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건축가'로 알려진 일본 건축가 반 시게루(坂茂·57)가 2014년 프리츠커(Pritzker)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은 미국의 프리츠커 가문이 소유한 하얏트 재단이 1979년 제정했다.
하얏트 재단 톰 프리츠커 회장은 24일(현지 시각) "자연재해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창조적이고 인도주의적인 건축을 한 기여를 높이 사 반 시게루를 올해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반 시게루는 재활용 종이 기둥을 활용한 건축으로 세계 난민 구호 활동에 앞장서 왔다.
1994년 르완다 인종 대학살 때 유엔난민기구(UNHCR)에 종이로 만든 난민 수용소를 제안해 개발했고, 이듬해 비영리단체인 VAN(발런티어 건축가 네트워크)을 설립했다.
1995년 고베 대지진 때는 난민들을 위해 '종이 대피소'와 '종이 교회'도 만들었다.
교회는 2008년 해체돼 대만에서 다시 지어졌다. 그가 사용하는 종이 기둥은 수백 개의 종이를 붙여 내구성을 높이고 방수 처리 공정을 거쳐 만든 것이다.
2010년 프랑스 퐁피두 센터가 야심차게 개관한 분관인 '퐁피두 메츠 센터'도 그가 설계했다.
한국에도 작품이 있다. 여주 해슬리나인브릿지 클럽하우스, 2006년 올림픽공원에 들어섰다가 해체된 '페이퍼테이너뮤지엄' 등이다.
이번 수상으로 일본은 프리츠커상 수상자 최다 배출국이 됐다.
단게 겐조, 마키 후미히코, 안도 다다오, SANNA(니시자와 류에·세지마 가즈요), 이토 도요 등 총 6회 7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한국인 수상자는 아직 한 명도 없다.
일본 건축 전문가인 김문덕 건국대 실내디자인학과 교수는 "근래의 프리츠커상은 지역성에 기반을 두고 인류와 환경에 공헌한 건축가를 주목하는 경향"이라며 "그런 면에서 일본 전통의 미니멀리즘과 친환경 소재를 계승한 일본 건축가가 많이 받는 것 같다"고 했다.
김 교수는 "반 시게루가 종이를 건축에 활용할 수 있었던 건 일본 기업이 함께 기술을 개발하고 사회도 이런 시도를 독려했기 때문"이라며 "우리도 프리츠커상 수상자를 배출하려면 이런 분위기부터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창조적이고 인도주의적인 작품들" 일본 6회 최다 기록… 한국은 없어
이미지 : 2014년 프리츠커상 수상자 반 시게루.
아래 사진은 2010년 설계한 프랑스‘퐁피두 메츠 센터’내부. 나무 구조 위에 특수 천을 씌웠다. /반 시게루 아키텍츠·디디에르 보이 드 라 투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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