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숙 <2021 올해의 작가전>
2021 GIAF /GAF올해의 작가전
2021.09.29-10.05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실재와 조형의 기묘한 동거 / 신항섭(미술평론가)
현대회화는 그 표현영역이 무한히 넓다. 이래서는 안 된다는 금기사항이 없는 절대 자유를 구가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다보니 놀랍게도 아이디어의 경연장이 돼버린 느낌이다. 소묘로부터 출발하는 전통적인 회화 개념으로
볼 때 과연 이것도 글미일 수 있을까 싶으리만치 기발한 아이디어가 속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의적인 발상을
중시하는 현대회화는 제어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증식하고 있다.
박미숙의 최근 작업은 현대적인 조형개념을 적용하고 있으나, 그 조형적인 속성은 전통회화의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사진을 이용하는 작업임에도 호히ㅘ적인 이미지가 강하기에 그렇다. 회색을 비롯하여 갈색, 연두색, 오랜지색, 청색 등
단색조의 색채 이미지와 검은색 선으로 점철하는 형태는 간결한 소ㅛ작업을 연상시킬 정도이다. 더구나 형태를 만드는
검정색 선은 사진과의 연관성을 찾아보기 힘들 만큼 회화적인 이미지에 근접하고 있다.
컴퓨터 작업을 통해 사진의 세부적인 이미지를 증발시키고 그 윤곽선만을 남기는 일련의 작업과정에서 회화적인 이미지에
가깝게 변환하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형태를 지지하는 선은 사진의 결과물일 뿐, 손에 의한 직접적인 형태묘사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작품에 나타나는 형상은 어디까지나 사진의 흔적일 따름이다. 그렇지만 최종적인 이미지로서의
선은 소묘에 근접하는 특징을 보여준다, 그러기에 사진이면서도 소묘작업과 유사한 시각적인 이미지 및 정서가 담길 수
있는 것이리라.
(중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