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주 <2021 올해의 작가전>
2021 GIAF /GAF올해의 작가전
2021.09.29-10.05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굵은 터치에서 불끈 솟는 웅장한 힘
주된 소재는 배와 바다, 큰 덩어리가 이루는 조형예술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에게 유년의 기억은 작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작가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대부분 길고 오랜 시간 작품의 근저를 이루는 토대가 되는 것으로 말해지고 있다.
김 작가도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어린시절 충청도 바닷가 근처에서 태어난 그는 바다를 보면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넘실대는 바다물결과 뱃고동 소리와 갈매기 울음 등 바다의 모든 것이 좋았다.
그래서 그런지 김 작가의 작품은 바다와 배를 소재로 그린 것이 많다.
김 작가의 작품은 선이 굵다.
사물을 세분화시켜 쪼개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굵직 굵직하다 보니 남성의 터치 같다는 평가를 많이 받는다.
'그림이라는 것은 점, 선, 면으로 공간을 활용하는 조형예술인데
잘게 세분화하고 싶지는 않다, 큰 덩어리 속에서 우러나오는 형태가 좋다.
구상이지만 극사실적 이지는 않기 때문에 이중섭님의 소의 작품에서 보듯이 큰 터치로 전체를 나타내고픈 것을 지향한다.'
한편 김 작가는 작가로서 자신의 작품에 대해 대단히 인색한 점수를 매긴다.
의례성 겸손이 아닌 진정으로 자신이 배우고 능숙하게 처리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았기 때문이란다.
겸손한 자세로 완숙한 구상의 경지 목표
그러나 대한민국 미술대전 입선, 상형전 공모전 입선, 특선, 금상 수상,
파리에서의 파리 가람 아트 초대 기획전, 뉴욕에서의 오늘의 한국 현대미술의 단면전,
의식의 활산전(예술의 전당, 일민미술관), 열린민술전 초대(예술의 전당 '96~'98)
청년 구상작가회 출품, 홍익화우화전 출품, 신작전 출품 등의 호라동은 그가 화단에서 주목 받고 있는 작가임을 말해준고 있다.
또한, 상형전, 청년구상 작가회, 신작전, 한국전업작가회, 홍익화우회, 한국미협등 여러 단체의 회원이라는 사실은
그가 자신의 작품에 대해 너무 혹독한 비평을 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아무튼 그는 작품에 대해 대단히 겸손한 자세를 갖는다.
그의 이런 자세는 어디서부터 나오는 것인가, 집안 전체가 마치 미술관 같은 느낌을 갖도록 가꿔 놓은 삶의 자세에서
나오고 있다. 그의 삶은 도식적으로 설명할 수 ㅇ벗지만 굳이 표현하자면 소박하고 정결한 분위기에 동서양이
잘 조화된 느낌이다. '난 겉모습을 통해 저 사람 화가야 하는 이미지를 주고 싶지 않다. 가장 평범한 가운데
가장 큰 가치가 담겨 있다고 본다. 사람은 치장을 하면 변화를 가져 온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가장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자연은 그렇지 않다. 걔절이 바뀌면 어김없이 그 모양으로 돌아온다. 우리 마당에 목단을 비롯한 여러 꽃들이 많다.
그 녀석들을 보고 있노라면 평범한 자연의 질서는 위대하다는 것을 다시 느끼게 된다.
잎과 꽃이 서로 보지 못한다 해서 이름 지어진 상사화라는 꽃만 보더라도 꽃이 지면 잎이 나오고 그러길 수없이 반복한다.
그게 사람 사는 이치인 것 같다.
이처럼 소박한 자연의 질서에 따른 삶을 살고자 하는 그는 작품을 보는 관점도 삶의 방식 못지 않게 평범함을 지양한다.
'사실적으로 보는 것도 오나벽하게 표현하기 어렵기 대문에 추상은 생각치 않고 있다.
구상은 뒤뜰 개울 넘듯이 훌쩍 뛰어서 바로 비구상을 하는 사람들을 볼 ㄸ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비구상 계열의 일부 작가들은 구상을 사진이라고 말하지만
난 눈에 보이는 것을 완벽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한 구상을 벗어날 생각이 없다
물론 피카소처럼 구상을 완벽히 표현한 다음의 비구상이라면 그렇게 하겠지만 난 아직 그렇게 할 수 있는 수준이 못된다.
보이는 산과 배를 캔버스에 옮겼을 때 전율을 느낄 수 있도록 잘 그리는게 내 목표다.'
月刊 myself 인터뷰 中 일부 발췌/ 글 조민희 기자
고흐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사람이 내 그림을 감상하고 나아가 나의 내면까지 느끼길 바란다."
나의 모티브인 배를 보고, 인생과 같은 배를 보면서
나는 어디에서 왔고, 어떻게 여기까지 왔고, 앞으로는 어디로 향해 갈 것인가를 반문하며 스스로의 인생을 되짚어 보면서
나의 작품인 배가 갖는 상징성인 '인생'에 대해 생각하고 사색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리고 그들이 내 그림을 보면서 평온과 자유를 느끼길...
새벽을 깨우는는 것은
바닷가에서는 어부들이었다.
도미나 농어 부시리나 삼치같이 계절에 맞춰 섬을 찾아오는
회유성 어종즐은 이른 새벽 동트기 시작하는
변화무쌍한 시간에 입맛이 왕성하고
움직임이 활발하기에 그것에 맞추진
그물을 드리우며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오랜 습관들이라 했다. 새벽을 여는 것이...
저 먼 동쪽 바다에서는 어느새 붉다 못해
벌겋데 타오르는 기운이 직선을 그리며
이편으로 날아오르고 있다.
마을이고, 줄줄이 묶인 선박이고,
사람 머리카락이고 간에
꼭지점이 모두 붉게 반사되어 빛나는 헬맷을
하나씩 쓰고 새벽의 용광로 속으로 그렇게
빨려 들어가고 있었고 바다는 온통 붉디 붉다
'스케치 여행 中'
습한 내용을 품고 큰 바다를 건너고 긴 뱃벌을 지나서
슬그머니 내게로 다가오느 슬프디 슬픈 내 영혼 같은 바람은
세월을 따라 흐르는 물처럼
고요하고 변함없는 내 그림자처럼
오늘도 나직히 불어와 내 영혼을 흔들고 있다.
처음이 어디인지도 끝이 어디인지도 모르는 거대한 바람이
소리 없이 또 그렇게 달아나고 나면
어둠도 낮설은 날들에 서러워하고
외로운 내 영혼은 바람 따라 소리죽여 울고 있다.
이제는 낮익은 낡은 이젤도 하얀 캔버스 조차도
나를 위해 울어주지 읺거
갯벌의 습한 냄새가 더욱 슬픈 오늘
아무도 없는 공간에 익숙해진 나는
비로소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어
긴 슬픔에서 닐어나 거울을 보듯
빈 캔바스 앞에 앉아 나를 보기 시작한다.
내 영혼을 흔드는 바람을 그림자처럼 껴안고서...
-작가 노트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