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첫째가 초등 4학년 아들입니다. 맞벌이로 학교수업 후 혼자서 친구들과도 잘 놀고 학원도 가고 씩씩하게 지내는 아이로 활발하여 친구와 노는 것도 좋아하고 얽매이는 것보다 자유로운 아이로 순하고 착한 아이지요.
작년에 한번 서랍의 봉투에서 돈을 꺼내어서 유행하는 카드와 카드정리용 바인더를 사고 군것질을 한것이 들켜 크게 혼을 낸적이 있었어요. 한달전에 또 그런일이 있다가 어제도 제 가방을 열고 지갑을 꺼내 3만원을 꺼내서 군것질을 하고 카드를 사고 뽑기를 하고 2만원은 자기 책상 서랍속에 넣어두었다가 들켰습니다.
어제 퇴근길에 문구점에 들렀다가 지갑이 비어 집에 와서 지나가는 말로 물어보았으나 가져가지 않았다고 했는데 또 그러니 참 속상합니다.
직장 선배님들이 아이들이 가끔 그런 행동 할때가 있다는 경험을 들었던지라 처음 에는 정말 놀랐지만 거짓말 한것과 함께 따끔히 혼을 내고 벌을 주고 넘어갔었고 혼자있는 시간을 외로워 하는 것 같아 외할머니께서 잠깐 오셔서 돌봐주면서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아 안심했었어요. 그런데 또 이런일이 생기니 어떻게 지도해야 할 지 막막합니다.
심성은 여리고 착한 아이인데 늘 배고프다고 하면서도 집에 있는 간식거리는 손대지 않고 학교 근처 분식점에서 군것질을 하고 싶어하고 온갖 종류의 카드를 자꾸만 사모아 왔는데 이제는 더이상 사주지 않았거든요. 경제 관련 동화도 읽혀 보고 훈화도 해보고 엄포도 해보고 경찰서에 가자고 협박도 해보았어요.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요?
A. 지인 분들께 그럴 때가 있다는 말을 들었어도, 막상 내 아이가 그랬을 때는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싶지 않습니다. 걱정과 함께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까에 대한 고민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솔루션을 찾는 방법 중 하나로 저희 상담넷에 고민을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또래관계가 좋고, 밝고 씩씩하할뿐 아니라 순하고 착한 아이가 엄마 지갑에 손을 대고 솔직하게 말할 기회를 주었을 때 거짓말을 해서 더 놀라고 당황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어머님의 글로 아이의 성격을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방과 후 씩씩하게 시간을 잘 보내는 것으로 볼 때 아이가 자기주도적이면서 배려심도 있을 것 같습니다.
엄마가 내가 한 행동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 솔직할 수 없었던 것은 스스로도 잘못된 행동임을 인지했을지라도 엄마가 야단칠 것을 알면 지금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임기웅변으로 순간 거짓말을 했을 수 있습니다. 실제 성인들조차도 자신의 잘못을 그 자리에서 인정하는것에는 용기가 필요하니까요.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행동이고, 반복이 되면 안되는 행동이니 교육이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우선 원인 파악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어머님께서는 원인을 외로움으로 생각하고 외할머니께서 돌봐 주도록 하셨습니다. 효과도 있었구요. 그런데 저는 이 부분에서 어머님의 생각이셨는지 아이와의 대화를 통해서 알게 되셨는지가 궁금해졌습니다.
부모의 지갑에 돈을 댄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기에 돈이 필요하지만 가지고 있지 못하니 행동하는 것이고, 그 욕구의 기저를 파악하고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지요. 아이의 외로움을 새로운 물건구입으로 해결하려고 하는것인지, 친구들과 어울리기에 꼭 필요한 물건이라 구입해야 하는데, 부모는 사주지도 않고 안된다고 하여 한 행동인지 등은 아이와 이야기를 해봐야 알 수 있습니다. 미루어 짐작하지말고 편한한 분위기에서 물어봐주고 그대로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아마 아이도 지갑에 손을 댄 부분, 거짓말을 한 것에 대한 죄책감도 있을것이니 야단치는 방식으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거예요.
한가지 더 글에는 표현되지 않았으나 아이가 용돈을 받고 있는지, 만약 정해진 용돈이 없다면 이번 기회에 같이 의논해서 용돈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해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이가 필요하다고 하는 만큼과 엄마가 생각한 금액이 다를 수 있으니 조율이 필요하지만, 아이가 어떤 부분에 얼만큼의 용돈을 사용하고 싶은지를 차분하게 잘 들어주시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용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과정중에 엄마의 마음도 알려 주면 좋습니다. 몰래 돈을 가져가서 사용한 것을 알았을 때 엄마의 감정과 걱정되는 부분을 이야기 해주면 좋습니다. 엄마가 걱정된 마음에 너를 차분히 물어봐주고 들어주지 못함에 대해 미안하다는 표현도 어떨까 싶습니다.
어머니, 앞으로 잘못된 행동이 반복되면 어쩌나 하는 등의 앞선 걱정과 불안으로 지금을 바로 잡으려 하면 더 힘들 수 있습니다. 저도 아이와 갈등이 생길 때 저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지금의 일이 미래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면 어쩌나 싶은 불안감으로 더 힘들어 하고, 무겁게 대화를 이끄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에 드리는 말씀이랍니다.
현재 일어난 일에 대한 원인을 파악하고 아이와 대화를 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의 경험은 정말 소중한 배움이 될 것입니다.
요즘 사춘기가 4학년쯤부터 시작되는 아이들이 많은 것 같아요. 지금 아이와 대화를 편안하게 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드는 것이 아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것입니다. 반복된 행동이라 놀라셨고 걱정도 많이 되시겠지만 아이가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선택한 행동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아이의 마음과 생각을 들어 주세요. 함께 아이를 키우는 사람으로 늘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