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은 모두 난소에서 혈류속으로 배출될 때 단백질 '코트'에 싸여있는 상태다. 에스트로겐은 성 호르몬 결합 글로블린(SHBG)으로, 프로게스테론은 코티솔 결합 글로블린(CBG)으로 결합한다. 지용성이면서 단백질이 아닌 물질과 결합한 호르몬은 수분이 많은 혈청 혹은 혈장과 잘 섞이지 않기 때문에 적혈구 세포막에 '편승'하는 방식으로
혈액속에서 운반된다. 호르몬이 단백질과 결합하면 수용성이 된다. 혈장 속에 있는 프로게스테론 2-10%만이 결합하지 않은 상태로 쉽사리 이용할 수 있다. 단백질과 결합한 호르몬의 10%미만이 활동성이다.
피부용 프로게스테론, 즉 피부에 바르는 프로게스테론은 피부를 통과해 피하지방이라고 알려진 피부 밑 지방층으로 들어간다. 프로게스테론 결핍이 심한 여성일수록 쉽게 프로게스테론을 흡수한다. 프로게스테론 결핍 여성에게 피부용 프로게스테론을 주면 그 즉시 타액 호르몬 검사 결과에서 나타나지만, 혈액 검사에서 높은 수치를 보이는 데는 3개월이 넘게 걸릴수도 있다. 경피용 프로게스테론에 의해 발생하는 이러한 점진적인 배출은 난소 호르몬의 자연스럽고 생리적인 배출과도 비슷한 유일한 투약방법이다.
경피용 프로게스테론이 실제로 흡수되고 온몸에 퍼진다는 가장 유력한 증거는 에스트로겐 우세 증상 감소이다. 리 박사는 월경 주기 서너 번 만에 유방 섬유낭포가 사라지는 경우를 확인했다. K. J. 창이 동료들과 함께 행한 1995년의 연구결과, 유방 수술 전에 다양한 호르몬 크림을 복합해서 사용한 여성들의 경우, 유방 조직 내 프로게스테론 수치는 백 배나 증가했다. 또한 피부용 프로게스테론을 사용한 지 8-10일 후면 유방암 세포 성장으로 가는 첫 번째 단계인, 에스트로겐 유도로 자극받은 유방 세포 증식이 상당히 억제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경구용 프로게스테론 사용에는 많은 문제가 있다. 프로게스테론 알약을 삼키면 잘게 부서져서 창자 벽을 통해 흡수되고 문맥(門脈)체계 속으로 들어간다. 이때 프로게스테론은 간으로 운반되어 간에서 물질 대사를 거친 다음 담즙으로 분비된다. 이것이 간을 통과하는 첫 번째 과정이다.
경피용으로 투여하는 충분한 양이 하루에 15-30mg인 것과는 대조적으로 경구용 프로게스테론은 보통 하루에 100-400mg을 투여하는데, 그랬을 때 호르몬이 간에서 배출될 수 있는 속도를 초과해서 분출되고, 따라서 프로게스테론 물질 대사 도중 파괴된 생성 물질 일부가 혈장 속으로 들어간다. 결국 경구용 투여량의 10%만이 진짜 프로게스테론처럼 순환하게 된다. 어떤 종류의 프로게스테론을 사용하든, 결국 이런 물질대사 속에서 부서져서 몸에서 분출되게 된다.
프레스나네디온, 프레그나놀론, 프레그나네디올 등은 프로게스테론의 주요 대사물질이다. 이런 물질들은 진짜 프로게스테론과 같은 기능을 하지 않으며, 프로게스테론 수용체 부위를 놓고 경쟁을 벌인다. 천연 프로게스테론을 생리적 사용량대로 사용하면 간은 이런 대사 물질 분비를 쉽게 처리할 수 있지만, 경구용 프로게스테론을 다량으로 사용하면 간이 이를 충분한 속도로 빠르게 제거하지 못한다. 세포막과 에스트로겐 수용체의 변성(變性)은 프로게스테론 대사물질이 체내에 축적될 때 일어난다. 이런 대사 물질 중에는 그 양이 많은 경우, 두뇌 속 신경 전달 물질계에 영향을 미쳐 기억력을 손상시키고 권태감과 우울증을 유발하는 것들도 있다는 사실에 특히 주목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경구 투여량이 많으면 한두 시간 후에 프로게스테론 분출이 절정에 달하고 그 이후에는 빠르게 감소해서 수치가 낮아진다. 프로게스테론을 혀밑 점적약과 질 좌약 형태로 투여하면 절정에 달하는 속도가 훨씬 빨라진다. 입과 질에서 찾아볼 수 있는 점막을 통한 흡수는 대단히 신속해서, 20분 이내에 혈액 수치가 치솟는다. 90분 정도가 지나면 수치는 다시 급강하한다. 이는 이러한 호르몬을 투여하는생리학적 방법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프로게스테론을 투여하는 것은 오로지 월경 전 편두통을 예방할 때 뿐이다.
경피용 프로게스테론을 바르면 타액 수치가 8시간 넘게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그러므로, 매일 두 차례 하루에 총 15-20mg정도 소량을 바르면 24시간 내내 그 수치를 유지할 수 있다.
* 여성도 몰랏던 여성의 몸이야기 중에서 발췌(p292-2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