일뿐만 아니라, 아이가 실패를 했을 때 더 위로하고 격려하는 일 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래야 당장의 실패에 좌절하고 무기력해지지 않고 다음에 또 도전해볼 수 있는 용기가 생겨 힘든 공부에 대한 내성이 길러질 수 있을 것입니다. 힘들지만 하루에 문제집 한 장이라도 풀어내는 아이를 격려하고 조금 더 해 볼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러다 보면, 진도를 많이 못 나가서 또 불안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진도 뺀다고 몰아붙였다가 나중에 더 힘들어질 수도 있어요. 1학년은 자유학기제고 하니, 여유가 있는 1년 동안 다시 마음잡고 자신만의 학습습관을 만든다 생각하고 접근을 하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문의해주신 내신관리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학교 수업입니다. 수업시간에 집중하고, 선생님이 가르치는 내용을 잘 기록하고 중요한 것을 표시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학교 시험은 배운데서 나오는 게 기본이라서, 교과서 내용과 나눠준 프린트물, 선생님이 설명한 내용을 잘 챙겨야 합니다. 노트필기도 중요하겠지요. 아이가 수업시간에 교과서를 잘 챙기는지, 프린트물은 꼼꼼하게 모아두는지, 노트필기는 어떻게 하는지, 수행평가를 놓치지 않는지 학기 초반에는 함께 보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방향을 알려주는 게 필요할 겁니다.
그리고 평소에 예, 복습의 효과를 말씀해주세요. 거창하게 생각할 것 없습니다. 다음 수업 시작하기 전 쉬는 시간 5분 정도, 앉아서 교과서를 펴고 목차, 학습목표를 보고 눈으로 한번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예습의 효과는 큽니다. 그리고 복습은 틈틈이 조금씩이라도 반복해서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것 역시 수업 끝나고 쉬는 시간에 한번 훑어보거나, 아니면 방과 후 집에 와서 노트필기를 한번 보아두면, 나중에 시험을 앞두고 다시 볼 때 기억이 상기되는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방과 후에는 꼭 자기 자신이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을 확보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학원을 많이 다녀도 그게 다 실력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자기 공부’를 할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에요. 학원 수업은 입력일 뿐, 출력으로 이어지려면 자신이 그 공부를 되짚어 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그 시간 중에서 가장 공부가 잘 되는 시간은 언제인지 먼저 파악하고 공부를 시작해 보는 겁니다. 시간 관리는 공부의 핵심입니다.
공부의 목표를 구체적으로 잡고, 거기에 맞는 공부 방법을 찾는 것은 아이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세요. 이 부분은 시중에 나와 있는 ‘자기주도학습’ 관련한 책들을 참고하셔도 좋습니다. 2학년이 되어 내신을 준비할 때는 시험 앞두고 3주 전부터 준비하는 것을 추천 드리지만 아이의 공부 습관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3주 전에는 가볍게 훑어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시험 앞두고 세세하게 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데, 중요한 것은 ‘반복’입니다. 시험은 언제나 배운 것에서 나온다는 것을 명심하고 교과서, 프린트물, 노트 등을 세심히 보는 공부가 필요할 것입니다.
이제 중학교 1학년이니 자신만의 공부법, 학습습관을 만들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씀 드렸습니다. 평소에 국,영,수 기본부터 다져나가고 기타과목 암기는 수업을 열심히 듣고, 시험기간에 집중해서 하면 큰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여력이 된다면 독서를 꾸준히 해서 긴 글을 읽어내는 능력과 이해력을 잘 가질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는 현직 중학교 선생님의 조언도 첨부합니다. 중학교 내신은 특정 고등학교에 가는 것 아니면 그다지 큰 의미가 없어요. 그러나 공부하는 태도, 문맥을 이해하는 독서력은 그대로 고등학교로 가지요. 그러니 하루 30분이라도 꾸준하게 독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세요. 아이와 함께 책을 읽거나, 학교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도록 권하면 자연스럽게 사서선생님과 친해지면서 책을 가까이 할 수 있을거에요.
마지막으로, 아이의 의견을 잘 들어주고 그 의견을 존중하고 함께 방법을 찾아나간다면 아이가 좋은 학습태도를 갖게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좋은 학습태도가 갖춰진다면 습관화되도록 초반에 가끔 점검해주시는 정도만으로도 충분하리라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의견이 존중되어졌을 때 타인의 의견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부모와 소통을 잘 하는 아이가 좋은 공부 정서를 갖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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