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주님 공현 대축일입니다.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셨다는 기쁜 소식-아름다운 이야기가, 이제 온 세상에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을 알지 못하던 우리가, 어둠 속을 걷던 우리가, 아름다운 별을 따라 길을 찾던 우리가, 빛-길을 찾아뵙게 되었고, 이 아름다운 길-빛을 세상에 전하게 되었습니다.
이사야 예언서에서 오늘 우리에게 전합니다. “예루살렘아, 일어나 비추어라. 너의 빛이 왔다. 주님의 영광이 네 위에 떠올랐다.”
코로나19와 기후 변화 등으로, 쉬지 못하고 놀지 못하고 일하지 못해서 사람들이 죽음에 내몰리고, 피로에 지쳐 감정을 잃어버린 사람들, 이웃들과 아픔과 기쁨을 함께 나눔을 잃어버린 사람들, 하루하루 먹고살기 위해서 죽을 힘을 다해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할 사람 하나 없어서 외로움에 지친 사람들, 우리는 어쩌면 칠흑같이 어두운 밤을 걸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희망이 없는 듯이 보이는 이 어두운 세상에, 작은 별빛이 우리를 비추고 있습니다. 길을 잃고 헤매는 이들에게 작은 별빛은 곧은길로 우리를 인도합니다. 작은 별빛은 우리의 앞에서 길을 비추고, 우리의 뒤에서 우리를 보호하고, 우리 위에서 우리와 함께 걸어갑니다.
그 별을 따라 동방박사들은 아기 예수님을 만나서, 세상의 가장 귀한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립니다.”
황금은 임금을 상징합니다. 하지만 당신께서는 섬김을 받으러 오신 게 아니라 오히려 우리를 섬기러 오셨습니다. 그래서 원래 가져야 할 하느님의 복을 사람들에게 돌려주러 오셨습니다. 유향은 사제를 상징합니다. 당신께서는 우리에게 하느님의 복을 빌어 주시러 오셨습니다. 몰약은 죽은 이들에게 바르던 일종의 방부제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을 그리고 부활과 영원한 생명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머지않아 당신께서는 우리 죄인들을 위하여, 당신 자신을 기쁨의 산 제물로 바치실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묻습니다.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위하여 주신 은총의 직무는 무엇입니까?” 주님을 따라 하느님과 이웃을 섬기고, 하느님께서 주신 은총을 빼앗긴 이들에게 은총을 되돌려주며, 주님을 따라 자신과 이웃들에게 하느님의 은총과 복을 빌어주고 나눠주며, 주님을 따라 자신을 기쁨의 산 제물로 봉헌하며,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전하며,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게, 우리의 직무입니다.
나와 너 그리고 많은 이들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복음을 통하여, 공동 상속자가 되고, 한 몸의 지체가 되며, 약속의 공동 수혜자가 되기를”, 우리가 은총의 직무를 어떤 시련에도 끝까지 수행할 수 있기를 빕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