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미 예수님
11월 14일 전미카엘 신부님 20주기를 맞아서 그분이 청년 노동자들과 우리 민족이 가난 속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 동반해 주셨던 복음적 삶의 여정을 돌아보면서 주님의 품에 안겨 평안을 누리시기를 기원하는 뜻깊은 자리를 여러분과 함께 나누었습니다.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특히 연안본당에서 신부님을 기억하여 오신 자매님께 감사드립니다.
김정대 신부님은 미사를 집전하시면서 전미카엘 신부님이 청년들이 스스로 서게 하는 동반 사목의 모범이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고통의 현장을 외면하지 않고 오히려 청년 노동자들에게 그들이 겪는 고난이 어디에서 오는지, 그들이 노동의 기쁨을 누릴 수 없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식별하게 하는, 오늘 이 시대에도 사제의 모델이 되는 분이시라고요.
전미카엘 신부님과 양노엘 신부님, 이용유 신부님과 박성종 신부님, 그리고 마산 교구 아드리아노 신부님과 JOC 출신 가운데 먼저 주님의 품에 안긴 모든 회원들의 평화의 안식을 기원하는 미사를 마치고 함께 식사를 나누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정인숙 아녜스 님이 전신부님과 함께 활동하였던 일을 기억하면서 그분의 청년 노동자들에 대한 사랑과 검소한 생활, 자신의 부족을 바로 고쳐 가는 겸손 등을 전해 주셨습니다. 김영선, 서순희 부부와 카타리나 님 등과 함께 식사하는 동안 JOC의 건강한 실천을 위하여 실천과 이론이 어떻게 통합되어야 하는가를 다시 한 번 깊이 되새기는 기회를 갖기도 하였습니다.
강연을 시작하면서 허숙영, 서경혜, 남명수, 성종석 님 등도 전미카엘 신부님을 기억하면서 특히 그림을 통하여 노동자로서 JOC에 새롭게 눈뜨고 투신하게 된 일들을 나누어 주셨습니다. 당시 만났던 그림들 가운데 긴 젓가락으로 자기가 먹으려면 못 먹어도 다른 사람에게 먹여 주면 모두가 먹을 수 있는 그림을 통해서, 그리고 부자와 예수님의 비문을 통해서, 그리고 "네 손을 빌려 다오" 하고 말씀하시는 예수님의 모습 등을 통해서 받았던 감동을 생생하게 전해 주셨습니다. "개가 꼬리를 흔드는 것인데 오히려 꼬리가 개를 흔드는 세상" 현실에 대한 비판을 기억하기도 하였습니다. 김정대 신부님도 이 이야기를 주목하면서 우리 사회가 노동자와 노동의 결실의 관계를 전도시키고 있는 것을 바로 볼 능력을 키워 갈 필요를 역설하셨습니다. 이 이숙희 님은 전미카엘 신부님의 작품들을 비교 분석하는 작업을 동반하면서 느꼈던 감동과 전신부님의 작품에 나타나는 시대성을 주목하면서 신부님의 시대 읽기가 얼마나 탁월한 것이었는지 말씀해 주셨습니다.
저는 전신부님의 사제직분을 돌아보면서, 먼저 가난을 말로 하지 않고 살았던 모습을 전해 드렸습니다. 파스칼의 원리라는 것이 있습니다. 밀폐된 용기 속에 있는 유체의 일부에 압력을 가하면, 그 압력이 유체 내의 모든 곳에 같은 크기로 전달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넘치는 생명력을 신음하는 생명에게 전해 주어서 신음하는 생명의 주체가 복음 안에서 새롭게 생기를 얻게 하는 사마리아인의 나눔과 돌봄, 그리고 섬김과 사랑의 실천 원리와도 상통합니다. 하느님의 은총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게 하지 않고 고르게 작용하도록 자기를 내어주는 사람들, 이들에게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영적 충만은 이 원리를 타고 한층 더 높은 단계로 고양될 것입니다.
전미카엘 신부님은 청년 노동자들에게는 물론 우리 민족 가난한 사람들에게, 그분이 가시는 본당마다에서 만나는 그 모든 가난한 이들에게 사마리아인이 되어 주셨던 미국인 선교사 사제이셨습니다. 복음 안에서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다웠던, 20세기의 예수님의 사마리아인 전미카엘 신부님을 그리워합니다.
"왜 그림인가" 라는 주제로 민중과 소통할 줄 알았던 신부님의 탁월한 신학 비전과 사목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세계와 한국 노동자 현실과 교회를 복음적으로 이어 주셨던 신부님의 투신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교회의 아들이자 사제이셨던 그분은 교회가 갖고 있는 한계를 자신 혼자서 바로 보는 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청년 노동자들 역시 이같은 한계들을 바로 볼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셨고, 교회에 대한 이같은 복음적 내성, 복음적 자기 성찰이 가난한 이들을 소외시킬 수 있는 권위주의적인 교회 구조를 넘어서 가난한 이들에게 순명할 자유와 열정을 지켜 갈 수 있으셨던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런 가운데 그분은 김정대 신부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참으로 철저하게 청년들이 스스로 설 수 있도록 예를 들면 청년들이 스스로 만나고 의식을 형성하고 함께 연대하여 교회와 사회의 한계들을 극복할 길을 열도록 이들의 삶의 터가 될 센터들을 여러 곳에 세울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 이것은 청년들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들이 복음 안에서 자발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눈으로 보고 그분의 마음으로 판단하고 그분의 손과 발이 되어 실천하는 자발의 역동성을 살도록 해주셨다는 것을 뜻합니다.
전신부님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삶의 여정을 예수님의 사마리아인 따르기로 설정하셨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의 삶의 자리에서도 이 복음 비전이 우리 교회와 민족 사회 안에서 건강하게 구현될 수 있기를 기원하면서, 다시 한 번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이 자리를 빌어서 전날 평화방송을 통해서 뉴스 시간에 소개해 주시고 강연과 미사 내내 촬영을 해주신 변승우 피디와 이창훈 기자, 그리고 가톨릭신문의 임양미 기자님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이런 모든 나눔이 우리 주님이 바라시는 생명 살림에 보탬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한 마음으로,
원주 라이프에서
황종렬 두손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