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명견만리_KBS 명견만리 제작팀
명견만리.
북토리 책으로 접하기 전부터, 이미 유명한 프로그램으로 익히 들어 이름이 익숙한 프로그램이었다. 유익하고 좋은 프로그램이라는 사실은 알고있었지만, 그간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보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번 북토리를 기회로 책을 읽게 되었다.
그 내용과 구성들이 유명한
만큼, 첫 장의 제목부터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내 지갑속의
투표용지’. 책을 읽기 전까지는 단 한순간도 돈을 내 의사 표시의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는데, 한 줄 한 줄 책을 읽으면서 돈에 대한 나의 개념이 바뀌어 갔다. 돈을
이용해서 내가 사회와 경제의 맥락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항상 큰 흐름을 변화시킬 때는, 대단한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내 지갑의 돈이, 나의 소비
습관이 일종의 변화를 야기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실로 참신했다. 그동안 아무런 생각없이 열었던
나의 지갑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고, 나의 소비 경향이 자연스럽게 경제의 흐름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편향되기도 했다는 생각이 신기했다.
또, 우리나라의 부패 정도에 대해서 글을 쓴 부분도 나의 집중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작년 올해 초에 걸쳐서 부패와 관련된 큰 일이 있었을 때, 한참
우리나라의 청렴도 결핍과 부패의 심각성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흐려졌던 내용을
다시 한 번 나에게 일깨워 주었다. 부패라는 것이 윤리적으로 큰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쉽게 할
수 있는 생각이었지만, 실질적인 국가의 발전과 이토록 긴밀한 관계가 있다는 것은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배우게 됐다. 막연하게 관련이 조금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부패
정도가 국가의 외교적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히고, 외국 기업의 진입을 막고 있다는 점들이 우리나라의
성장에 큰 위해가 된다는 사실은 꽤나 위협적으로 다가왔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부정부패의 방지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가 궁금해져서 관심을 갖고 조사해봤는데, 사실 이렇다 할 제대로 된 해결책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존재하는
제도조차 유명무실하다는 의미가 강했다. 또, 책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나라의 부정부패는 작은 단위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중대사, 공적인 일들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부정부패를 차단하기 위해 하고 있는 노력은, 물론 그런 노력이라도 하고 있는 점에서는 다행이라고 생각되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고 느껴졌다. 겉으로만 단속하고 제재하는 시늉을 하고 있지만, 정작 그 뿌리의 근원은 건들이지도 못하는 느낌이었다.
명견만리, 처음 프롤로그에서 언급했듯, 실제 현실에서 보이는 단서들을 통해
향후 인류가 만나게 될 미래에 대해 올바른 질문을 던지고 다른 해답과 가능성을 찾아가는 일을 하고자 만들어진 이 책은 그 역할을 하기에 충분한
능력과 자질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책 한 권으로 나의 시각이 크게 확대되었다고 자신
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 조금씩 생각의 폭을, 시야의 넒이를
늘려가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명견만리를 실현할 수 있지 않을까.