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주 작품전 - <세월.흐름> 世月. 流
2021년 11월 3일(수)~11월9일(화)
오프닝 11월3일(수) 오후 5시
인사아트프라자 1층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길 34-1
안재영(미술평론, 예술철학박사)
김은주 작가의 작업은 유행이 없고 은유자적하면서도 클래식하다. 그의 작업은 꼼꼼히 파고드는 작업이 아니라 생각을 요하는 꿈과 환성처럼 사유하는 작업들이다. 레오나드로다빈치는 회화를 기계적인 예술에서 정신적인 것으로 보았듯이 김은주 작가의 바다풍경은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자기 버림의 도전인 것이다.
그의 인생을 쏟아 부어 건져 올린 회화적 조형성을 이해하기 위해 그의 긴 여정을 함께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그의 작업에 나타난 표출들은 그의 관심 그의 예술을 떠받치는 정신적인 요소이다. 작가가 화폭에 남긴 그의 터치와 배가 갖는, 바다가 내포하고 있는 자유로움을 보면 재료롸 영역으 구애하지 않고 화폭에 담아낸다. 인간이 갖고 있는 삶의 애환들을 하나씩 묻어놓고 그 위에 배를 그려내는 그의 미감과 성실함은 그만흐이 여유로움으로 화폭과 공간에 종을 울리고 있다. 지금 그가 보여주는 화면은 우리에게 삶에 대한 환기를 가져다주고 있다. 작가가 담은 것들은 지나온 추억 그리고 기억들 다양한 그만의 자아인 것이다.
우리는 일반인이든 미술이든 예술에 대해 느기는 공통점들이 있다. 그것은 예술에 대해 느끼는 것이 똑같이 다가오는 점들에 대해 인문학적 사유라는 것을 이용해 표현하고 해석한다. 김은주 작가가 화폭에 담은 매혹적인 바다 작업들의 흔적들은 요즘의 세련미보다는 순박함 그리고 그 속에는 우리가 흔히 겪는 현안함과 순수성이 숨어 있어 그의 화면에 묻은 행복함과 여유로움이 율동적으로 돋아나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훨씬 넉넉해 보이고 자유로운 향연의 흔적 같다. 그가 그려낸 바다 풍경의 조형성은 화려함과 아름다움으로 감동을 주는 그림보다 썰물로 바닥이 드러난 쓸쓸한 해변에 초라한 나룻배 한 척이 쓰러 질 듯 놓인 서정적인 정감이 더욱 짙다. 바다와 자연의 소리를 담아내고자 여유 있고 따사로운 정경임에 분명하다.
굵은 터치에서 불끈 솟은 웅장한 힘
주된 소재는 배와 바다, 큰 덩어리가 이루는 조형예술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에게 유년의 기억은 작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작가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대부분 길고
오랜 시간 작품의 근저를 이루는 토대가 되는 것으로 말해지고 있다. 김 작가도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어린 시절 충청도 바닷가 근처에서 태어난 그는 바다를 보면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넘실대는 바다물결과
뱃고동 소리와 갈매기 울음 등 바다의 모든 것이 좋았다. 그래서 그런지 김 작가의 작품은 바다와 배를 소재로
그린 것이 많다. 김작가의 작품은 선이 굵다. 사물을 세분화 시켜 쪼개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굵직굵직하다 보니 남성의 터치 같다는 평가를 많이 받는다. 그림이라는 것은 점, 선, 면으로 공간을 활용하는
조형예술인데 잘게 세분화하고 싶지는 않다. 큰 덩어리 속에서 우러나오는 형태가 좋다.
구상이지만 극사실적 이지는 않기 때문에 이중섭니므이 소의 작품에서 보듯이 큰 터치로 전체를 나타내고픈 것을
지향한다. 한편 김 작가는 작가로서 자신의 작품에 대해 다단히 인색한 점수를 매긴다.
의례성 겸손이 아닌 진정으로 자신이 배우고 능숙하게 처리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았기 때문이란다.
겸손한 자세로 완숙한 구상의 경지 목표. 그러나 대한민국 미술대전 입선, 상형전 공모전 입선, 특성, 금상 수상.
파리에서의 파리 가람아트 초대기획전, 뉴욕에서의 오늘의 한국 현대미술의 단면전. 의식의 확산전(예술의 전당, 일민미술관),
열린미술전 초대(예술의 전당 '96-'98). 청년 구상작가회 출품, 홍익화우화전 출품, 신작전 출품 등이 활동은
그가 화단에서 주목 받고 있는 작가임을 말해주고 있다. 또한 상형전, 청년구상작가회, 신작전, 한국전업작가회,
홍익화우회, 한국미협 등 여려 단체의 회원이라는 사실은 그가 자신의 작품에 대해 너무 혹독한 비평을 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아무튼 그의 작품에 대해 대단히 겸손한 자세를 갖는다. 그의 이런 자세는 어디서부터 나오는 것인가. 집안 전체가
마치 미술관 같은 느낌을 갇도록 가꿔 놓은 삶의 자세에서 나오고 있다. 그의 삶은 도식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굳이 표현하자면 소박하고 정결한 분위기에 동서양이 잘 조화된 느낌이다. '난 겉모습을 통해 저 사람 화가야 하는
이미지를 주고 싶지는 않다. 가장 평범한 가운데 가장 큰 가치가 담겨 있다고 본다.
계절이 바뀌면 어김없이 그 모양으로 돌아온다. 우리 마당에 목단을 비롯한 여로 꽃들이 많다.
그 녀석들을 보고 있노라면 평범한 자연의 질서는 위대하다는 것을 다시 느끼게 된다.
잎과 꽆이 서로 보지 못한다 해서 이름 지어진 상사화라는 꽃만 보더라도 꽃이 지면 잎이 나오고 그러길 수없이 반복한다.
그게 사람 사는 이치인 것 같다.' 이처럼 소박한 자연의 질서에 따른 삶을 살고자 하는 그의 작품을 보는 관점도
삶의 방식 못지않게 평범함을 지향한다. '사실적으로 보는 것도 완벽하게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추상은 생각지 않고 있다.
구상은 뒤뜰 개울 넘듯이 훌쩍 뛰어서 바로 비구상을 하는 사람들을 볼 때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비구상 계열의 일부
작가들은 구상은 사진이라고 마랗지만 난 눈에 보이는 것을 완벽히 표현한 다음의 비구상이라면 그렇게 하겠지만
난 아직 그렇게 할 수 있는 수준이 못된다. 보이는 산과 배를 캔버스레 옮겼을 때 전율을 느낄 수 있도록
잘 그리는게 내 목표다.'
月刊 myself 인터뷰 中 일부 발췌/ 글 조민희 기자
새벽을 깨우는 것은
바닷가에서는 어부들이었다
도미나 노어 부시리나 참치 같이
계절에 맞춰 섬을 찾아오는
회유성 어종들은 이른 새벽 동트기 시작하는
변화무쌍한 시간에 입맛이 왕성하고
움직임이 활발하게 그것에 맞춰진
그물을 드리우며 생활응 영위하기 위한
오랜 습관들이라 했다, 새벽을 여는 것이...
저 먼 동쪽 바다에서는 어느새 붉다 못해
벌겋게 타오르는 기운이 직선을 그리며
이편으로 날아오르고 있다
마을이고, 줄줄이 묶인 인 선박이고,
사람 머리카락이고 간에
꼭지점이 모두 붉게 반사되어 빛나는 헷멧을
하나씩 쓰고 새벽의 용광로 속으로 그럻게
빨려 들어가 고 있었고
바다는 온톨 붉디 붉다.
- 스케치 여행 中-
고흐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사람이 내그림을 감상하고 나아가 나의 내면까지 느기길 바란다."
나의 모티브인 배를 보고, 인생과 같은 배를 보면서 나는 어데에서 왔고 어떻게 여기까지 왔고,
앞으로는 어디를 향해 갈 것인가를 반문하며 스스로의 인생을 되짚어 보면서
나의 배가 갖는 상징성인 '인생'에 대해 생각하고 사색ㅎ사는 시간을 갖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리고 그들이 내 그림을 보면서 평온과 자유를 느끼낄.
-작가 노트 中-
습한 내음을 품고 큰 바다를 건너고 긴 갯벌을 지나서
슬그머니 내게로 다가온 슬프디 슬픈 내 용혼같은 바람은
세울을 따라 흐르는 물처럼
고요하고 변함없는 내 그림자처럼
오늘도 나직이 불어와 내 영혼을 흔들고 있다.
처음이 어디인지도 끝이 어디인지도 모르는 거대한 바람이
소리 없이 또 그렇게 달아나고 나면
어둠도 낯설은 날들에 서러워하고
외로운 내 영혼은 바람 따라 소리죽여 울고 있다.
이제는 낯익은 낡은 이젤도 하얀 캔버스조차도
나를 위해 울어주지 않고
갯벌의 습한 냄새가 더욱 슬픈 오늘
아무도 없는 공간에 익숙해진 나는
비로소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어
긴 슬픔에서 일어나 거울을 보듯
빈 캔버스 앞에 앉아 나를 보기 시작한다
내 영혼을 흔드는 바람을 그림자처럼 껴안고서...
-스케치 여행 中-
오르세 미술관에 걸려있는 마네의 <올랭피아>를 보면서 창녀늬 직업을 무표정으로 그려내
음탕하고 진부해 보일 수 있는 부분을 다 묻히게 표현해 마네의 작품 중 단연 최고의 걸작으로 만들었듯이,
나는 내 그림 바탕안에 한 올 한 올 켜켜이 여러 번의 붓질로 색을 입혀 바다가 또한 배가 내포하고 있는
인간 삶의 애환들을 겹겹이 묻어 놓고 그 위에 배를 그려낸다. 거기에는 보는 이로 하여금 단순하게 삶을 바라보며
상상의 공간을 마련해 주는 동시에 그림을 보며 사색 안에서 깊은 울림도 주고자 하는 바람을 담고 있다.
다시 말해 큰 틀 안에서 작가와 보는 이가 생각까지도 공감하고 공유 할 수 있는
그런 그림을 그려내고 싶은 욕심을 부려보고 싶다.
-작가 노트 中-
꽃을 피우기 위한 몸부림인가
하늘이 유난히 찌푸린 봄날이다.
희디흰 목련이 마치 나비가 춤추듯 하나둘 씩 피어나며
슬그머니 내 마음에 비집고 들어와 괜스레 미소짓게 하더니
분분히 떨어지는 꽃잎처럼 그렇게 혼연히 더나 버렸다
화려한 봄날을 그렇게 내게 아프므오 자리하여 신음하고 있것만
그 아품으 외면한 채 봄날은 찬란히 빛나고만 있었기에
그리움에 하나둘씩 떨어지는 꽃잎을 하릴없이 세며 서러움을 달래본다.
이 찬란한 봄을 가슴에 가득 품고서...
-어느 봄 날 목련나무 아래서-
바다여!
너는 어찌 수행했기에 멸려왔고 미려나가면서 수많은 고기와 조기와 살아있는 모든 것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인간의 땅에 내려놓고 가는 큰 도랑의 경기에까지 이르렀느냐!
미천한 중생에 지나지 않는 나는 너의 그 큰 도랑이 한없이 부럽기도 하고 경이롭기만 하다.
인간의 삶은 역겨에 부딪히면 좌절하고 체념하고...
때론 불굴의 의지를 이겨내기도 하고 만선의 기쁨을 누리듯 역경을 이겨내고 인생을 행복으로
이끌어 가기도 하며 일생을 힘겹게 살아내는데 너는 어찌 그리도 태평스레이 거친 파도에 일렁이며
사랍게 울부짖다가도 잔잔한 모습으로 또 다시 밀려와 평화로이 우리곁에 다가선는지...
별일 아니라는 듯 인간 세상사를 엿보고 오가듯 한느 네가 부럽기도 하고...
부러움 끝애 즈껴지는 이 외로움의 근원은 어디인지 모르겠다. 이 외로움마저 사치일까?
그 쓸쓸함을 캔버스에 옮겨 담아 표현하고 싶은 이 욕심마저 사치이려나?
캔버스에 이 욕심과 외로움, 사치를 차고차곳 붙여본다.
지우듯이 켜켜이 물감을 바르고 또 발라 단단한 무채색 밑에
인간의 희로애락, 파도, 조개, 고기, 바람, 햇살.
모든 것을 묻고 그 위에 배를 한 척 띄워
긴 항해를 마치고 돌아와 쉬는 편안함, 평화로움 여유를 갖게되는...
인생의 고단함을 달래주는ㄴ 그런 미완의 배가 완성의 배로 돌아와 쉬는.
나는 오늘도 그런 배를 그리고 있다.
-작가노트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